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유럽

악삼스 아델스호프

마운차이 2005. 7. 21. 17:01

<병건이와 로버트>

 

 

올라 올 때는 그래도 리프트라도 태워주더니 내려갈 때는 국물도 없다. 씽씽 스키어들이 스키 타는 한쪽 옆으로 걸어서 내려간다. 해발이 500정도 낮아지니 눈이 습기를 먹어 푹푹 빠진다. 에이스가르트(Eisgrat 2,900)에서 감스가르텐(Gamsgarten 2,600)까지 2Km는 천상 걸어서 가야하고 그곳에서부터는 곤도라 구간이니 타고 내려갈 수 있단다.



                              <정상 바로아래 구부능선에 우리가 오른 길을 오르는 스키어>

 

내려오면서 우리가 오른 산을 올려다보니 벌써 감회가 새롭다. 벌써 약삭빠른 스키어는 우리가 길을 낸 로버트 루트를 따라 스키를 메고 산으로 오르고 있다. 산의 경사가 사람이 붙어 있으니 더 실감나는 게 내가 저걸 어떻게 올랐나 싶기도 하고 저 경사에서 저 사람은 어떻게 스키를 타고 내려 올라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통과역 페르나우>

 


                                                          <천상에서 지상으로>

 

우리의 등정성공을 축하라도 하듯이 창기와 가족들이 케이블카로 올라간 봉우리에서는 수많은 패러글라이딩이 축하비행을 펼치고 있다. 드디어 호텔 정우와 영미 등 가족들을 만나자 아무나 껴안아 주고 싶다. 누구에게나 무엇이든가 양보하고 싶고 베풀고 싶고 여유가 생긴다. 이게 토끼 용궁 갔다 온 기분일라나? 로버트는 동양의 등산객들이 크게 본인을 신경 쓰이게 하지 않고, 어느 수준 이상으로 판단했는지 명함을 꺼내 다음번에 어느 봉우리라도 안내 할 테니 꼭 자신에게 연락해 달라고 신신당부한다. 우리는 로버트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당초 120유로의 가이더 사례비를 150유로로 지불했다.


삶과 죽음을 생각케 했던 처연한 갈등에 대한 창기의 이벤트는 컵라면이었다. 볕이 좋은 호텔 테라스 바닥에 철푸덕 앉아 조니워커 골드를 투명한 기내음료 컵에 따라 얼음 없이 마시며 먹는 컵라면은 음식이 아니라 예술이었다. 앞으로는 아나고회의 어원처럼 등산 아나고 컵라면만 먹게 해주면 더 좋겠다. (옛날 기방에서 한량이 기생과 하루밤을 자면 바다장어 회를 먹게 해 주었는데... 어느 날 한량이 회는 먹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 기생과 안하고 회만 먹을 수 없냐고 해서 아나고라나!!)  

 


<산장에 있는 가톨릭 공소 / 뒤에 안개 봉우리가 우리가 간 곳>

 

꼬맹이들의 저녁을 간단히 마련해주고 어른들끼리의 저녁은 미카엘과 알렉스가 초대하는 만찬.. 인스부르크 인근 산 중턱의 마을 악삼스(Axams)에 있는 사슴농장의 레스토랑인 가스트호프 아델스호프 (Alpengasthof Adelshof) 농장 안에 간단한 가톨릭 공소가 있는 산 중턱의 아담한 산장에는 온화한 여주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평소 저높은 곳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왕래하며 살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거의 하이디네 산장이라 할지라도 지그재그로 길이 닦여 다 차로 왕래하고 있었고 거의 교행이 불가한 와중에도 그곳 사람들은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운전을 거칠게 하고 있었고, 더구나 눈길이라면 차가 힘이 넘쳐야 될 것 같다.

 


<알펜 가스트호프 아델스호프>

 

산장의 마당에서 다시 오늘 우리가 오른 산봉우리가 보이고..  이제 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삼성애들이 다 철수했는지... 그렇게 맑던 날씨가 간간이 눈인지 비인지 뭔가를 뿌리고 있다. 실내에는 수십마리의 사슴 머리뼈와 뿔이 하얀색 박재로 온통 벽을 장식하고 있었는데... 불 끄고 잘라고 하면 사슴 귀신이 수백마리 돌아다니겠다. 그래도 음식 맛은 기가 막혔는데... 특히 사슴고기 스프는 마치 우리의 고기국에 동그란 고기 경단을 넣어 논 것처럼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미카엘과 알렉스에 감사하며 그렇게 티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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