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28구간(화방재-피재/함백산)

마운차이 2005. 7. 22. 14:34

일시 : 2004. 6. 6 03:45~11:15 (19.5Km, 7시간 30분)

산행구간:화방재(935)-만항재(1,330)-함백산(1,573)-은대봉-싸리재91,268)-금대봉(1,418)-매봉(1,303)-피재(920)

날씨 : 산행하기 좋게 흐리다가 쨍쨍 맑음


  두 주 연속 대간산행을 하게 되는 행운을 누리면서도 내심 지기재에서 비재까지 하도 혼나고 난 터라 오늘은 긴장이 된다. 더욱이 해발 1,300에서 1,550대를 오르내리는 고산지대라 부담이 되지만 앞으로 병장 진급하면 다닐 구간들이 엄청난지라 오늘은 보너스 받는 마음으로 산행을 준비한다. 중간에 향로봉 산행에 빠진 대원들이 많아 거의 한달 만에 보게 되는 대원들도 있어 반갑게들 인사하느라 차가 화기애애하다.          


 03:45 화방재(935) 껍질달린 돼지고기가 맛있는 화방재 휴게소를 뒤로 하고 두세채 있는 집들 사이로 대간은 시작된다. 마루금 좌측은 트여 있으나 처음부터 좌측은 웅장한 전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우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경사는 처음부터 높아지고... 다행이 가스는 뿌연데, 이슬은 없어 선두에서 젖을까봐 걱정하는 부담은 없다. 4시가 되면서 어디선가 총소리가 탕! 하고 한방 들리는데..  이 시간에 뭔 소리다냐? 다들 한마디... 한 10여분 간격으로 3번째 들리더니 잠잠해 진다. 태백학생야영장쪽 민가에서 강아지가 계속해서 짖어대는데... 저집 주인 대간꾼들 때문에 새벽잠 깨며 1818 거릴 걸 생각하니 대단히 미안시럽다. 새로 오신 여자대원이 슬며시 옆으로 나가 자리를 비켜주는 게 경사가 심해지고, 오늘따라 이여사님이 한달만에 기운이 펄펄 남는다며 싱싱 나가는데... 어디까지 갈려냐!!

 

     전나무를 지나 삼나무 같기도 하고 낙엽송 같기도 하고 계속해서 웅장한 나무들이 나타나며 수리봉과 창옥봉을 지난다. 능선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산죽밭을 지나다가 싸리가지인지 뭔지 얼굴을 칼싹 때리는데... 대간하다 이렇게 아프게 얼굴을 맞아보긴 처음이다. 아직 새벽잠의 여운이 남아 있었는데... 잠이 번쩍 깬다. 더 조심해야 하는 것은 산죽길 발아래에 간간이 돌과 나무 등걸이 숨어 있어 정신없이 가다 촛대 뼈 한방 맞으면 정말 별 보이겠다. 새들이 신나게 울어대니 동이 틀 모양이다. 새벽 어스름에 지도에 있는 국가 시설물 울타리를 절반 정도 돌아 10분정도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내려오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포장도로 고개인 만항재다


05:00 만항재(1,330) 고한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141번 지방도로.. 새벽이 밝아 오며 만항재에서 우회전해서 가는 포장도로가 대간길... 오백미터 정도 진행하다 다시 산으로 들어가지만 다시 길과 만나고 먼발치에 함백산이 반갑게 맞이한다. 함백산 오르는 길은 산죽과 너덜이다. 너덜길 조심스레 발을 딛으며 저항령에서 황철봉 너덜이 최고 압권이라는 둥, 거기는 다리가 빠지면 발목이 부러진다는 둥, 몸이 통째로 빠진다는 둥 다들 한마디씩... 낑낑대고 정상에 올라오니 여러 가지 구조물이 서 있고 그 곁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인지 간밤의 전투흔적이 널려 있고 갤로퍼 차 옆에 텐트를 치고 자고 있다. 참 허탈도 하지.. 저 사람들은 차로 싱하고 다니는 길을 우리는 새벽잠 안자고 3시간 넘어 걸어서 왔으니.... 

 


 

06:00 함백산(1,573)은 불쌍한 산이다. 남한에서 5번째 높은 봉우리면서 산속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정암터널에서 시도 때도 없이 기차가 지나다니고, 삼척탄좌니, 동원탄좌니 40년 이상씩 이것 저것 파내며 속은 곯을 대로 곯아있으며, 위로는 이리 저리 길이며 군 시설물이며 방송시설물이며 파헤쳐 저 자리 잡고..안팎으로 골병이 들고 있는 데도 저리 의연히 버티고 있다. 정상에는 바람도 심하게 불어 추위를 느낄 정도이며 여러 개의 돌탑이 누군가가 간절히 무엇을 갈구하며 쌓아 놓았나보다.

