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유럽

체코 프라하 Ⅰ

마운차이 2005. 7. 21. 17:10
 

당초 일정의 진행에 문제가 생겼다. 알프스 여행을 마친 후에는 ‘동유럽의 로마’에 비견되는 체코의 프라하를 구경하려 했는데... 렌트카 회사에서 동유럽을 가고자 한다면 차를 빌려줄 수 없다는 거다. 아마 그쪽의 러시아 마피아가 서유럽 번호판의 차를 보면 통째로 차를 훔쳐 러시아에 팔아먹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모양인데... 하여튼 우리에겐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영미가 하루라도 우리가 없어야 은경씨도 쉴 수 있다고 강력히 우겨 영미가 기지를 발휘해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리 일행이 티롤에 있으면서... 창기의 일을 돕고 있는 한인 2세 변호사인 세희씨에게 부리나케 부탁해 뮌헨에서 프라하까지 왕복 기차표의 예매를 부탁하고 어찌어찌 하더니만 우리가 창기의 집에 도착하자 우편물함 속에는 오늘 저녁 프라하에 가는 기차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감사!! 감격!!! 독일의 변호사까지 우리의 여행을 돕고 있다니... 행복하다.


비 내리는 늦은 밤 한국음식이 그리울지 모른다는 은경씨의 배려로 라면까지 끓여 맛있게 먹고는 우리식구 모두를 태우고 잠자야 할 시간에 뮌헨역까지 데려다 준다. 남편 친구들  잘못 만나 고생이 많다. 뮌헨에서 11시 출발하여 프라하에 8시에 도착하는 국제열차...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열차는 서유럽의 여행을 마치고 동유럽으로 들어가는 한국인 배낭여행객의 단골 코스.. 더구나 기차에서 하루 밤을 잘 수 있어 역 주면에는 여기저기 한국젊은이들 천지다.           


차창에 비가 스치고... 좁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3인실 침대칸 특실. 세수를 할 수 있도록 작은 세면대도 있고.. 짐을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도 있으며 2층 침대는 접으면 1층 의자의 등받이 역할도 하게 되어 있는데... 시트카바까지 깨끗하고 정갈해 어설프게 운전해서 고생스럽게 가느니 훨씬 잘 되었다고 덕담도 나누고 분위기 굿.. 다음은 옆방의 현도네 점검 차 들려 티롤의 악삼 아델스호프에서 가져온 진땡이 꾸리꾸리 냄새나는 치즈에 맥주 한 잔 하고 있는데... 자리가 좁아 병건이 내외는 의자에 앉고 나는 세면대에 앉아 막 한 병이나 비웠을 까! 등쪽에서 다른 냄새가 나며 분위기가 이상해 뒤돌아보니 세면대에 냄새나는 이물질이 가득 들었는데... 당장 차장을 불러 상황을 보이니 이 자슥이 내가 그런 줄 알고 쳐다보고 티꺼워 하는데... 상황을 파악해 보니 병건이네 옆방에 젊은 백인 놈이 엄청 취해 왝왝 거리길 레 차장한테 알려주니 이놈이 문을 안 열어주는 거라... 지은 죄가 있어 가지고, 결국차장이 마스터키로 열고 들어가니 상황파악 완료... 그제서야 차장이 우리에게 쏘리입니다. 하데... 결국 병건이네는 새 방으로 바꾸고 1818 좋은 분위기 다 베렸다. 


12시가 지나며 뉴렌베르그 도착  FF, 슈트트가르트, 뮌헨에서 모인 기차가 합쳐 프라하로 가니 한 시간 정도 정차 한단다. 비 내리는 오밤중에 낯선 기차역은 이국적인 묘한 분위기가 마음을 설레이게 했는데... 막 잠이 들었나 누가 문을 쾅쾅 두드려 영미가 깨워 일어나보니 국경의 관리인들이 여권을 보여 달라며 문 앞에 버티고 서 있다. 칠흑 같은 어둠속 이제 우리는 체코에 들어섰다. 


차창에 아직도 비가 비끼며 아름다운 체코의 산하가 스쳐 지나간다. 영미의 기상으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기차에서의 아침이 상큼하다. 높은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보헤미아의 평원 속에 드문드문 아기자기한 집들이 펼쳐져있다. 잠시 후 도착한 체코 제2의 도시 필젠(Plzen, Pilsen), 상큼한 필즈너 맥주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차창에 코를 들이대고 있는 나에게 역 주변은 2차 대전 이전까지 독일과 어깨를 겨뤘던 산업국의 흔적만을 볼 수 있는 폐허의 도시..거대한 중화학공업단지의 고철폐기장이라고나 할까! 그대로 버려진 건물과 구조물들은 깨지고 부서져 있고 각종 낙서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뒤로 보이는 거리에는 5층 정도의 유럽식 건물 사이로 출근길의 부산함이 아직 살아있는 도시를 느끼게 해 주었다.

