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5구간(삿갓재-빼재/무룡산)

마운차이 2005. 7. 22. 13:09

일시 : 2003. 6. 8 04:10∼13:10(20Km, 9시간)
산행구간 : 황점-삿갓재대피소(1,280)-무룡산(1,492)-동엽령(1,320)-백암봉(1,480) 지봉- 대봉(1,190)-빼재(수령/신풍령)
날씨 : 쾌청

5월이 5주까지 있는 관계로 3주만에 대간산행에 나선다. 3주 동안 모임도 여러 차례 있었고 상가집도 있고 해서 술도 자주하고 생활도 불규칙해 배 둘레에 약간 기름이 끼는 거 같아 지난주에는 가족들과 분당 태재고개에서 남한산성까지 7시간 종주를 하여 우리 식구들의 대간 예비산행 점검도 무사히 마치고 앞으로 동반 대간산행을 기대해 본다. 더구나 나와 병건이의 백두대간 산행을 위해 독일에 있는 친구 창기가 직원의 출장길에 그 유명한 렉기(LEKI) 폴을 네 개나 보내 대간을 성원하고 있어 고맙고 듬직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런데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10시 30분 백현정류장에 도착해서 이대장님에게 전화해보니 양재에서도 곧 출발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리라 한다. 11시가 넘고 곧 도착한다는 차는 보이지 않는데... 순간 대장님이 깜박하는 사이에 백현과 신갈을 지나 기흥휴게소에 가 있단다. 내참...
부리나케 깜깜한 고속도로에서 지나는 차를 세우는데... 위험도 할 뿐 아니라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이라 세워주지도 않는다 백현정류장은 일반 차들이 들리는 곳도 아니어서 차를 잡기가 난감하다... 두 대정도 무슨일로 들어오는 차가 있었지만 내가 반가워 손을 흔들자 오히려 속도를 내서 가버린다. 톨게이트 쪽으로 걸어가다 도저히 멀고 위험해서 포기하고 되돌아 오는데 차 한 대가 오더니 운전자가 내린다. 이때다 싶어 매달려 사정이야기를 하니 아래 위로 한참을 살펴보더니 차에 타란다. 고맙습니다. 기흥휴게소까지 신세지고 그냥 내리기가 어려워 만원을 사례하고 우리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내 기운이 약해진 시점인지 온갖 상념이 머리속을 어지럽히고 정돈이 안되는데 비몽사몽에 차는 벌써 덕유교육원에 도착해 있고, 차를 돌려 오늘의 산행시점인 황점으로 가는데 3주만에 비포장이던 산길이 말끔히 포장이 되어있다

