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유럽

주그스피체

마운차이 2005. 7. 22. 15:16

8. 독일의 지붕 주그스피체

아침에 일어나니 병건이는 없다. 나중에 서울에와 슬라이드 상영을 보니 아마 이날 산에서 만 슬라이드를 한 200장은 많고 적어도 100장은 넘게 찍었는 모양이다. 정상 가까이 에는 눈이 얼어있고 또 일부 눈길은 위험하기도 해 보이지만 그리고 도달한 정상의 파노라마는 슬라이드만으로도 감동이 충분하다. 나중에 병건이 그러는데 정상에 가는 길에 내가 제일 많이 생각이 났다나!!! - 술먹고 그랬다.

화창한 날씨에 알프스 트레킹이라.... 아마 산에 조금만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꿈에서라도 해보고 싶은 소망인데 일부라도 이루었으니 병건이는 좋겠다. 근데 이곳은 아직 연변도 아니고 이 정도의 등산코스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더군다나 병건이를 약올리기 위한 우리의 비밀거사를 어제 밤 카페에서 모의해 두었다.

우리도 부산하다. 부지런히 집 치우고,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니 벽장 속에 넣어 두었던 도자기며, 장식들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나오기가 너무나도 아까운 비텐발트를 뒤로하고 세필드라는 지명을 얻게된 호수가에 나와 이제는 한가하게 산책을 한다. 호수 속에는 말 그대로 어린애 만한 물고기들이 위엄 있게 노닐고 우리는 병건이가 올라간 세필드 요후쪽을 바라보며 언제 오나 하고 기다리는데... 띠리리 하며 창기의 전화벨이 울리며... 벌써 내려왔다
니 짜슥이 눈치를 먹더니 부리나케 올라갔다 내려왔나 부다.

이제는 아깝고 아쉬운 오스트리아 세필드를 뒤로하고 독일로 출발!!! 오늘의 일정은 독일로 가는 길에 은경씨가 신신당부 보여줘야 한다고 추천했다는 가미쉬의 물이 흐르는 동굴 파르트낙클람을 보고, 어제 카페에서 추진한 병건이 모르는 비밀거사를 하고, 뮌헨으로 가 랑거의 사장을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고 함.... 창기의 마음이 은근히 바쁘다.

올 때 본 가미쉬 스키점프대 앞에는 정말 늘씬하게 잘생긴 말이 끄는 마차가 있고... 2키로정도 되는 거리를 마차 타고 들어가는데... 꼬맹이들이 마차 타는게 좋아라 어쩔줄을 모른다. 동굴 속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석회암 암반으로 된 좁은 협곡인데, 그 사이로 엄청난 계곡 물이 흐르고 바위틈에 굴을 뚫어 사람이 다니게 해 놓은 길로, 거의 2키로 정도 될라나...

자연의 오묘한 조화가 탄성만 나오게 한다. 한참을 올라가니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며 활빈당 본거지 같은 넓은 숲이 나오며 아트막한 개울이 흐르는데... 아!!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숲속에 계곡..... 이 개울이 갑자기 바위틈으로 폭이 좁아지며 협곡을 이루었던 것.... 여기서 15분 정도 등산을 하니, 이 물을 내려보낸 눈쌓인 클람스피츠 봉우리가 저만치 눈앞에 나타난다.

주그스피츠 함부르크부터 뮌헨까지 달려온 독일의 평원이 알프스와 만나는 독일의 지붕 해발 2,964미터, 이제까지 간 곳 중에서 유일하게 케이블카 표는 팔고 있었고 우리는 바로 정상을 향하는 케이블카에 올라탈 수 있었다. 넓은 에이브쎄 호수 뒤로 가물가물 뮌헨쪽 평원이 보이고 2,000미터에서 4,000미터의 알프스 봉들이 수백개가 파노라마를 이룬다. 처음에는 바다 같던 에이브쎄가 쟁반만 해지더니 나중에는 중학생 머리에 땜통만 해진다.

 

순간 우리는 해발 3,000미터로 순간 이동.... 케이블카 비용이 4만원 정도로 비싸 자기는 밑에 있을 테니 올라갔다가 바로 내려오라는 창기의 신신당부가 귀에 맴돌지만 우리는 주그스피츠의 정상에서 동에서 서로 또 남에서 북으로 그 경쾌한 장관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고, '주그스피츠 파노라마는 가미쉬에서 본 마지막 장관을 남겨 줄 것'이라는 팜프렛의 글귀가 마음에 남는다. 아!! 어떻게 이런 곳에까지 이렇게 케이블카(자일-반)와 등반열차를 만들어 놓았는지 독일놈들의 저력이 경탄스러울 따름이다.

정상에 올라선 사람의 절반은 우리처럼 경치를 구경하고 나머지는 또 정상에서 다른 슬로프로 이어지는 다른 케이블카를 타고 스키와 스노우 보드를 둘러메고 눈을 지치러 간다. 6개의 자일-반과 19개의 스키리프트,와!! 노선이 시골의 버스 차부 정도를 넘는다. 정상에서는 어림짐작으로 우리가 여행했던 오스트리아, 이태리, 티롤, 돌로미테 등이 파노라마로 이어지고 멀리 스위스쪽의 알프스도 물결치고 있다. 환상이다.

내려올때는 사람이 많아 두 대 정도 기다리다, 서있을 자리도 없이 빼곡이 차서 내려오니 바쁜 창기가 기다리다 지쳐 말을 안한다. 바쁘다 했는데... 이것 좀 더, 저기도 좀 하느라 지체한 놈들이 미웠겠지만 어떻하냐 친구 잘못 둔 죄지.....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던 은경씨와 합류하여 랑거사장의 초청을 받아 간 곳은 뮌헨 근교의 비어가르텐, 노란색 유채꽃이 만발한 야트막한 시골길을 따라 창기 집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야외에 교회와 마을회당이 있고 군데군데 식탁과 의자가 붙어 있는 자연휴양림 테이블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여기 저기 놓여있는데.... 주말이라 벌써 반이상 사람들이 차 있고, 미카엘라가 미리 도착해서 우릴 반긴다. 랑거 사장이 창기의 보스지만 나이 먹은 독일 노인네하고 맥주 하기가 약간은 껄끄러운데... 미카엘라와 몇번의 핸드폰 통화 후, 급한 약속이 있어 못온다니 나는 잘됐다고 하고 슬슬 이 집의 자랑인 바이스비어를 먹는 데...

1,000CC 짜리로 한 개, 두 개, 세 개 엄청 독한게 취하겠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서 꼬맹이들을 불러 서울에서 하는 하이마트 선전에 나오는 노래를 불러 보라 하니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거기가 어디오 하-이-마-트' 하고 동의까지 합창하니, 미카엘라와 주변의 독일인들이 놀란다 아니!! 쪼그만 동양놈들이 오페라를 부르다니!!! 끼끼....

거기에다가 부시가 먹다가 걸려서 졸도했다는 X자 꽈배기 프리첼에 독일 쏘세지를 배터지게 먹고, 서울에서 준비해간 개인용 녹차 다기와 보성녹차를 미카엘라에게 선물로 주니 엄청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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