 



<프라하 흐라브니 역>

 


프라하! 흘라브니(Hlavni)역 왠지 동구의 심장으로 냉전시대 북한의 손길에 거부할 수 없는 음모에 휘말릴 기분이 드는 도시. 그 도시에 애와 마누라,  친구와 그의 가족들까지 함께 막 도착했다. 벌써 삼성애들이 출근했는지 밤 새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짱하게 개어 있고... 허 참! 희한도 하지...  간단한 크로네의 환전을 마치고 역을 나서자 우리 일행을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맥도날드 간판, 아침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우리는 주저 없이 그 간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매 순간을 미리 계획된 코스로 차질 없이 준비해 주고 하다 못해 사진 찍을 자리까지 지정해 주는 창기가 없는 관계로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곳을 헤메야 한다. 맥이 있는 곳은 국립박물관이 있는 바츨라프 광장 모서리 이제까지의 약간 허름한 분위기와는 달리 현란한 문화유산의 일부를 시작으로 화려한 프라하의 시작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정우의 말을 믿기로 하고 우리는 정우에게 주문하고 정우는 아래층에 있는 카운터에 현도와 내려가 어찌어찌 하더니 10여분 후 드디어 주문된 음식이 나온다. 정우! 쎈데... 체코는 맥도날드 화장실도 돈을 낸다.

 

우리의 일정은 창기가 사전에 지도에 적어준 대로 지하철로 프라하성으로 이동해서 그곳부터 걸어서 카를대교와 구시가지 신시가지 등등을 구경 한다는 미션! 4구간 이내의 이용이 가능한 제일 싼 표를 사서 흐라드칸스카(Hradcanska)에서 내리는 데는 성공했는데... 프라하성 있는 곳이 Hradcany 언덕이란다.. 음 그래서 지하철 역 이름이 비스므리 하군!..  지하철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트램역 어! 이곳은 횡단보도가 없고 지하로만 통하게 되어 있어 다시 지하로 내려가 설왕설래 후 요번엔 성공. 이제 프라하 성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벨베데르(belveder)궁 어디가 어딘 줄도 모르겠고 뭘 봐야 할지도 몰라 우선 독일인 단체 관광객들이 안내자와 움직이는 뒤를 졸졸... 근데 일본 애들 깃발 들었다고 흉보더니 독일애들은 접은 우산을 들고 다니네!!




우선 궁으로 들어가며 역대 체코의 통치자들이 이곳에 거주하였다 하여 근위대가 우릴 맞이하는데... 정우랑 현도랑 옆에 한명씩 사진을 부탁했더니 선선히 응해주며 지나치자 지들도 킥킥거린다. 다음은 입장권 매표소 프라하성은 길이가 570m 폭이 128m로 전세계 현존하는 중세양식의 성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데... 성 안에는 국립미술관, 대통령 관저, 구왕궁, 황금골목(Zlata Ulicka), 수도원 등을 나누어 A코스 얼마, B코스 얼마, 학생 얼마, 성인 따로, 가족은 얼마 등 엄청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느라 분주한데... 거기다 돈도 환전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아 간당, 간당...도대체 창기는 왜 우리끼리만 이리 복잡한 곳을 보낸 거야 투덜투덜...

 


<매표소 앞>


우선 중요부분을 영어로 설명하는 전화기처럼 생긴 오디오가이드를 하나 빌리고... 가족요금으로 전 구간 다 끊기로 작정하고 경숙이랑 상의하고 있는데... 수상스러운 손길이 경숙이의 자켓 주머니로 쑥 들어왔다는 데... 프라하 지도를 접어 주머니에 넣어 두니 불룩해 보였는지... 나는 뒤로 내 배낭 앞으로 정우 배낭으로 움직임이 둔해 얼른 밖으로 나와 병건이를 들여보내고 배낭을 풀고 몸을 가볍게 하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데... 경숙이의 제지를 받은 여자 1명, 남자 2명의 수상한 사람들이 황급히 어디론가 줄행랑...아! 그 유명한 체코의 소매치기가 잠시 임하셨습니다.


                                                            <성 비타 대성당>

드디어 프라하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성 비타 대성당. 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1,344년부터 지어졌다고 하며.. 그 당시 체코는 카알4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서 찬란했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이후 합스부르그가의 지배를 통해 바바리아의 문장 등 많은 풍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바이에른 문장/합스부르크가의 영향>

 

특히 압권은 287개의 좁은 계단을 통해 오른 성당 탑에서 바라보는 유유히 흐르는 블타바(몰다우)강과 아름다운 프라하 시내를 내려다 보면 체코 역시 결코 쉽게 맘 먹을 수 없겠다는 경외감과 동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명칭이 허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북새통에도 경숙이는 미대사관을 찾아 좋다고 난리... 역시 직업의식은 어쩌질 못하나 보다. 오르막도 그렇고 내리막도 그렇고 좁은 계단에 앞뒤로 메고 뚱뚱한 유럽애들과 시종일관 부딪칠라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체코 시내와 몰다우 강>

 


성당은 규모의 웅장함과 장식이나 스테인드글라스의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었고 지하에 있는 벤체슬라스 왕의 무덤을 보고는 얼마 전 선종하신 요한바오로 2세의 죽음과 연관되어서 바티칸의 지하 묘소가 어떤 것 인지를 대충 짐작하게 해 주었다.


                                                            <스테인드글라스>
 

다음은 대통령궁을 지나 구왕궁.. 왕궁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대연회장. 200여평 남짓한 바닥이 나무로 깔려진 넓은 연회장은 지금은 텅 비어 있지만 금방 어디선가 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왈츠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꼬맹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곳은 황금골목... 중세에 연금술사, 황금 세공사와 성의 일꾼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황금 골목이라는 데... 대 문호 카프카의 고향답게 카프카 카페에서 시작해서 좁은 유럽 뒷골목 같은 길 좌우로 작은 건물이 늘어서 있고 그 건물 속에는 투구며 갑옷이며 작은 악세서리까지 전시도 하고 팔기도 하고... 아이고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힘도 들고, 배도 고프고...

 


 

 


<카프카의 거리/황금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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