04:10 지난번 하산시 예견되었다 시피 황점에서 삿갓재 휴게소까지는 급경사 길에 거리도 길다. 입을 다물고 코로만 호흡을 하며 한 발 한 발 오르는데 30분도 되지 않아 온몸은 땀으로 젖기 시작하고 호흡이 가빠 삿갓재 부분의 급경사 계단에서는 코에서 콧물이 저절로 튀어 나온다. 5시가 조금 지나니 새들의 아침이 시작되고 날이 환해진다. 드디어 앞선 일행의 걸음이 멈춰지고 샘터에서 물 한잔씩하며 한숨을 돌린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대간의 산행도 일정한 부분이 있다. 보통 4시 전후의 산행은 여름의 경우 1시간 정도 후면 새들의 지저귐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이시간 정도면 수술후 환자의 내장이 제 자리를 잡으면 신호를 보내듯이 워밍엎을 마친 인체의 신비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뒷사람과 잠시 틈만 벌어지면 뿡- 뿡 거리며 방귀를 쏘아댄다
05:30 힘겹게 오른 삿갓재 휴게소가 다 온 게 아니고 오늘 산행의 시작이자 이제 부터가 대간길이다. 대간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2∼3주 동안 속세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자연의 치유력으로 새롭게 포맷시켜 주는 자연의 병원이라고나 할까... 나쁜 기운과 함께 땀도 빠지고 뱃살도 빠지고 내장의 기름도 빠지고. 마음에는 자신감으로 충만되고 대간의 기운이 차고도 넘친다.
작년에 선배들의 대간산행기를 보면 삿갓재 휴게소에 곰 만한 개가 있었다고 했는데... 저번 하산시에도 그게 궁금했는데... 요번 산행시에는 관리인이 이른 시간이라 아직 안나와 있어서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아마 관리인이 바뀌면서 데려간 모양이다. 대간이 야트막한 헬기장을 지나 약간 주변이 틔여 있고 난간을 만들어 놓은 곳에 눈높이 약간 위로 무룡산 정상이 불쑥 튀어나온 뒤로 찬란한 아침해가 솥아 나오는데 차마 가는길을 잊어버리고 5분정도 자리에서 욺직일 줄을 몰랐다. 마치 거문도나 백도의 기암괴석 봉우리 옆으로 해가 걸린 것처럼 무룡산 정상에 반쯤 걸려 나오는 일출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등산하는 사람들끼리 천황봉의 일출을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했는데, 무룡산의 일출은 3대 이상의 덕이 발복한 것 같아 조상님들에게 감사를 드리는데... 옆에 있는 나이드신 대원님은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성호를 그리고 출발하신다. 이선생님이 주변에 안계셔서 사진을 부탁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 무룡산 오르는 길은 덕유대간의 중간지점이고 전망이 좋아서 그런지 유독 헬기장이 많은데 5시45분, 6시 5분, 6시10분 등 계속 헬기장이 이어지고 있고 그만큼 전망이 좋다.

06:20 무룡산 정상(1,492)은 넓은 계단길과 그 좌우로 일부러 그랬는지 사람이 파괴했는지 흙길에 굵은 줄을 엮어서 놓은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계단보다 흙길로 다니고 있다. 정상에서는 삿갓재와 삿갓봉뒤로 장수서봉과 남덕유가 보이는데 날이 쾌청하게 맑기는 하지만 약간 가스가 뿌연 상태다. 반대편에서 오는 대간 산행일행과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는데 이길은 반대편에서 올 때 전망이 훨씬 나을 거 같다. 일출 구경으로 김과장님과 잠시 떨어져 가는데 정상에 오르자 사진 몇장 찍고 먼저 출발한단다. 저 양반 오늘 펄펄 나네!!!

 




07:00 무룡산에서 동엽령으로 이어지는 대간 구간으로 향적봉 6.2Km 의 팻말이 보인다. 대간을 우습게 보고 덕유구간은 전에도 한번 한 길이고 사람이 많은 곳이라 길이 좋을 것이라 짐작하고 잘난척하고 반바지를 입고 왔다가 허리까지 오는 산죽과 잡목한테 죽어나고 있다 쌤통이긴 한데 나뭇가지에 쓸리고 바위에 찍히고 피까지 흐른다. 특히 동엽령에 이르는 비탈 내리막은 산죽밭이라 여간 힘든게 아니다.

07:45 동엽령(1,320)은 사거리와 삼거리 두군데 인데 사거리는 왼쪽으로 칠연폭포를 지나 안성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은 병곡리로 떨어지는 길이며 20분 정도 더가 만나는 삼거리는 좌측으로 안성가는 길인데 막아놓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17년 정도전인 1986년 친구 하명이와 노만이랑 결혼전 집사람이랑 무주구천동에서 하루밤 200mm 짜리 무서운 비를 스레트 민박집에서 겨우 지세우고 다음날 아침 완전히 계곡으로 변한 구천동 포장길을 따라 백련사를 거쳐 반 죽으며 향적봉에 올라(길이 무척 경사짐) 이곳 동엽령에서 안성으로 내려간 길이 너무도 기억에 남아 남다른 감회가 새롭다. 그때 기억으로는 덕유평전의 길이 넓고 온화한 평원이었는데 그 기억으로 반바지 입고 왔다 산죽한테 당하고 싸리한테 혼나고 있다.

