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스탠베르그

마운차이 2005. 7. 22. 15:07
3. 스탠베르그 CC

오늘은 한 주일간 우리와 같이 할 차를 빌리는 날, 아침에 렌트 회사에 가보니 일제 도요다 회색 HIACE가 우릴 반긴다. 9인승에 자리도 넉넉하고, 특히 제일 뒷편에 골프 클럽을 3개나 넣고, 우리 여행 보따리를 모두 넣어도 될 만큼 넓은 공간이 있어 우리 일행이 여행하기는 안성맞춤,

이제 차도 빌려 놨겠다. 병건이가 도착하기 전 창기가 마련한 회심의 카드 스탠베르그 CC, 뮌헨 교회에 스위스 가는 방향으로 약 40분정도 떨어진 골프장으로 우거진 숲속에 골프뿐만 아니라 승마와 하이킹 및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 뮌헨에 주재하는 KOTRA 한국지사장에게 창기가 어려운 부탁을 해 마련한 것으로, 또 한 사람의 30살 정도 먹은 한인 2세가 동참했는데, 매너도 굿이고, 우리말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골프코스로 다듬어진 길옆에는 사람 키 10배쯤 되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약간 높은 곳에서는 바다 같이 넓은 호수 뒤로 알프스의 연봉이 보이는 환상의 코스.....
너무나도 화창한 토요일 오후, 엄마들이랑 애들은 뮌헨시내를 꼭 구경해야 한다고 떨궈놓고
알프스가 보이는 드넓은 평원으로 이어지는 연습장에서 한바구니 몸도 풀고, 얼굴에는 선탠 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드디어 출정..... 창기가 골프 친다고 몇 번 준비하라 했지만, 창기의 말대로 준비한다면, 골프화, 등산화, 조깅화, 정장 구두, 슬리퍼까지 신발 준비만 만만치 않아 미국에서 종숙이가 사준 스케쳐 신발로 골프 신발 대신해서 치는데, 전반 3홀정도 룰루 랄라......,

아! 친구 잘 둔덕에 독일까지 와서 환상의 코스에 내가 나와 있구나 하는 감상에 골프 치는 건 둘째고 분위기 즐기느라 거으(?) 홍콩인데..... 예의 심상치 않은 함부르크 비구름이 천둥 번개를 동반하고 꾸르릉 하며 운을 띄우기 시작하는 게 어째 심상치가 않고, 노루인지, 사슴인지 이놈들도 비 안 맞으려고 필드를 가로질러 성큼성큼 집으로 가는데.....

창기와 일행들은 요즘의 뮌헨 날씨가 말짱하다가 비뿌리다 그러고, 지금도 해 나면서 비뿌리는 여우비 오는 모양이 오늘은 아마 지나가는 비일 거라 한다.
그러나 비는 점점 거세지고, 주변에 앞뒤로 치던 독일인들은 다 철수하고, 앞 홀도 비여 있고, 뒤에 쫓아오는 사람도 없고, 이건 대통령 골프보다 한수 위 창기의 말을 들으니 이곳 사람들은 어지간히 비가 내리면 모두 철수한다니 지금쯤 이 골프장 전체에서 치는 사람은 아마 우리뿐이 없으리라 한다. 그럼 교황 골프인가? 같이하는 우리팀 동반자들은 모두 '의지의 한국인'들이라 그만 치자는 사람이 없고, 나 역시 우중 골프는 서울에서는 기본이라 우산이 없어 비를 맞기는 하지만 더치고 싶은 욕심이 앞선다... 더구나 여기가 어디냐? 독일 아니냐!!!

전반 9홀이 끝나고 우리 같으면 그늘집 대신 아무도 없는 통나무집에 모여 각자 가져온 쵸콜렛과 음료수를 나눠 먹고 궂은 날씨를 얘기하는데..... 이제는 번개까지 치고 키큰나무가 있지만 우리가 휘두르는 게 쇳덩어리라 번개가 훨씬 좋아하지 않을까 슬쩍 걱정도 되고, 글립과 장갑도 완전히 젖어 이제는 정상적인 라운딩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 결국 의지의 한국인들은 3홀 정도 포기하고 완전히 비맞은 생쥐 꼴로 클럽하우스에서 바이스비어 한잔하며 오늘의 무용담을 주고받는데..... 이구동성으로 뮌헨에서 5월에 이렇게 비가 오는 걸 보는게 처음 이었다니 내가 비를 몰고 왔나 싶기도 하고... 비가 오기 시작한지 2시간 정도 지난 상태라.... 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클럽하우스 카페에도 손님은 우리뿐이 없고, 이런 날씨에 억세게 치는 사람을 못 본 카페주인은 약간 한심한 듯이 우릴 쳐다보고..... 그래도 이런 훌륭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했다는 기쁨으로 2시간 넘도록 비를 맞았어도 컨디션은 최고인 게, 확실히 여행체질 임을 확인했음.

창기의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천둥에, 번개에 비는 계속되고, 삼일 전 우리처럼 11시간의 비행과 4시간의 기차 여행 후 약간 맛이 간 병건이를 뮌헨 중앙역에서 바이스비어와 함께 맞이하니, 이제 본격적인 우리의 유럽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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