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오페라 카르멘

마운차이 2005. 7. 22. 15:18
9. 오페라 카르멘

아침에 일어나 일주일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우리를 잘 보살펴준 차를 반납하고 .... 창기는 잠시 회사에 다녀온다며 나갔고, 여자들은 은경씨와 버스 타고 쇼핑 간다고 나갔고, 낼 간다 생각하니 벌써 온몸에 맥이 빠지고, 어제 비어가르텐에 생맥주가 맛있다며 너무 먹은 덕에 빈집에 병건이는 2층에 나는 아래층에 각자 누워 슬슬 파장분위기인데.....

점심때쯤 창기가 회사 갔다 돌아오며 쌈지 담배와 필터를 나한테 툭 던지며... 피워보란다. 담배끊었다고 큰소리쳐 놓고 틈틈히 피우는 걸 창기가 아는 터라... 선물이라고 담배 갔다 주고 그거 내가 도루피고 오며 약간 미안한 터에 얇은 종이에 필터와 잎담배 '가우로이세스'를 말아 피우니 향기가 여간 좋은게 아니다. 서울 와서도 술 한잔 먹은 저녁이면 한 대씩 말아 피우는데 맛이 깊고 다시 독일 생각이 난다. 창기야 다음에 서울 올 때 내 선물은 가우로이세스 잎담배와 부속품이다. 사다 줄거지!!! 플리즈...

서울로 올라니까 걸리는 것도 많고 줄 때도 몇 군데 있고 해서 오후에는 대형 마트에 나가 쵸콜렛도 몇 개 사고, 이쁜 명함 집게도 몇 개 사고 구경도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미카엘라가 쇼핑 나왔다 마주치며 아침에 뭐했냐? 며 인사를 건네는데.... 그냥 못들은 척 씩 웃고 넘기는데... 박영미 잘난척하며 오전 내내 잠잤단다 하니, 어제 술먹은 걸 아는 지라... 웃는다. 잘났다 박영미!

4시쯤 미카엘라가 까만 드레스로 성장을 하고 창기네로 왔는데..... 창기가 마련한 마지막 하이라이트 오페라 카르멘 구경을 미카엘라가 안내한단다. 집에서 애들은 창기가 보고... 필수 준비물이라며 신발이 몇 종류, 골프 회원권, 하다가 남자는 쟈켓에 와이셔츠가 있어야 하고 여자는 크래식한 드레스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서울에서부터 논란이 있었는데... 음 한국에서 그런 드레스는 전도연이 대종상 받으러올 때 한복 치마로 찌찌만 가리고 나왔는데 그게 크래식은 하지.... 하며 없는 옷 중에서 고르고 야단이었는데...

하여튼 창기꺼 빌리고 구겨진거 다리고 해서 각자의 연미복(?)을 마련해서 우리가 가는 극장이 뮌헨시내 한복판에 가장 주차하기 힘든 곳이라고 미카엘라가 지 차 안가지고 갈라고 해서 창기의 BMW에 우리랑 병건이 내외, 은경씨 미카엘라 해서 6명이 한차에 타고 시내로 나가보니 정말 골목마다 차댈 곳이 없고 세 바퀴 째 돌다가 겨우 들어갈 만한 자리에 앞뒤 로 20번쯤 조금씩 찔렀다 뺏다 해서 겨우 차대고 경우 극장에 도착해보니 오 마이 갓!!!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중세 영화 보면 귀족 놈들 온갖 치장하는 그 분위기에 머리에 가발만 없다고 보면 똑같은 분위기.... 저마다 빼입고 주로 50대 이상에 간간히 20-30대는 가뭄에 콩 정도...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뮌헨의 명소 '갸르트네 플라츠' 극장 창기가 우릴 위해 마련한 자리는 제일 비싼 무대 바로 옆의 2층 둥그런 발코니 자리. 창기 쓸 때 한번 쓰자고 저는 애보기로 작정하고 왕창 저지른 분위긴데....그래도.... 고맙다. 창기야!!! 서울에서도 한번 못 앉아 본 자리에 유럽의 뮌헨까지와 이런 호사 시켜준 창기에게 고맙다고 할밖에.... 은경씨왈 친구들 왔다고 창기씨 좀 썼네!!! 그러데....

옛날 영화에서나 보았던 궁정극장 분위기에 무대 정면 위로는 힘을 상징하는 금빛 두 마리의 사자가 알프스의 봉우리를 형상화한 바이에른 휘장을 붙들고 있고, 붉은 색 주단으로 품위 있게 드리워진 무대 커튼 아래로는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오늘의 공연을 시작한다.

빠- 빰빠라 빠라바라 빰빠라 빠라바라 빰빠라 빠라바라 빠----
빰빠라 빠라바라 빰빠라 빠라바라 빰빠라 빰빰 빠----

웅장한 카르멘 서곡이 터져 나올 때는 격렬한 감정의 분출과 황홀함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아마 이런 분위기까지 창기는 알고 있었으리라!!!
프랑스의 작곡가 비제의 오페라를 직접 유럽의 한가운데 뮌헨의 갸르트네 플라츠에서 보게 될 줄이야!!! 자세히는 몰라도 국산사자음미실 전부 시험 볼라고 달달 외웠든게 들은 풍월이라고 나중에 다 도움이 되는게... 그럴줄 알았으면 옛날에 공부좀 할껄...

피터와 서울에서 조용필을 볼때 환상적인 무대 장치와 빛의 조화를 통한 나무가 많은 숲속의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본적이 있었는데...

간주곡에 이어진 투우장에 들어가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장면을 위해 소의 죽음을 형상화한 13마리의 투우소의 하얀색 박제를 허공에 매달아 조명으로 현장감 있게 무대를 연출했고, 여러명의 무용수와 합창이 어울어지는 부분에서는 갸르트네 플라츠에서의 클라이막스라고나 할까!!! 잘 모르는 독일의 성악가와 오케스트라를 설명으로 써내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이 한탄스러울 따름이지만 그래도 현장을 느끼는 분위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밤 10시가 넘어 미카엘라까지 동참해서 우리는 늦은 저녁과 함께 요번 여행에서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을 너무 황홀하게 마무리하고 바이스비어로 축배를 들었다.

'2002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0) 2005.07.22
주그스피체  (0) 2005.07.22
인스부르크  (0) 2005.07.22
돌로미테  (0) 2005.07.22
베네치아  (0) 200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