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베네치아
리도의 아침,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가 독일 식당에서의 아침처럼 의외로 푸짐하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서는데 오늘은 하루 종일을 걸어서 다녀야 할 것 같다. 아침 8시인데도 벌써 머리 위로 올라선 태양이 오늘 하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하루권 버스표를 사서 건너가며 리도에서 본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 낭만의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건물과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의 활기찬 모습이
벌써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베네치아로 건너가 처음 내린 곳은 탄식의 다리, 이 다리는 감옥과 연결되는 통로로 죄수들이 감옥에
갇히기 전 밝은 햇빛을 보며 탄식을 했다나? 그런데 다리 밑으로 건물들이 점점 가라앉고 있다는데, 아마 이런 차별 침강 현상으로 기울어진 건물이
많은 것 같고 일부는 옆에 건물에다 지지대를 고여 논 것도 많아 이 아름다운 유적을 보호하는데 고민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또 베네치아
전역에 거의 1층은 이미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
다음은 산마르코 성당, 산 마르코 광장 및
두칼레 궁전으로 두 개의 건물과 그 앞의 넓은 광장이 아마 베네치아의 하이라이트인데 운동장처럼 넓은 광장에 수많은 비둘기들이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서로 먹겠다고 먹이를 던질 때마다 수십 마리씩 몰려들어 정우와 현도는 비둘기 먹이 주느라 정신이 없고..... 산마르코 성당에는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줄을 엄청 서 있는데 우리는 줄서기를 싫어하는 관계로 다음코스로 이동..... 성당 옆에는 커다란 시계탑을 보수하느라 실크스크린으로
정교하게 시계처럼 포장만 인쇄해 놨는데..
역시 섬유의 고장이라 처음엔 이게 시계인가 했는데.. 시계는 보수중이고, 나폴레옹이 프랑스로 가져간 걸 다시 반납 받아 제자리에
둔 건데... 프랑스놈들 남에거 가져가기 좋아하다 우리나라 외규장각 도서 다 훔쳐가 놓고, 테제베 살 때 돌려 줄 것처럼 뺑기 치다가 결국
안주고 양심불량이더니 요번 월드컵 때 우리나라 귀신들한테 홀려 꼴대 만 5번 맞히고 한 골도 못 넣고 엉엉 울며 돌아갔으니.... 쌤통이다.
이제부터는 골목 산책인데, 종로에 가면 고관대작 마차 지나갈 때마다 예의 차리기 귀찮아 뒷골목 만들고 피마길이라 했다는데... 딱
그만한 골목에 중간중간 물 길이 있고 물 만나면 다리로 건너고, 나중에 책에서 보니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과 그 섬을 잇는 378개의 다리로
이루어 졌다고 함. 길마다 좌우 전부가 여자들 눈 돌아가는 소위 말하는 명품, 나는 말해줘 도 못 알아먹는 조르지오 어쩌구, 세르 뭐라구 등 등
가죽, 의류, 구두, 시계, 여자 손가방 등등 박영미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하는데.... 상점마다 구경하느라 도대체 진도가 안나간다, 재미있는
건 영미가 짝퉁으로 차고 간 까르띠에 시계와 똑같은 시계가 쇼 윈도우에 폼나게 있는데...
내 원 참 짝퉁도 5만원이라는 데 요즘 만원이면 시계가 지천이라 5만원도 비싸달 판에 진짜는 수백, 수천 으!!--- 골목을 돌다가
베네치아 중심을 S자로 관통하는 대운하를 만났는데 폭이 100미터 정도 될라나? 버스와 택시 그리고 곤돌라가 부산하게 다니고 그 위로 가장 큰
다리가 리알토 다리인데 그 다리의 난간이 이태리 대리석, 여기는 난간이고 바닥이고 온통 대리석 투성인데 그만큼 세공과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처음, 이태리 맘먹겠다는 심정이 점점 사라지고 속으로 대단한 나라라는 감탄이 절로 난다. 이 대리석은 비교적
물러서 창기가 다리난간에 수많은 낙서 틈에다 뾰쪽한 걸로 박정우, 김현도 하고 새겨놨는데... 이 다리에 이름을 새기면 다시 올 수
있다나.....
