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6구간(성삼재-주촌/만복대, 정령치)

마운차이 2005. 7. 22. 13:13

일시 : 2003. 6. 22 03:45∼10:40(13Km, 6시간)
산행구간 : 성삼재(1,060)-작은고리봉(1,248)-묘봉치(1,130)-만복대(1,433)-정령치(1,170)- 큰고리봉(1,304)-고기교-주촌
날씨 : 물안개 이후 쾌청

 

지리산 입산금지가 다른 해 보다 일찍 끝났다. 보통 대간의 시작을 지리산부터 하지만 우리 대간팀이 그 금지기간에 산행을 시작한지라 덕유산도 끝나가지만 실상 지리산과 오늘 우리가 할 성삼재-주촌 일부 구간이 늘 마음에 짐처럼 남아 있었는데... 이제부터 한 번 걸러 지리산 구간이라 그렇게 기대 될 수 가 없다. 더구나 오늘의 목적지 주촌 가재마을은 처음 대간을 시작했던 곳이라 항상 마음에 두던 곳이고 그날 새벽 모처럼 구경했던 쏟아지는 별들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차가 지리산 휴게소에 들어서니 새색시 친정 온 기분이랄까... 첫날 산행 후 막걸리 파티했던 기억이 새로운 게 익숙한 분위기가 반갑다. 반선을 지나 달궁으로 들어서니 작년 수해의 상처가 얼마나 심했던지 아직도 일부 도로는 절반이 통행이 금지되고 물길 따라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거푸집이 아직도 있는 상태에서 벌써 장마철로 들어섰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성삼재는 완전히 동대문 옷가게 새벽시장이다 서너 대의 버스에서 동시에 사람을 풀어놓으니 장터 같다.

 

03:45 산행이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노고단 쪽 지리산 종주길로 향하고 우리처럼 주촌 방향으로 일부 있다. 잎이 넓은 잡목 숲으로 시작되는 성삼재 길은 이곳이 지리산에서 제일 큰 계곡이고 수량이 항상 풍부한 곳이라 새벽이면 자주 짙은 안개가 드리워지고 더불어 잎이 넓은 잡목 숲을 헤치느라 온 몸은 금방 축축하게 젖는다. 해드랜턴 불빛에 물안개가 춤을 춘다. 그래도 하늘에는 잦아드는 반달이 교교하게 비추고 있다. 거의 고리봉에 도달할 즈음 위쪽에서 김대장님이 엉뚱한 곳으로 가는 해드랜턴의 불빛을 보고 진행을 저지시키고 온 길로 되돌아 나오게 하는데 내가 속한 그룹이다. 한 2-30미터 되돌아 나왔나 보다. 주변은 어깨까지 오는 잡목 숲이다.

 

04:20 작은 고리봉(1,248) 선입견이란 게 있다. 관성의 법칙도 무섭다. 특히 안 보이는 새벽 산행에서 더욱 그런데... 보통 산길은 특히 정상에서 거의 올라온 곳의 반대 방향으로 종주길이 이어져 있는데... 안보일 때 이 룰이 안 맞으면 일이 생긴다. 아직 쉴만한 때가 아니고 일부 대원은 쉬고 있지만 선두가 먼저 출발한 상태라 그냥 따라갔다. 캄캄한 밤이라 벌써 앞 일행을 놓쳤고 조심스레 길을 찾아 대 여섯 명이 무리 지어 가는데... 내리막 경사가 흙 길이지만 거의 절벽 수준이다. 그래도 앞의 일행을 찾느라 부지런히 내려가는데... 이슬을 먹은 나무뿌리에 미끄러져 여기 저기서 넘어지고... 나도 조심조심한다. 한참을 내려왔는데 아뿔싸!! 앞에서 분명히 길은 나 있지만 대간 길의 모양이 아니었는지 다시 고리봉으로 후퇴를 명한다. 아니! 알바.... 고리봉으로 올라서면서 오른쪽으로 90도 틀어야 대간길인데 우리는 직진을 했다.. 다시 고리봉에 오르니

 