 

<멀리 태백산부터 화방재 지나 함백산까지>

 

     멀리 태백산 천제단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대간 능선이 화방재를 건너 이곳까지 이어지고 군데 군데 파헤쳐진 각종 구조물들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가 또 이곳까지 이어지고 있다. 장엄한 태백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으로는 오늘 가야할 중함백, 금대산, 청옥두타산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해가 있는 날은 엷은 운무가 시야를 가리는 데.. 오늘은 해는 없어도 사방이 깨끗한 게 시야가 더 넓게 조망이 가능하다. 등산하기 최고로 좋은 날이다. 일찍 올라온 일행끼리 사진을 찍고, 날이 추우니(?) 바람을 피할만한 자리로 내려가 보는데... 이곳 저곳 찾다가 그냥 진행하고 만다.


06:30 중함백(1,505) 도로와 헬기장 그리고 철조망으로 둘러처진 주목보호구역을 조심스레 내려와 꽃이 힘없이 붙어있는 막바지 철쭉 숲을 지나며 평탄한 바위가 있는 특색 없는 능선이 중함백이다. 떡이며 음료며 허기진 배를 채우며 잠시 앉아서 쉬어 본다.  길은 진행방향으로 제3쉼터, 제2쉼터, 제1쉼터로 이어지는데... 중함백 지나자마자 제3쉼터이고 이곳에서 1.2Km지점 안부에 돌의자 서너개로 쉴만한 곳이 제2쉼터... 이곳에서는 우측으로 80m 아래 샘물쉼터가 있다고 되어 있으나 내려가지는 않았고, 왼쪽으로는 고한 방향으로 정암사와 적조암으로 간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1k 지점이 제1쉼터이며 곧이어 은대봉이 나온다. 길 주변은 멧돼지가 많은 곳인지 거의 전 구간을 갈아엎어 놨다고 보면 맞는데... 그놈들도 춘궁기 인지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을 찾으려고 고생한 게 보인다.


07:30 은대봉(1,442) 오른쪽으로 태백 왼쪽으로 고한읍이 옹기종기 보인다. 땅속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추전역에서 고한으로 이어지는 가장 긴 기차굴인 정암터널이 지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해서 기차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게, 태백선이라 한가 할 거 같지만 화물기차 등 통행량이 많은 구간인 모양이다. 은대봉에서 싸리재로 이어지는 내리막 구간은 지리산 천왕봉아래 고사목 구간처럼 하얀 고사목이 내리막에 펼쳐지고 있다

<고사목아래 멀리 보이는 싸리재>


07:50 싸리재(1,268) 태백과 고한을 잇는 38번 국도 그나마 이제는 아래로 터널이 생겨 국도지만 통행량을 썰렁하다. 도로를 건너 산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1K정도 도로를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올 4월 식목일에 식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주목들이 벌써 관리가 되질 않아 벌겋게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무마다 후원자는 정선카지노로 되어 있고 거기에 식목한 사람의 이름이 씌여 있는데... 두달 정도만에 저렇게 죽어가니 일년 정도 지나 죽어버린 나무에 자기 이름이 써 있는 휑뎅그런 팻말을 보면 기분이 어떨까... 심는 것도 중요하고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08:15 금대봉(1,418) 원만하게 오르는 오르막에 정상이 나온다. 멀리 사북에 스키장을 짓는다고 산을 엄청 훼손해 놓은 곳이 보인다. 금대봉에는 양강발원봉이란 표시목과 돌탑이 있고, 산불감시초소도 있다. 이곳 바로 아래 정선쪽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고 오른쪽의 태백 황지는 낙동강의 발원지이다. 비록 이곳은 미미하나 하나는 국토의 동서를 가르고 하나는 남북을 가른다. 요즘은 정상주도 조심하는 게 한 잔 한 후의 산행의 어려움을 아는 지라 80%이상의 산행을 마치고 그날의 상봉이나 중봉 등 의미 있는 곳에 이르러야 윤대장님의 막걸리 한사발 구령이 떨어진다. 오늘은 금대봉이다. 하산길은 지루하게 이어지고 이제 힘이 들 시간이다. 별 이정표가 없는 쑤아발령을 지나 오늘의 최고 난 코스다. 함백산 구간은 고도가 높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비교적 능선이 완만하고 다행스럽게도 눈에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이라 애먹지 않았는데... 힘이 빠지는 시간에 비단봉 오르막은 경사도 급하고 돌길에 숨이 턱에 차오른다. 그 대신 비단봉 못미처 전망대 구간은 오늘의 전 구간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환상의 장소였다.