아까 대수로를 여러 명이 타는 곤도라로 건너, 다시 수상버스를 타고 간 곳은 무라노 섬. 유리 세공의 본산지로 TV에서 몇 번
봤듯이 긴 쇠대롱에 불로 녹인 유리를 불어 병과 장식품 등을 만드는데, 색의 현란함과 모양의 정교함이 이태리 인들의 예술감각을 잘 엿볼 수
있었음. 어느 집이나 들어가면 다 유리 공장이고 입구는 시연을 하고 출구는 전시 및 판매장으로 되어있는데... 입구의 시연장에 조그만 접시를
놓고 성의껏 본 값을 놓고 가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오는지 땡큐 밑에 '감사합니다' 한국말도 한자리....
이집 저집 유리세공
구경을 하면서 우리 꼬마 뭉치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부탁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현도 뭉치가 연습용 불량품 싸게 파는 거 하나를
건드려 결국깨먹고, 주인장이 와서 하는 말이 10유로 주면 말 3마리를 주겠다니 별로 살 생각은 없었는데 현도 덕분에 사게 되었는데.... 집에
가져와 방에 놔두니 그게 제일 쓸만한 기념품인데 그래도 비싼거 안 건드리고, 싼거라 살수 있었으니 현도한데 고맙지 뭐....
무리노 섬을 횡단하고 반대편에서 버스로 다시 베네치아로 돌아와 아까 봐둔 카페에서 정통 이태리식 피자, 스파게티를 맛나게
먹고.... 스파게티는 해물과 일반 케챱 소스 모두 우리 입맛에 맞는게 먹을만 함. 베네치아를 한바퀴 돌고 다시 두칼레 궁전과 산 마르코 성당
앞에오니 아침에 긴 줄은 없어지고 여유 있게 들어가 구경하는데.. 아! 대리석과 모자이크 장식이 입이 딱 벌어질 정도, 장식의 섬세함과 색의
현란함이 극치를 이루고...좋겠다, 조상 잘 만나...돈을 내면 성당 3층으로 올라가 모자이크와 장식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는데...이제는
우리가 입장료 내는데는 안 간다는 사실을 창기도 잘 알고 있음.
골목 틈틈이 걸어서 도느라 어지간히 피곤한 상태라 호텔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이는데... 꼬맹이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고, 나는 방도 다르고 피곤해 골아 떨어졌는데... 병건이가 두놈 데리고 나가 자전거 2개로
차를 만들어 지붕까지 있는 2인승 차에 꼬맹이 둘 앉히고 타고 있는게, 잠에 깨 나가보니 나도 재미있을 꺼 같아 앞, 뒤 두줄로 된 4인승으로
바꾸고 엄마들까지 나와 일가족 6명이 리도 섬 이곳 저곳을 타고 다니는데... 동양인들이 왔다리 갔다리 하는게 신기한지 다들 쳐다보고 어느새
잠깬 창기는 우리를 한참 찾다가 어이없는 모습을 보고 사진 찍는다고 난리고...
저녁 어스름이 내릴 때쯤 다시 버스 타고 대운하를
초입부터 보며 베네치아의 야경을 감탄하며 둘러보다 서울에서 가져간 여행책에 음식이 맛있다는 집을 찾아 이골목 저골목을 한참 뒤지다 찾은 집은,
서울의 제일 작은 라면집 정도로 테이블 4개짜리... 그나마 문닫고 장사 안한 지 한참 되는 분위기... 역시 배낭여행족 위주의 책이라
우리한테는 잘 맞지 않아 대타로 그중 큰집에 가서 베네치아의 만찬을 음식 푸짐하게 시켜놓고 와인과 맥주로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