2002유럽

유럽의 다리

마운차이 2005. 7. 22. 15:08
4. 유럽의 다리

일요일 아침 창기의 배려로 일요일마다 하는 5키로 가량의 마라톤 연습을 창기네 집 부근에서 할 수 있었는데.... 앞에는 동희가 자전거로 에스코트하고 중간에 내가 달리고, 뒤로는 정우가 자전거로 따라 오며..... 사우디 석유갑부가 부럽지 않게 폼나게 달리는데...집에서 나와 강가를 따라 달리는 길에는 독일 어딜 가나 그렇듯이 아름드리 나무에, 강의 신선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니, 평소 내가 달리는 거리를 오바해서 달리는 바람에 땀은 비오듯하고 숨은 턱에 차도 기분은 띵호와...

오늘 아침 식사는 완전히 독일 가정식 정찬, 창기가 미리 미카엘라와 예약해 놓은 집에, 계란 반숙은 몇 개. 야쿠르트는 몇 개 등 일일이 신경 써서 준비한 식당에는, 한쪽에 독일인 두 셋이 있을 뿐 완전히 우리 차진데... 독일 와서 몇 일간 계속 은경씨의 노고로 한국음식만 먹어서인지 입맛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라 한끼정도 독일 정찬은 아무 부담 없이 먹을 만 한데...., 열 몇 시간의 여행과 어제 밤도 맥주로 때운 병건이는 입맛도 까끌한데, 빠다에 햄을 밀어 넣으려는 게 힘들었던지 나중에 투덜투덜.... 그러게 내가 뭐랬냐!! 줄을 잘 서야 한다구 그랬지!!!

이제는 본격적인 여행을 위해 출발할 차례, 9인승 하이에이스에 모두 자리잡고 뒤에는 짐을 가득 싣고, 오늘의 목적지는 들어나 봤나!! 베-네-치-아!!! 출발! 하고 5분쯤 왔나 만트럭 공장 앞 정도 왔을까, 창기가 비명을 지르며 컵라면!!!을 외친다. 내막을 모르는 우리는 그거 안 먹어도 된다고 그냥 가자고 달래도 속수 무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우기더니만 역시! 그거 없었으면 어땠는지는 상상속으로.....
뮌헨에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슬슬 알프스의 특색 중에 하나인 비취빛 강이 흐르고, 눈 녹은 물과 석회암 녹은 물이 만나 이루는 장관인데.... 그렇게 맑은 물이, 우도의 산호 해변에서나 볼 수 있는 비취빛을 띠고 있는데.... 나중에 이 장관을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으면 인간과 기계의 한계가 그 색을 나타내지 못하고..... 아쉽다.

오스트리아와의 국경마을 가미쉬, 뮌헨의 평원과 독일 알프스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제일 먼저 구경간 곳은 스키 점프대, 스키 점프는 TV와 컴퓨터 게임에서 비교적 익숙한 운동이고, 우리 모두가 스키는 상급코스에서 타는 매니어지만, 스키점프대에서 어떻게 사람이 뛰어 내릴까 할 정도로 경사가 장난이 아니옵니다. 원형 스탠드가 스키 점프대를 중심으로 자리잡고 모두 기념사진 한장.....
이제 우리는 독일에서 금도 철책도 없는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도착. 알프스가 시작하는 티롤지방... 말 그대로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하얀 눈에 덮인 3,000미터 연봉들이 머리에 이고 있다.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카페에서 밖의 경치를 구경하며 먹겠다고 잘난 척 하다가 거의 우리가 익을 뻔했고, 롤러와 연결된 차양속으로 얼른 피했기 망정이지, 얘들은 화상을 입을정도....., 산정에서 밑에 있는 마을을 보는 분위기는, 중앙고속도로 원주에서 제천 방향으로가다가 신림 어디의 산 속 같은데..... 독일식 돈까스와 비프스테이크 등 티롤식 점심으로 분위기는 기가 막힌데.... 병건이 되게 힘들었을 거다.
점심을 마치고 고속도로는 인스부르크 옆을 지나 이태리로 향하고 인스부르크에서 15분 정도 가면 고속도로가 해발 2,000가까이 오르고 그곳에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유럽의 다리'가 있는데... 얼핏 봐도 까마득한 다리 아래로 기차가 다니는데 유럽의 다리 넘어 이태리 국경마을에 가보니 기차길이 연결되어 있는 걸 보면, 저놈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왔는 지, 루프, 인크라인, 스위치백, 뭐 또 없냐? 참고로 유럽의 다리 휴게소에 가면 맥도날드가 있다. 대단한 미국놈들이지.....