<동엽령/뒤로 덕유주봉 향적봉이 보인다>



8:30 백암봉(1,480)은 덕유평전이 덕유주봉인 향적봉과 귀봉, 지봉, 대봉으로 이어지는 대간으로 나뉘는 송계사 삼거리로 이제부터 대간은 덕유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길을 잡게 된다. 삿갓재에서 여기까지는 8.5Km 황점부터는 12K 가까이 왔는데... 많이도 왔지만 가야할 길도 만만치 않다. 능선길은 그런대로 갈만 하지만 무슨 봉에 오를 때마다 내리치는 폭염에 피할 길이 없고 길이 덕유 주능선을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통행이 확연히 줄어드는 길이라 산죽이며 싸리가 기승을 부린다. 이제는 나뭇가지에 쓸린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기운도 떨어져 아무생각 없다.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 귀봉을 넘어 내려가니 어택을 맨 여자포함 젊은이들이 산불 감시초소 앞에서 간식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 듬직해 보일 수가 없다. 조금 더 내려가니 횡경재(9시45분) 이제 몸은 무아의 경지다. 아무 생각이 없다. 대간 쉬운 곳이 없다지만 오늘은 배낭도 약간 무겁고 길도 길고 그냥 기계처럼 걷는다, 지봉 안부(10시10분)에서 야트막한 헬기장을 지나 몇 번 이나 이제나 저제나 했던 지봉에 도착.

<지봉에서 돌아보는 대간과 덕유평전>


10:23 지봉(못봉1,342)에서 되돌아보는 대간의 모습은 도대체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했는지 모르겠고 오늘의 목적지 신풍령 빼재까지 또 몇개의 봉우리를 더해야 하는지를 가름 할 수가 없다. 팻말에는 아직도 6.1K나 남았단다. 더구나 지봉에서 대봉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은 급경사에 싸리나무가 촘촘히 이어져 있고 말이 급경사지 거의 직벽의 흙길을 20여미터 뚝 떨어지는데...얼마나 깊이 내려왔던지 바로 앞에 있어야할 대봉은 거대한 봉우리로 내앞에 다가와 있다. 이제 마지막이다. 대봉 한번 하면 집에 간다. 대봉 안부(10시50분)에서 숨한번 고르고 죽기를 각오하니 의외로 대봉은 수월하게 오르는데...

11:20 대봉에서 내려서면서 부터는 발이 앞부분이 닿기 시작하며 아파온다. 많이 걸었다는 증거다. 김과장님은 선두와 달리기를 포기하고 백암봉부터 우리와 같이 한지 오래됐다. 팻말에는 아직도 신풍령이 4.7K나 남았단다. 하도 힘들어 주저앉아 이선생님과 오늘의 일정을 더해 보니 20키로가 넘어가는데 윤대장님은 나중에 대관령 구간은 하루에 28키로가 넘어간다며 이건 장난도 아니라고 겁을 주는데.....


12;45 1,039봉. 좌로 돌아도, 우로 돌아도, 올라도, 내려도 신 풍령은 안나온다. 잡목숲이라 해는 피할수 있지만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도대체 준비 안된 다른 사람에게 선뜻 대간 하자고 권하기가 겁난다. 비로소 온몸에 잡기운이 모두 빠지는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하산을 하다가 갑자기 길이 끊겼다. 조금만 더 생각이 없었다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지경이다. 드디어 무주구천동과 거창을 잇는 신풍령에 도착했다. 이보다 덜 훼손된 구룡령에도 Eco-Bridge라고 해서 길 위로 동물의 이동통로도 만들고 대간도 이어 놨는데 우리 나라 정도의 선진(?)국에서 이렇게 대간을 무자비하게 잘라 훼손해 놨다니 한참을 의아해 하다가 내려왔다. 왼쪽 화살표 위 부분에 대간이 끊긴 지점이 있다.
신풍령 휴게소가 보이는 능선에 수령이라는 표시석이 보이고 그 앞에 물이 나오는데 옆의 분들이 고맙게도 권하기도 해서 체면 불구하고 웃통 벗고 오랜만에 등목을 하는데... 어이 시원하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이대장님이 주시는 방금 캔 생더덕이 들어 있는 더덕주는 향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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