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볼프강 쎄
독일에서의 첫날밤을 푹 자고 7시쯤 되니 전원 기상이다. 꼬맹이들은 벌써 레고를
한보따리 풀어놓고 난리를 치고 있고 은경씨는 아직 독일음식 입에도 안 댔는데 입맛 타령하며 한식 정찬을 차리고 있다. 여기 독일 맞나?????
오늘의 일정은 병건이가 아직 오지 않은 관계로 세미파이널로 짤즈부르크 일원... 짤즈부르크는 저번에 한번 본 관계로 아무래도
오늘의 주인공은 경숙이....... 창기네 집에서 낮익은 독일트럭의 대표 만(MAN)엔진 공장을 감회 깊게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창기의
BMW 가 부드럽게 엔진소리를 높이며 질주를 준비한다. 밖은 여름으로 내닫는 뮌헨의 변덕스런 날씨가 잔뜩 찌푸리며 비를 뿌리고 있고, 더구나
우리가 가는 짤즈부르크 뒤로 알프스가 시작되는 평원과 산악지대가 만나는 지형이라 함부르크 쪽에서 잔뜩 비를 가진 구름이 알프스와 부딪혀 여기선
비를 뿌리고 반대로 알프스 반대편의 이태리 쪽에선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다. 소시 때 지리시험에 많이 나오는 일종의 푄
현상.
처음 뮌헨에서 짤즈부르크 가는 아우토반은 왕복 8차선의 대형 도로인데 우리가 가는 반대편 도로에서 아름드리 원목을 싣고
가던 트레일러에서 원목이 굴러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는데 사고지점에는 뒷처리를 하느라 바쁘고 1차선만 겨우 통과할 수 있었는데 놀라운 일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후방에 4차선의 차들이 나란히 서서 차례로 1대씩 각 차선에서 나온 차들이 자연스레 1열로 맞추어 통과하고 있는 모습이
충격이었지.. 우리 같으면 각 차선이 엉켜 난리였을 텐데.... 누구나 바쁘긴 마찬가지고 빨리 사고 지점을 빠져 나오고 싶었겠지만 그 방법 이상
다 같이 빨리 빠져 나오는 방법이 없구나 생각할 때 역시 선진국이란 서로의 양보와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거구나 느끼니 자연스레 이걸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더라고-----
뮌헨 가까이에서 시작된 차량의 행렬은 로젠하임 가까이 까지 막혀있었고 반대편 우리는 아름다운
집들과 유채꽃이 만발한 독일의 평원을 달려가는데.... 경숙이의 계속되는 감탄에 이 정도는 아직 연변도 아닌데 벌써 놀랄 일이 아니라고 창기가
거드는데 이게 입에 붙어 계속 연변타령 하다가 서울 와서 직원들이랑 회식 자리에서 '그건 연변도 아니다'라고 술집에서 까불다가 연변에서 온
아줌마가 나한테 와 '연변이 그렇게 못마땅 합네까!!' 하고 정색하는 바람에 챙피 톡톡히 당했다. 휴-- 말조심해야지.....
처음 도착한 곳은 짤즈부르크를 지나 사운드오브 뮤직에서 주인공 마리아의 결혼 장면 무대였던 오래된 바로크 풍의 성당. 평소에는
입구에서만 내부를 볼 수 있다는데, 그날은 특별히(?) 우리 일행이 왔다고 성당 내부까지 다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물론 입장료도 없고,
지어진지 얼마나 됐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부의 장식마다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는데, 비가 그치고 화창하게 개인 오스트리아의 하늘과 어딘지
무거운 듯 하면서 세월을 지고 있는 성당과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성당앞에는 유럽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 앞에 차양을 드리우고 손님을 맞는 노천 카페.... 이 분위기는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으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잘 어울어진 유럽의 건물들 사이에서 그다지 바쁠 것 없이 느긋하게 앉아 바이스비어 한잔과 피자나
스파게티 같은 점심을 즐기며 아직 안온 병건이나 서울에 있는 피터를 안주 삼아 노닥댈 수 있었는데..... 그렇게 건방 떨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떨어지는 바람에 음식과 함께 비 피하느라 대가를 충분히 치루었으니 관계자들은 너무 억울해 하지 말도록!!!
다음으로 창기가 안내한 곳은 볼프강 쎄,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고향이 짤즈부르크라 붙여진 이름인 모양인데 호수 주변의 넓다란 구릉과
높은 산과 어울려 어디나 사운드오브 뮤직의 무대를 연상케 하고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전기로 움직이는
모타보드를 빌려 넓고 깨끗한 호수에서 한가로히 유럽을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미라벨 정원에서, 나와 창기는 나무 밑 그늘이 있는 카페에서 바이스비어와 수다를 떨고 영미와 경숙이는 모차르트
생가와 시내구경을 했는데... 수다중에 창기의 경제학 강의에 의하면 여기서 바이스비어 큰거 한잔이면 2-3유로인데 서울에서는 작은 거 한잔에
양재동에서 12,000원에 먹었으니 약 10유로로 볼 때 바이스비어 한 잔 먹을 때마다 약 10,000원씩 번다고 하면, 나 혼자 만으로도 집에
갈 때쯤이면 비행기 값이 빠진다고 역설했는데....... 비행기 값 벌어서 좋긴 한데, 여기와 맹숭한 맥주 마실려니 입맛만 높아져서 난리났다.
언제 또 비어가르텐의 바이스비어 맛을 볼 수 있을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