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바이스비어로의 여행

마운차이 2005. 7. 22. 15:03

1. 바이스비어로의 여행

저번 유럽여행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스케치를 했다면, 요번은 거기에 색을 입혔다고나 할까?-----, 더구나 순간 순간의 프로그램이 창기의 고뇌에 찬 생각과 생각으로 점철된 노력의 산물이란 걸 알게 되고는 차마 글로 하기가 내심 어려웠다....
여건은 달라도 다들 사는 건 비슷하다. 그 와중에 '친구들'과 '남편의 친구'와 그 가족들을 위해 사랑을 베풀어준 은경씨와 창기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보낸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10일간이나 휴가를 내고, 그것도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우리네 문화로 보면 적잖은 무리가 간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하는 엄청난(?) 일이 이 정도 휴가는 당연히 누려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내 돈으로 마음의 양식과 견문을 넓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룩하는 과정이므로 회사는 고마워해야 한다'고 자위하면서 휴가를 냈다.
휴가 가기 전날까지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 한 구석이 께름직했는데... 정말 프로답게 독일행 비행기에 오르니 벌써 직장 문제는 잃어버린 지 오래고 새롭게 다가올 미지의 세계와 이번 여정을 한번 훑은 각종 여행정보들이 머리를 스쳐간다.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관문은 유럽의 기차 타기, 비행기야 서울에서 일정에 맞추어 마련된 티켓으로 제시간에 수속하고 타면 되지만, 기차는 아무래도 표 사는 거부터, 기차역 찾아가기, 갈아타기, 그밖에 자잘한 일들이 부담스럽고, 일단 독일말이 전혀 불가하니 눈치로 때려 잡기다. 11시간의 비행 후 무사히 푸랑크푸르트(FF) 도착하고 좌우를 두리번거리니 우리가 내린 곳은 국제선 전용2청사, 이곳에서 기차를 타려면 1청사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음---- 셔틀버스가 있군... 그렇다면, 1청사로 이동해서, 지하철을 타고, FF 중앙역으로 간 다음 거기서 뮌헨가는 초고속열차를 타야겠군..., 가능하면 중간에 갈아타는 것 말고 직통으로 타야 될텐데.... 그걸 어떻게 설명하나... 음.. 경숙이를 시키면 되겠군..... 하며 온갖 생각으로 꽉차 있는데-----, 셔틀버스의 옆에 서 계시는 분이 한국 살람 같은데, 독일표 한국 살람 같더란 말이야..... 그래, 비행기에서 옆자리 남자한테 한번 당했던 터라 - 비행기에서 옆자리 사람한테 쑥스럽고 쪽팔리고 그러면서 겨우 물어봤더니, 자기도 독일 처음 온다고 했음- 조심스레 지하철 타는 법을 물어보니, 마침 자기가 슈트트가르트에 사는 한국 교민인데, 이 길로 바로 기차 타러 가는데 자기는 한국에서 비행기표와 기차표가 연동된걸 사왔다며 대한항공에서 그 서비스를 하는데, 다음 부턴 그걸 사란다. 그리고 1청사로 와서 FF공항역 매표소에서 바로 뮌헨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주는데 아- 벌써부터 하느님이 나를 도와주고 계시는구나 하는 느낌이 팍-- 오드라니까!!!

기차표라고 해봐야 A4한장에 어른 3, 어린이 2 돈은 얼마 해놓고 FF비행장역에서 FF중앙역까지 간 다음 몇 번 플렛홈에서 갈아타고, FF중앙역에서 슈트트가르트 역까지 간 다음 다시 갈아타고, 슈트트가르트에서 뮌헨까지 가게 되어있는데 총 3시간 30분.....
병건이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금액 알아본 거에다 13유로가 더주고 훼밀리티켓으로 해서 5명이 왕복 총 400유로 였는데, 병건이 혼자 나중에 끊을때는 편도 75유로 정도이니 엄청 싸게 구한거지...

근데 우리 기차표 사주신 아저씨가 우리의 편리를 봐주시고 같이 아래 층에 있는 플랫홈에 내려오니 그 아저씨 기차가 막 들어오고 하마트면 우리땜에 기차 놓칠 뻔했는데....하도 고맙길레 내가 '어디사시는 누구신지요 함자라도 기억하겠습니다'. 하면 '의주 사는 임상옥이라 하오' 할 줄 알았는데... 내가 그렇게 물어보니, '좋은 여행되십시오' 하더니 그냥
기차로 올라버리는 거야, 이국땅에서 말 통하는 우리 동포가 고맙고, 반갑고, 자랑스럽고....

2분후, 이제 다음은 우리가 기차를 탈 차례, 같은 플랫홈에 있는 외국인에게 경숙이가 슬쩍 물어보니 우리가 타는 기차가 뮌헨까지 직통으로 간단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잠시후, 들어나 봤나!! 미끈하게 생긴 ICE(이체에)에 올라타서야 독일의 기차시스템이 어렴풋이 잡히는데 기차에는 자리마다 우리나라 박람회에 가면 7폭 양면으로 병풍처럼 접은 안내 팜프렛이 있듯이 기차 1편의 여정이 중간 중간 광고를 곁들여 죽 있는데, 우리 기차는 베를린발 뮌헨행 ICE 921 엘리자베스호,
이를테면 FF공항역 다음역이 FF중앙역인데, 그곳에서 이 기차와 연결되는 유렵각지로 떠나는 기차와 시내를 연결하는 지하철까지의 상황이 죽 나와 있는데..... 이 기차로 FF중앙역에서 내려 슈트트가르트 경유 뮌헨으로 가는 원래 우리 기차는 30분 더 일찍 도착하고, 우리가 이 기차를 타고 그냥 뉴렌베르그를 경유해서 가면 30분 정도는 손해보지만 갈아타지 않고 갈 수 있는 상황인데....., 나중에 돌아올 때 확인해 보니 슈트트가르트쪽은 보통 250키로 이상으로 기차가 다니고, 뉴렌베르그쪽은 보통 160정도 다니므로 갈아타도 그쪽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는데 아마 기차길 사정이 그쪽이 훨씬 좋은 거 같음.....

서서히 기차 시스템에 대한 파악이 끝나자, 다음은 각 기차 칸마다의 정보가 있는 페이지, 전체 14칸중 제일 뒤에 3칸은 1등석 우리는 중간쯤, 우리 두 칸 뒤에 식당칸이 있고, 식당칸 확인차 나는 독일 도착을 축하하는 축하맥주를 한병 마시고, 두 꼬맹이를 위해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고, 점점 기차파악이 완벽해지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잠에 든 꼬맹이들이 11시간 비행, 4시간 기차여행에 너무나도 힘이 드는 지.. 현도는 잠투정에 끙끙소리까지 내고 힘들어 하는걸 보니 어른들이 미안한 지경인데.., 그래도 정신만 차리면 말짱한게 온 가족이 썬 파워!! 11시경 뮌헨에 도착하니 앞으로 10일간 죽기로 각오한 창기가 반갑게 맞이하고!!!


각종기차들이 죽 늘어선 뮌헨역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고, 2년만에 만난 창기의 BMW에 몸을 싣고 이제는 약간 눈에 익숙한 뮌헨 시내와 올림픽 경기장을 따라 창기의 집으로...
은경씨도 앞으로 10일간 얼마나 죽을줄 모르고 반갑게 맞이한다. 물론 냉장고의 시원한 바이스비어를 다들 한 10병쯤 마시고서야 독일에서의 첫날밤을 잘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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