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유럽

스투바이

마운차이 2005. 7. 21. 16:59



저녁만찬 우리의 등산루트와 가이드까지 추천한 미카엘과 알렉스가 세필드에서 오고 어른들과 꼬맹이들이 나뉘어 전형적인 티롤풍 만찬이 시작되었다. 오른쪽과 왼쪽에 크고 작은  나이프와 포크가 3개씩 깔리고 하이디 복장의 두 명의 아가씨가 분주히 서빙하는 가운데  여러 종류의 하우스 와인이 분위기를 살린다. 감자와 고기에 야채가 곁들인 요리에 우리 일행만이 있는 별실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며 알프스의 저녁이 깊어만 간다. 저녁이 끝나고 바-로 옮겨서는 배로 만든 45도의 독주로 마치 우리의 소주처럼 생긴 쉬나입스를 한모금에 털어 넣어야 했는데... 우-- 센데... 그 와중에 현도 엄마가 두 잔이나 털어 넣자 다들 놀래며 박수... 알렉스에게 한국에서 독사로 부른다고 했더니 이곳에서는 독사가 아주 귀여운 여인을 말한다니... 병건이는 좋겠다. 호텔의 분위기와는 정 반대로 밖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창기네 방에 모두 모여 언더락으로 내일의 전의를 불태우는 데... 간혹 세찬 비가 창문을 때리고 있다.  




결전의 아침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호텔에서 주는 아침식사를 든든히 먹는다. 날씨는 화창.. 사방의 봉우리가 모두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모두 보인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호텔을 나서니 미리 나와 있던 병건이가 약간 들뜬 목소리로 우리의 가이더 로버트가 환상의 날이라며 티롤의 지붕 샤우펠스피체 정상을 가기로 했단다... 창기도 등산 신발까지 가져 왔으면서 저는 빠지고 우리끼리 가라면서 축하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로버트의 미쓰비시 파제로에 몸을 싣고 연신 판타스틱을 외치는 그를 바라보며 왠지 모를 확인되지 않는 불안감을 내내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 주사위는 굴려졌다. 몇몇 스키어를 제외하고는 텅빈 뮤터베르그(Mutterberg 1,750) 곤도라승강장 앞 광장, 안자일렌 밸트를 몸에 맞춰 조이고, 눈 보호를 위해 선그라스를 쓰고, 스패츠를 무릎까지 차고, 겨울용 장갑에 스틱을 쥐고 준비가 완료되었다.




1,750m에서 곤도라는 순간적으로 경사를 높여 2,300m 까지 산을 오른다. 발아래는 스투바이 의 산과 계곡이 장관을 이루며 본격적으로 총연장 88.6Km의 슬로프를 자랑하는 스키장이 발아래 펼쳐지고 있다. 멀리 머리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의 파노라마가 눈에 들어온다.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장관이다. 페르나우(Fernau 2,300) 중간기착지에서 곤도라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 사방이 스키장으로 뒤덮힌 감스가르텐(Gamsgarten 2,600)에서 곤도라를 내린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20m 정도의 빙산봉우리를 만들어 놓고 빙벽등산을 연습하게 해놓았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다시 리프트로 갈아타고 도착한 정상은 파노라마 레스토랑이 있는 에이스가르트(Eisgrat 2,900) 드디어 곤도라로 오를 수 있는 정상 이제 부터는 걸어서 간다,

                                


어제밤의 눈 때문인지 아직 굳어지지 않은 보드라운 눈이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뽀드득 뽀드득 밟힌다. 3,000m 가까운 고지대에 활빈당의 본거지처럼 이태리 쪽으로 더 넓은 광활한 눈의 평원이 끝없이 이어지며 그 뒤로 익숙한 알프스의 연봉이 파노라마로 이어지고 있다. 그속에 점점이 이어지는 스키어들의 활강... 그들은 배낭을 메고 스틱을 치며 산으로 오르는 낮설은 동양인의 모습이 이채로왔는지... 우리는 그들을 감탄하며 쳐다보고 그들은 우리를 의아스럽게 바라다본다. 약간 경사가 붙으며 우리 대장 로버트는 계속해서 천천히 걸을 것을 주문한다. 3천미터를 넘으면서 호흡의 문제와 급격한 행동으로 인한 고산증후군의 우려를 하는 모양이다.



    

 

5년전에 가본 Top of Europe... 융프라우(4,158m)는 만년설을 피해 땅속에 등산열차 길을 만들어 융프라우요흐 3,500까지는 등산인이 아니라도 일반인도 다닐 수 있게 해놓고 일반인이 갈 수 있는 ‘유럽의 정상’이라고 해 놓았다. 3년 전에는 Top of Germany 주그스피체(2,964) 그리고 오늘은 Top of Tyrol 샤우펠요후반(3,165).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그 곁을 지나 본격적으로 경사를 붙인다. 이로서 알프스와 관련된 Top 시리즈 중에 3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감격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다 창기의 배려로 감사한다.

 

 


등산은 눈을 양발로 차서 계단을 만들며 한발 한발 진행하는데...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눈이 깊게 파이고 선등자가 내 머리에서 오르니 아이젠은 오히려 위험하단다. 로버트는 계속해서 천천히 진행할 것을 강조하고... 경사가 높아지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간혹 부서져나간 눈덩어리가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며 길게 줄을 이으며 흔적을 남긴다. 양손의 스틱이 무리한 힘을 받으며 깊게 들어가고 덩달아 빠지며 힘을 많이 받아 고무로 된 눈 지지대가 어디선가 빠져버린다. 얼른 이를 알아채고 로버트는 걱정하지 말라며 본인의 스틱과 바꿔준다.


극도의 공포심으로 좌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물론 발아래는 더욱 볼 수가 없고 앞서가는 로버트와 병건이가 남긴 발자국만 바라보며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데... 세상에 의지할 것이라고는 두 발과 스틱뿐이 없다. 더구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 앞사람이 만들고 간 눈계단에 발을 디디면 계단이 허물어지며 옆으로 슬립을 먹어 순간적으로 발이 미끌하는데... 그럴때마다 등골에 소름이 쫙 돋으며 토끼 용궁갔다 온 기분이다. 햇빛은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데... 기온은 벌써 영하로 곤두박질해서 귀와 손이 시리고 추운 날씨인데... 하느님이 보우하사 바람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나중에 병건이에게 들을 얘기로는 삼성애들이 산행이 가능하도록 다 조치해 놓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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