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집으로
월남 이상재 선생이 매사에 유시유종이 있다고 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FF 비행장에 내려 이러구
저러구, 뮌헨 중앙역에서 창기 만나 꿈같은 10일을 보내고, 이제 다시 집으로 가야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제 한 달반 정도 지났는데, 그날을
생각하며 글로 옮길라고 하니 지금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역시 나는 놀기만 해야되는 체질인가?
아침에 동의와 정우와 같이 처음에
와서 기쁜 마음으로 뛰던 동네 길을, 혼자 이별하는 마음으로 뛰고 고생한 은경씨와 동의, 지수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택시를 불러 병건이네 식구는
택시로 우리 식구는 창기차로 뮌헨역에 도착. 서울에 사는 친지에게 약간의 돈을 보내달라며 부탁하러 나와있는 교민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만나자
마자 어른들 인사하느라 바빠, 정우가 인사하는 걸 못보신 할아버지는, 우리와의 인사를 마치자 정우를 보고 엄한 얼굴로 할아버지에게 왜 인사를 안
했냐고! 꾸중을 하신다.
다시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할아버지는 마음을 푸셨는데, 정우는 속으로 아까 했는데.... 하며 억울한 분위기... 나중에 창기 얘기를 들으니
이곳의 할아버지들이 옛날 광부로 오시던 시절의 엄했던 우리네 문화를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다는 거야!!!, 옛날 보다 많이 변해버렸고 풀어져버린
우리 보다 더욱 우리의 문화를 간직하고 계신 거지..... 서울에서야 정우 할아버지도 정우 맘 좀 한웅큼이라도 얻을라고 벼라별 이벤트를 다
하시는데 말이야... 예전에 우리 같으면 택도 없었지.
어설픈 이별.... 그런 일이 별로 없다는 데... 몹시 붐비는 모양이라,
우리 차는 한시간 정도 남아있고, 먼저 출발하는 슈트트가르트 경유 만하임에서 갈아타는 기차가 있길레, 자리 예약도 없이 급하게 오르느라 짐 좀
올리고 나서 다시 내리려고..... 창기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 건내고 기차에 오르니 유리창으로 창기 얼굴도 못보고 기차는 스르르 출발해
버린다...
창기 섭섭했을 텐데.... 어쩌면 아쉬운 모습 안보이고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하고..... 자리가 없는 관계로 짐은
복도와 한쪽 켠에 쌓아놓고 애들과 예약된 사람이 오면 비켜 주느라 여기 앉았다. 저기 앉았다 기차 연결 칸의 통로로 나와 있다 스타일이 말이
아닌데... 이런 산만함이 우리의 요번 유럽여행의 씁쓸한 대미를 장식하게 될 줄이야......슈트트가르트로 들어가는 기차에서 벤츠 공장을
보았다. 별거 아닌 자동차 공장에 관심이 쓰이고 이것이 이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힘인가! 슈트트가르트에서 만하임까지는 기차가 260키로로
달린다 그야말로 초고속.. 그래도 기차는 160키로와 별다른 미동 없이 미끄러져 간다.
드디어 만하임 우리는 기차를 내려 반대편에
기다리고 있는 FF비행장으로 가는 EC(Europe Express)로 갈아타고 무심히 차창을 보는데... 영미가 외친다. 아! 선물!!! 우리는
모든 물건을 가방에 넣은 상태고, 창기가 재영이에게 보내는 선물, 은경씨가 동생한테 보내는 선물, 경숙이가 큰맘먹고 산 지멘스 순간 온수기
등등을 그냥 비닐가방에 넣어 선반에 올려놓았고, 또 거기에는 인스부르크 노드파크에서 본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사진으로 사서 둥그런 하드박스 통에
넣어두었고, 그속에다 정우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국기까지 둘둘 말아 넣어 두었는데,,,
어른들은 부산히 이 상황을 기차 승무원에게 알려 그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FF비행장역의 안내사무소에 다시 한번 부탁을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 지 기다리고 있는데... 아빠의 권위로 무거운 짐 들고 이 기차, 저 기차, 갈아타며 정신없는 통에 오스트리아 깃발 휘두르는 게
산만해, 못 갖고 놀게 넣어버리더니 급기야 지것만 잃어버렸다고 속없는게 아빠탓이 난리.
안내에서 한참만에 하는 말이 기차에 독일
사람만 탔으면 반듯이 찾을 수 있는데, 기차에는 한국분도 탔고 , 딴나라 놈들도 타서 찾을 수 가 없다나... 짜슥들 핑계는 못 찾으면 못
찾는다고 하지... 어떻하냐, 포장도 안풀고 넣어둔거 어떤 재수좋은 분 잘쓰게 되겠지.... 독일사람 중에서...
공항에서
스왈로브스키 산 영수증을 보여주고 세금환불 받고, 차 빌린 거는 물건 산게 아니고 서비스 제공이라 환불 안해준단다...오늘 아침 현도 뭉치가
새로 사 가져온 여행가방의 비밀번호를 아무도 모르게 바꿔놓는 바람에 가방을 잠구지 못해 한번 혼났는데... 그건 연습이고, 대한항공 탑승구에서
옆 탑승구로 가는 비상문의 안전장치를 무지막지한 힘으로 비트는 바람에 삐-뽀, 삐-뽀 경고음이 거의 20분정도 울렸나 옆에 아저씨들한테 챙피
당하고 현도 하여튼 속으로는 되게 혼났을텐데...
비행기는 갈때도 만석, 올때도 만석에 물건 찾는다고 기차역에서 시간 허비하고
늦게 자리를 잡으니 우리 일행의 자리는 꼬리 화장실 바로 앞줄 가운데... 몇 번의 비행기 여행 중 이런 찝찝한 비행은 처음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쉬운 휴가 뒤끝이라 몸도 무거운데 비행기는 계속 흔들어 대고 이륙부터 착륙까지 계속 안전밸트를 메라는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이고, 정우도 약간
겁먹었고.... 밥도 밸트메고 먹을 지경이니 어느 정도인지
무사히 인천에 도착하고 장모님과 정우 외삼촌네가 황송하게도 공항까지
마중 나와 편하게 집에오니 아! 이제부터는 집수리하고 이사짐이 기다리고 있는데...
차라리 잘됐다 잡생각 없이 짐이나
나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