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인스부르크

마운차이 2005. 7. 22. 15:14

7.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아침 일찍 부산을 떨어 세필드 CC에 도착하니 8시30분 아직 9시가 멀었다. 이곳은 유럽투어의 코스로, 유럽의 명문 코스들을 보통 부자들이 고급 호텔에 경비행기 타고 2,000만원 내고 치러오는 곳으로 창기가 이곳을 치기 위해 서울에서 회원권 사본을 가져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아무리 해봐야 회원권을 구할 수가 있나! 결국 못 구하고 갔는데....

해발 1,300미터에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만 플레이가 가능하고 주변의 소음이란 숲에서 나는 소리와 새소리만 들을 수 있다고 골프장은 자랑하고 있음. 9시가 조금 안됐는데... 프론트에 한방 할 것 같은 떡대 좋은 아줌마가 나타나 신청을 받는데 그렇게 명문 구장이라지 만 비수기에 평일이고 보니 사람은 아직 우리밖에는 없고, 이곳은 전세계의 회원권을 가진 사람은 준회원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데....

 

 창기가 부지런히 설명하여 우리는 한국의 회원권이 있는 사람인데... 여행 중에 가져오지 않았다고 설명하니 신청서를 작성하라구 주는 데 각자 이름 쓰고, 대충 주소 쓰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회원권란에 나는 우리집에 가까운 강남 300CC 쓰고, 병건이는 남서울 CC썼나?, 등치는 떡대인데 맘을 곱기가 비단인데, 결국 우리는 준회원 대우로 3명이서 150 유로내고 치게 되었는데... 그럼 1인당 5만원에 서울에선 20만원-----,

각자 구루마에 1개씩 가방을 엊고, 눈이 부시게 화창한 날에 1번 홀부터 티샷을 하니 입구는 좁은 듯 한데 드넓은 평원 뒤로 하얀 알프스 봉우리 보며 깡!!!----- 이곳의 특징은 약간 분지처럼 옴폭 들어간 곳에 골프장이 자리잡고 있고 360도 주변이 눈 덮인 산들로 에워싸여 있어 어느 곳으로 치나 눈 덮인 알프스를 볼 수 있었다. 병건이는 골프도 골프지만 내일 등산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어 이 봉우리 보면, 낼 저거 오른다 했다가 저 봉우리 보면, 저거 오른다 했다가 골프 칠랴!, 낼 계획 잡으랴 마음이 바쁘다. 하늘에는 경비행기들이 하얀 금을 그으며 봉우리들 바로 위를 스치듯이 날아다니고, 독수리나 매처럼 날개 큰놈들이 글라이더 비행을 하며 구색을 맞추고, 신발도 그렇고, 채도 남의 채고, 해서 벌써 타수는 개판을 쳐도 핑계거리가 있으므로, 돈도 걸리지 않았겠다... 마음 비우고 툭 툭 치며 주변 경치 보기에 넉을 빼놓고 있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환경이 있다니!!! 아무 것도 자연을 거슬리게 만들어 놓은 것이 없다.

꿈의 라운딩을 마치고 우리와 다른 두 테이블 정도밖에 사람이 없고, 새소리를 들으며 넓은 나무 테라스 카페 그늘에 앉아 알프스의 연봉을 바라보며 바이스비어를 한 잔 씩 하는데... "선계인가 불계인가 이곳이 무릉이다" 나 알프스의 무릉도원에 갔다 왔다....

오후에는 인스부르크, 오전에 수영과 시내구경을 마친 꼬맹이들과 엄마들과 합류하여 오후에는 몇 번 고석도로 옆으로 지나다니기만 하던 인스부르크에 갔는데... 실상 남자들이야 시내 구경이야 그렇고 창기가 여자들에게 세계적인 유리보석 전문인 스왈로브스키 직매장을 구경시킨다는 목적, 폴란드 사람이 오스트리아로 와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는데...내가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 여자 둘이 이곳에 정신을 팔고 있는 시간에 창기는 잠시 회사일로 인스부르크 시청에 다녀와야 한다고 하고, 병건이와 나는 꼬맹이들이랑 이고 저곳 기웃거리는데...

인스부르크 시내 뒤로 시 전체를 감싸는 넓은 병풍 같은 노드파크, 2,334미터 바위산에 기차와 케이블카가 다니고 있고 병건이는 요번에는 저 산을 오르겠다고 지도사고, 케이블카 알아보고... 나중에 창기 와서 이곳은 별거 아니라며 말리고...

이곳도 우리에겐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한 곳이고, 창기의 표현에 의하면 유럽의 중심지가 뮌헨이고 생산과 물산의 중심이다 보니 아가씨들의 옷차림이 제법인데... 알프스의 산골 도시임에도 우리가 보기에도 옷차림들이 상당히 세련된 게... 뭔지 인스부르크도 한방이 있는 모양임..

오후 5시쯤 되었을까 해가 기울며 건물 한 모서리에 그늘이 지자, 브라스 밴드가 교향곡을 연주하는 데 가서보니 2-30대부터 6-70할아버지까지로 구성된 우체부 밴드인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연주를 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음.

인스부르크의 뒷산에 못내 아쉬워하는 병건이를 끌고 창기가 안내한 곳을 우리가 머무는 세필드의 스키 코스들이 즐비한 세필드 요후로 가는 케이블카 터미널, 처음계획은 애들이랑 여자들은 케이블카로 2,070미터의 세필드 요후까지 가 카페에 있고 우리는 세필드 요후를 거쳐 2,221미터 정상인 세필드 스피츠까지 가기로 계획하고 도착해 보니, 이크!! 이곳도 케이블카가 논다. 병건이 되는 게 없네.... 결국 이 코스는 꼭 해야되겠다는 병건이의 주장과 전체일정을 고려하는 창기의 고민이 잠시 옥신각신하다 산에는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었지만 남아 있는 사람을 위한 운전사가 없어 나는 남기로 하고 그대신 병건이는 낼 새벽 5시에 출발해 정오까지 내려오기로 결정을 마쳤는데...


병건이는 집에 오자마자 등산장비를 주섬주섬 꾸리고 창기와 나는 약간 가제 눈을 뜨고 흘끔거리고 애라 모르겠다 너나 잘 갔다오고 우린 술이나 먹자 하고, 새벽에 나설 병건이랑 애들 재우고, 세필드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며 심야 카페에서 스카치 위스키도 한잔, 꼬냑도 한잔 해가며 독한 술로 밤을 지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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