이제는 이태리.
선입견이란 게 있다. 대단히 주의해야 될 문제인데... 예전에 이태리는 거지가 많고, 도둑이 득시글거리고, 동화책에서도 조국을 비웃는 유럽인들에게 구걸한 동전을 집어 던진다는 이야기 등등.... 음! 이태리는 좀 유럽의 수준과는 떨어지는 군!!! 그럼 나도 이태리를 알로 내려다 봐도 되나!!! 까불거리는 마음이 생기고..., 그도 그럴 것이,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차로 20분만 달리면 뮌헨쪽과는 반대, 푄현상의 영향으로 완전히 먼지 펄펄 나는 황무지에 나무나 숲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서부영화에 서부가 안나오는 멕시코와 함께 싼 맛에 서부영화를 찍었다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무대.... 집들은 낡고 제대로 건사하지 않아 허무러
지기 일보 직전이고, 미국에서 국경을 넘어 멕시코를 가면 황량한 바로 그 분위기인데..., 그래도 이태리는 일조량이 끝내주는 관계로 자동차로 2시간 정도 끝없는 벌판에 포도를 심어놓고, 그 포도 어디 그대로야 다 먹겠나? 와인 만들고 쥬스 만들고 그러겠지..... 특이한 건 나무가 없으니 군데 군데 약간 높은 곳에는 성들이 많이 눈에 띠는데, 아마 영주와 농노 시스템이 수천년간 계속 된 영향인가 싶고, 올 때 설명하게 되겠지만 돌로미테라는 높은 산맥과 함께 이태리 반도판이 유럽판과 부딪치면서 생겨난 게 알프스인데, 아직도 이태리 판이 시동이 커지지 않아
미는 바람에 계속 유럽대륙으로 줄지어 주름이 잡히고 있고 일년에 2센치가 뮌헨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나? 창기가 그러데.....

고속도로도 독일의 아우토반은 자연과 잘 어울어진 좋은 환경에 무료인데 반해 오스트리아는 일주일이나 보름간의 사용료를 한몫에 받고, 이태리는 우리 마냥 구간 구간 요금을 징수하고, 가드레일도 녹슨 철판에 기름 먹여 놓은 것 같이 시커먼 판을 이어 놓으니, 분위기 상으로도 벨루인데.... 나중에 남부로 내려오니 위도상도 그렇고 모든 주변 경치나 환경이 완전히 우리 나라와 똑같고, 티롤을 벗어나며 나뭇잎 색도 점점 옅어지더니 검푸른 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하고 특히 인상적인 것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당(Grill)이 고속도로 위에 육교처럼 되어 있어 상행선, 하행선 모두 이용하게 해놨음.

오스트리아에서 점심 먹고 5시간 정도 달렸나 드디어 베네치아!!! 독일서 아침 먹고, 오스트리아에서 점심 먹고, 이태리로도 한 참 들어와 아드리아의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보니 아! 우리도 참 국제적인 사람들이다 하는 감회가 온몸을 아우르고... 이태리에 들어오면서부터 병건이와 교대로 운전을 했는데... 운전자와 선탑자 그리고 승객 여러분의 가열찬 협조에 따라 우리 일행은 고속도로에서 나와 고가도로 시내도로 사거리를 거쳐 우리의 오늘 목적지 베네치아 리도섬으로 가는 카페리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번의 틀림이 없이 지도와 표시판 에만 의존해 완벽하게 도착했다면 이건 우리의 능력인지!, 이태리 도로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지.......

