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돌로미테

마운차이 2005. 7. 22. 15:13

6. 돌로미테

오늘은 아쉽지만 베네치아를 뒤로하고 알프스로 떠나는 날, 호텔에서 짐을 꾸리고 이틀동안 호텔 뒤편에 겨우 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곳에 세워 두었던 차 문을 여는 순간, 맙소사 이틀전 난리 부르스의 저녁을 먹고 넣어둔 김치가 익을 대로 익어 차 속은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 차 있고,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 페리에 올라 잠시나마 정들었던 리도섬을 뒤로하고 안녕!!

베네치아를 빠져 나오면서 창기의 고민은, 오던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이태리의 유명한 호수를 구경시키느냐!, 아니면 산악인의 영원한 고향 돌로미테를 둘러보느냐! 인데 병건이의 강력한 주장으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돌로미테로 출발!!! 돌로미테는 이태리에 속해있는 동부 알프스의 거대한 산맥으로 1차대전후 오스트리아에서 이태리로 편입되었지만, 이태리 사람이나 오스트리아 사람이나 이곳이 이태리에 있지만, 서로 그곳은 티롤이라고 별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고, 우리가 보기에도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보았던 티롤 분위기인데....계속해서 두시간 정도의 고속도로를 완만하게 올라서 우리 개념으로 국도로 들어서자 설악산을 오르는 한계령이나 미시령길 그대로의 분위기....

그나마 지금 길은 현대식으로 다시 만든 모양이고, 차에서 내려 잠시 쉬면서 주변의 경치를 살피니 예전에 사용한걸로 보이는 도로나 터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지금은 트레킹이나 산악 자전거 하이킹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런 길에도 대낮 터널속에는 조명을 밝히고 있는데... 관광을 위해 작은 것도 배려하는 그야말로 선진국, 이름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스키와 등산 하이킹 등을 위한 코르티나란 도시에 내리니 작은 도시 주변으로 온 사방이 말 그대로 전부 스키장이요! 등산로... 슬슬 병건이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하고 그 뜻에 부응하기 위해서 산악열차나 케이블카를 이용해 가까운 산 정상을 오르기로 하고 케이블카 터미널에 가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곳은 6월부터 9월까지는 여름휴가를 위해 그리고 다음해 4월까지 스키시즌을 위해 일하고 지금은 모두 휴식을 위해 휴가를 떠나고, 케이블카나 그밖에 것들도 움직이지 않는 다나!!! 병건이 안됐다.....

돌로미테(Dolomites)란 지역명은 돌로마이트라는 암석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인데, 동부 알프스지역에 특이한 지형으로 석회암 성분의 붉은 빛을 띤 암반이 햇빛의 밝기에 따라 독특한 형상을 나타내는데... 3000에서 4000미터 되는 눈덮힌 알프스의 연봉사이로 붉은 기둥을 드러내며 기기묘묘한 형상의 암봉들을 만들어 놓아 주변과 어울리는 경치가 장관..


일단 등반을 포기하고 창기가 다음으로 안내한 곳은 자연휴양림인데.... 다른 것을 이용할 수 없으니 자연휴양림에서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가자는 제안에 운전을 하는 나는 약간 긴장되지만 그래도 오케이, 사실은 우리 차가, 힘좋은 독일차는 이태리에서는 손타는 일이 많아 창기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일제 도요다인데 우리 입장에서 그거도 감지덕지 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싱싱 달리는게, 어른 5명, 꼬맹이 둘에 짐을 가득 실은 상태라 고개길에서는 힘을 못쓰는데.... 비포장 왕복 2차선 길을 3단도 힘들어 2단으로 겨우 올라가는 험로...

주변의 경치가 겨울속으로 가는 분위기, 슬슬 주변의 숲속으로 눈이 보이고 드디어 눈이 쌓여 한쪽으로 녹고 있는 길을 지나 면서는, 나는 차 돌릴 길만 찾는데 드디어 바리케이트가 나오고 더 이상 진행이 곤란하다. 좁은 길에 차를 돌리고 야트막한 언덕으로 올라가니 잘은 모르지만 알프스의 하이디나, 사운드오브 뮤직에 나오는 넓은 평원에 주변은 알프스의 연봉이 우리를 감싸고... 약간씩 뿌리는 빗방울은 말이 비지 거의 눈 녹은 물인데... 다들 등산을 위해 창기가 미리 준비해둔 겨울파카를 끄집어 입고 주변의 경치에 넉을 놓고 있는데...