09:35 비단봉(1,279) 정작 이렇게 힘을 빼고 나서야 비단처럼 길이 곱다고 비단봉인가.? 하산길에 눈에 밟히는 돌이 있길 레 주워서 털어보니 손바닥 한 개 반 정도의 부러진 호피석이다. 한쪽 귀가 부러져 크게 자랑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호피 무늬는 선명한데... 수석의 생명인 돌의 강도를 따지는 질이 약간 떨어져 아쉽긴 하지만 손으로 탈탈 털어 일단 배낭에 넣고 간다. 집에 가면 또 혼날게 뻔하다 요즘은 오이지 누를 일도 없는데... 쓸데 없는 거 주워 다닌다고...

<비단봉에서 왼쪽 산과 밭의 경계선이 대간 마루금>

 

     비단봉 지나 약간 진행하자 앞이 확 트이며 고랭지 채소밭이 나온다. 해발 1,200구간에 인간의 힘은 위대하다. 아직 밭갈이를 시작하지 않은 관계로 밭 한복판이 대간길이다. 그나 저나 큰일은 요즘 중국산 절임배추가 물밀듯이 들어와 우리의 배추재배 농가가 다 망할판이라는데... 이 드넓은 고랭지 배추밭이 기왕 대간길을 훼손했으면 잘 팔리기라도 해야 할텐데... 산이 끝나고 배추밭으로 나오자 이젠 어디가 길인지 허허벌판에 대간기 달린 자리도 없고 길도 모르겠고 겨울 먼발치로 가는 윤대장님의 뒤를 따라 방향만 잡고 숲과 밭이 붙어있는 길이 대간길이다. 밭 사리로 난 도로 위 전기줄에 뻐꾸기가 앉아 뻐꾹 뻐꾸욱 거리는데... 한 10여 미터 떨어 졌나 이렇게 가까이서 뻐꾸기를 보기는 또 처음이다.

 


10:25 매봉산(1,330) 거의 한 시간을 고랭지 배추밭을 헤매다 다시 산으로 들어와 매봉산이다. 길은 좌로 틀어 오늘의 종착지 피재로 향한다. 김과장님의 막걸리로 힘을 돋우고...  하산 길은 피재에서 아까 고랭지 채소밭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만났다 숲으로 들어갔다 하면서 내려오는데... 중간에 전기철조망 같은 것으로 둘레를 친 목장길을 따라 하산하게 된다. 아쉽지만 이 길이 용연동굴 입구에서 시작해 피재를 거쳐 부산 해운대의 몰운대 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347Km의 낙동정맥과 갈리는 길로 간혹 정맥 리본이 보이기도 한다. 언제 해야 할 길이라는 사명감이 마음에 남는다.

 


11:15 피재(삼수령) 옥황상제의 명으로 빗물 가족이 하늘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엄마는 한강, 아버지는 낙동강, 아들은 오십천으로 헤어졌다는 전설이 어린... 그래서 삼수령이라 했다는 전설의 고개... 태백과 하장을 잇는 35번국도의 정상이다. 고개마루 매점 건너편에 고양이 눈물처럼 흐르는 물에 웃통 벗어 붙이고 손이고 발이고 씻고 나니 나는 개운한데... 나 하는 거 보고 내 뒤로 씻던 정재원 선생.. 이 지역사람들이 아끼는 약수에 옷 벗고 씻는다고 매점 아줌마한테 혼났다... 휴-- 옷벗고 씻으면 안돼 지--잉...

 

     오늘은 늘보에서 점심을 나눠주기로 한 첫날 시원한 미역 냉국에 밥하고 게눈 감추 듯 잘 먹었고... 결혼식장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이복수 선생 새신랑 턱 낸다고 삼겹살 준비해 잘 먹었는데.... 덕분에  배식한다고 고생하시는 늘보 대장님들에게는 미안시럽고.. 송구스럽고... 더구나 전 대원과 강남에서 생맥주로 뒤풀이 한다고 잡는 대장님을 뿌리치고 저녁 모임이 있어 혼자 판교에서 내려야만 하는 이 쓰라린 심정을 누가 알아줄까..  판교정류장으로 마중 나온 아들이 배낭을 받으며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어떻게 메고 다니시냐고? 걱정을 하는 데... 그럴 수밖에 돌까지 든 배낭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