선착장에 도착해 페리를 타기 위해 매표소에 차를 대는데.... 잘생긴 이태리 아저씨가 어른 4, 꼬마 2, 하며 70유로를 내 놓으라는데... 차와 운전자는 한 몸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음.... 우리가 눈치가 9단인데... 그러면서 하는 말이 심상치 않아 창기가 대변인으로 꼬치 꼬치 따져드니 결국 32유로로 떨어지는데, 조심하시라!!! 이태리에서는 순간 방심하면 쓴다는 사실!! 차를 페리에 실어 놓고 배 갑판에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광경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장관인데..... 한쪽으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5월의 태양이 아드리아해를 녹이며 낙조을 연출하고, 반대쪽으로 그 붉은 빛에 에워싸인 베네치아의 건물들이 때로
는 역광의 실루엣으로, 때로는 빛에 교향곡으로 아!!! 아름답다. 슬슬 알로 보던 이태리가 맘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근데 이태리에 한쪽으로 기우는 피사의 사탑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피사만 그런게 아니라 베네치아를 잠깐 훝는 데도 5개 정도는 기울어져 있는게... 아마 전반적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 배는 직선으로 빠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을 위해 최대한 베네치아 가까이 운행하면서 이곳 저곳을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리도', 베네치아 앞에 폭 500미터 정도 길이 3키로 정도로 길쭉한 섬으로 20여개의 호텔과 상가가 있는 섬, 베네치아 전체가 자동차가 다닐 수 없지만 리도는 페리에 차를 가지고 갈 수 있게 되어 있음. 우리 차로 호텔도 찾을 겸, 섬 한바퀴를 일주하고 리도의 외형을 파악한 후, 병건이가 인터넷으로 예약한 호텔을 찾아 여정을 풀고..

다음은 저녁 식사, 약간 덜렁대는 편에, 뭔가 계속 흘리고 다니면서도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는 창기의 준비에 따라 전기로 끓이는 포트가 나오고 햇반에 컵라면과 김치까지 준비는 완벽한데.... 문제는 꼬맹이들을 포함해서 김치 한 조각, 라면 국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곤란한 상태고 냄새가 진동하는 분위긴데.....
야!! 김치와 라면 국물이 그렇게 냄새가 나는지 정말 몰랐네?

일단 전기 포트로 끓인 물을 세면기에 부어 햇반을 녹이고, 정우와 현도부터 순서대로 컵라면에 물을 붓고 김치 꺼내놓고 호텔방문은 잠구고, 창문모두 활짝 열어 제끼고, 속으로는 야! 이렇게 까지 라면 먹어야 하나 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에 햇반 말아서 김치까지 엊어 먹고 나니 야!!! 세상에 이렇게 뱃속이 편안한 게..... 창기가 고집 피우고 집으로 돌아가 컵라면 안가져 왔으면 어쨌냐 싶은게.... 고맙다. 창기야!!!

다음은 설거지, 모든 국물은 입에다 버리고... 휴지로 컵라면 안쪽을 한번씩 닦고, 비닐 봉지에 담은 다음, 1조는 김치와 그밖에 한국인의 장비(남은 컵라면, 햇반 전기 포트 등)를 우리 차로 옮기고, 2조는 비닐에 담을 쓰레기들을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 휴지통에 버리니... 완벽한 작전 성공에, 거의 배낭여행을 차 타고 하는 분위기.....

저녁도 먹었겠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 - 베네치아는 버스, 택시 모두 배로 되어 있음- 내일의 일정을 살피는데, 음 1일권 버스티켓을 사서 아침에 1번 버스로 베네치아로 건너간 다음 어쩌고, 저쩌고 창기와 병건이가 뭔가 궁리하느라 바쁘다. 그 다음은 오늘의 저녁 작전을 무사히 마친데 큰 공헌을 한 두 꼬맹이에게 시상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앵겨야 하겠는데.. 리도는 분위기가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의 주변 정도라고나 할까?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일부 카페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붐비고, 우리도 붐비는 집이 맛있는 집이라며 2유로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이라 쓴 걸 보고 앉았더니 갖고 가면 2유로 먹고 가면 5유로...맙소사!! 맥주에 와인에 저녁 식사후에 만찬이 호사스러운데.... 이태리 남자가 잘 생겼다지만 이태리 여자는 더 잘 생긴게.... 잠시 한 눈을 팔다가 정우에게 그만 들켜버렸다. 더운 날인데도 가죽코트를 입고 앞을 풀어헤치고 너무나도 쭉쭉빵빵 잘생긴 글래머 미녀에게 눈이 팔려 우에서 좌로 얼굴이 돌아가는 실수를 반대편에서 본 정우가
"아빠! 저 여자와 결혼 하실꺼예요?"
"응! 아--니"
"근데 그렇게 멍청하게 쳐다보세요!!!" -멍하니도 아니고 멍청하니 였음-

순간 좌중은 우리 부자 개그에 완전히 자빠지고... 나, 완조니 쪽팔렸다. 여자와 아이들이 호텔로 들어간 다음 긴 하루를 정리하며 맥주와 수다와 함께 베네치아의 첫날밤은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