그래도 5월의 평원이라 잔디 사이로 이름모를 알프스의 꽃이 지천으로 피어있고 그중에는 들어나 봤나 에델바이스..... 병건이의 슬라이드용 사진기가 부산을 떠는데도.. 호텔에서 아침 잠깐 먹이고 맥도날드 보면 사주겠다고 여기까지 끌고 오는 바람에 2시가 넘도록 쫄쫄 굶은 불쌍한 꼬맹이들은 차에서 곯아 떨어져 내리지도 못한다.

경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눈에 불을 키고 먹을 거 파는 데만 찾는데... 산중턱에 카페들은 아까 말한 이유로 모두 문닫아 걸고 대꾸도 없고, 겨우 찾은 기념품판매소와 붙은 매점에서 가운데 벌어진 빵에 소세지 박힌 샌드위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침개 속에 고기든 그렇구 그런 거 몇 개 사서 먹을 판인데... 쨔쟌--- 창기의 기지로 물 끓이는 포트에 물을 가득 담궈 주인에게 전기로 물 좀 끓여 달라고 부탁했더니 전기로 끓일 생각은 않고.... 빨대같은 스텐봉을 찬물이 든 포트 속에 넣고 스팀을 트니 잠시만에 찬물이 뜨거운 물로 변했는데.....

야!! 대단한데... 자! 이제는 먹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뜨거운 물을 차에 싣고 먹을만한 곳을 찾는데.... 겨우 찾은 곳이 도로 옆에 붙은 건초 보관하는 거의 쓰러져가는 통나무집을 찾아 아무도 없는 우리만의 장소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아까 산 정체 모를 샌드위치는 아무도 안 먹고, 그렇게 냄새난다고 투덜거렸던 김치를 척척 올려 컵라면을 후루룩 먹더니 거의 맛이 갔던 꼬맹이들이 생기가 팔팔한게 모두 국물하나 남기지 않고 삼일만에 속을 풀었다.....

자 이제는 출발!!! 한참을 가다보니 창기가 소리치는 방향을 보니 비 그친 파란하늘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우뚝 솥아 오른 붉은색 돌로미테 봉우리는 경외심 마저 느끼게 할 정도인데 다들 차 세우고 남의 농장에 나무로 만든 경계 울타리에 올라가 사진 찍고 하면서도 이렇게 좋은 자연을 가진 니들은 참 좋겠다 하며 정말 부러워했다. 나중에 서울와서 인터넷을 뒤지니 '클리프 행어'에서 실버스타 스탈론이 산 위에 매달려 있던 곳이 돌로미테라니, 현대판 마카로니 웨스턴인가?

그림 같은 집들과 산들 그리고 좋은 경치를 뒤로하고 국경도시 볼차노를 지나 커다란 계곡을 가로지르는 원형아치의 다리를 지나니 처음 우리가 베네치아로 가던 고속도로를 만난다.
아!!! 처음 느낌에 먼지 펄펄 나던 그 길 뒤로 이제까지 봐온 전혀 믿기지 않는 신선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고, 수많은 고대 역사의 유적과 살아 숨쉬는 자연의 세계를 모두 갖고 있는 이태리가 그저 부럽기만 할 따름이다.

다시 인스부르크를 지나 여기 올 때 점심을 먹었던 티롤의 까페를 조금 지나니 오늘의 목적지 세필드!!! 우리 일행을 위해 창기의 랑거 사장이 특별히 빌려주었다는 세필드에서 최고의 티롤풍 삼각지붕으로 된 비켄발트 콘도형 아파트... 독일의 부자들만 올 수 있다는 1인 1구좌의 콘도는 사람들이 모두 퇴근한 후라, 입구 창문에 우리를 환영하는 쪽지가 붙어 있고 미카엘라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키 박스를 열고 열쇠를 찾아 콘도 현관도 열고 우리방도 열고!!!

맙소사 방에는 랑거사장의 장식품들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고 말 그대로 최고급 시설인데... 수영장과 사우나는 마음대로 사용 할 수 있고... 현관 프론트에는 둥근 소파가 벽난로 주위로 자리잡고... 성수기가 아닌지 우리 이외의 여행객을 몇 볼 수 없는데....너무 방을 이쁘고 앙징맞은 장식품과 동양풍의 도자기들로 꾸며 놓은 관계로 우리 꼬맹이들 일거리 만들까봐, 일단 손 안타는 벽장 속에 일부 치우고... 베란다 쪽으로는 키 큰 전나무 숲이 계속 이어지는데.... 아!! 행복하다.

요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저녁을 해먹고, 피곤한 꼬맹이들 모두 잠드는 거 보고 찾아간 곳은 세필드 카지노.... 까만 정장 빌려 입고 우리야 겨우 하는 게 슬러트머신인데... 우리의 호프 창기는 촌놈들에게 보여준다고 블랙잭 판에 끼어 한 수 거들다가 아마 창기 그날 밤, 돈 좀 잃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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