04:40분 내가 거의 꼬리에서 따라 갔는데... 이제 뒤쪽이 선두가 되는 바람에 내가 제일 앞이 됐다. 덕분에 온몸으로 나뭇잎과 가지의 이슬을 쓸고 가면서, 흠뻑 비 맞은 상태에 바지 가랑이는 진흙으로 떡 칠을 했고... 뒤에서 오는 사람들이 나를 놀려먹는데 그분도 내 바지랑 오십보 백보! 길은 그렇게 험난하지 않지만 잡목과 싸리 그리고 억새가 터널처럼 둘러있어 제대로 걷다가는 머리며 눈을 찌르기 일쑤고 거의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진행한다. 어김없이 새들의 합창속에 대간의 아침이 밝아 오고 뒤로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지나 반야봉에 이르는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반야봉 능선>



06:00 두 대의 헬기가 동시에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헬기장을 지나 만복대(1,433) 도착.. 오늘의 상봉이다. 아직까지 제법 경사가 있었지만 한번도 입으로 호흡하지 않고 코로만 하는데 성공... 근데 왜 코로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훨씬 힘든 걸 참고하는 것이라 좋은가? 모르겠다... 사방은 아직 가스로 뿌연 상태이고 정령치 방향은 한 무리의 구름이 능선을 밀려오는데 설악의 공룡능선을 보는 것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다. 하도 배가 고파 아무 생각 없이 떡 한 조각 잎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는데 이 선생님이 정상 사진 찍자고 하시길레 우물거리며 찍었더니 나중에 볼이 불룩한 게 사진을 다 못쓰게 만들어 버렸다. 다음부터는 뭘 먹으며 찍지 말아야 하겠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정령치 능선 / 오른쪽 아래 정령치로 오르는 도로가 보이고 앞의 큰 봉우리는 큰 고리봉 그 직전이 정령치>

만복대에서 내려다본 지리산 산자락의 위용과 달궁과 뱀사골로 이어지는 커다란 계곡이 얼마나 큰 계곡인지 실감할 수 있다. 오늘의 대간 길은 지난 산행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코스인데 고리봉 직전에, 주촌을 지나 여원재까지 간다던 광명시청 팀은 암만 기다려도 오지 않고... 길도 수월하고 거리가 짧아도 대간은 대간이다. 거의 전구간을 잡목터널로 가야하는 어려움은 피할 수가 없다.


06:50 정령치 휴게소(1,170 ) 온화하게 가던 대간이 급경사 계단 길로 떨어지며 남원 가는 포장도로를 만난다. 이제까지 이런 도로를 만나고 휴게소가 나오면 대부분 산행을 마감하는 분위기인데 오늘은 아니다. 유럽풍 나무 테라스에 햇볕은 쬐며 삼삼오오 커피를 마시게 휴게소를 이쁘게 지어놨다. 더구나 하수처리 등으로 물을 함부로 쓸 수 없는 위치 때문인지 화장실에 물 대신 거품으로 뒷처리를 하게 해놨는데 비교적 깨끗하고 좋은 아이디어 인 것 같았다. 정령치는 삼한 시대 마한의 왕조가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정씨 성을 가진 장군을 파견하여 지키게 했다는데서 유래했다는데... 대간을 지나며 아직도 옛날의 축성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성삼재나 팔랑치 모두 병사들이 지키던 수비 성터의 병사 숫자라는 얘기도 있다.

07:30 큰 고리봉(1,304) 이제 오늘 올라가야 하는 봉우리는 다 올랐다. 여기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바래봉이나, 세걸산 능선이 대간처럼 혼동되나 이제 대간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따라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300부터 500까지 떨어지는 길이니 많이 걷지도 않았는데 발가락이 아파온다. 아무래도 신발을 한 칸 큰 것 샀어야 하는데 그랬나 보다. 남도 특유의 소나무 숲 사이로 잣나무도 있는데 이 선생님이 한참을 안 오시길레... 소나무 숲이 좋은 곳에 앉아 흑염소 농장인지 그물망 울타리가 넓게 쳐진 곳에서 바쁠 것도 없겠다... 막걸리 한잔하며 시원한 바람 맞으며 한가로이 신선이 되고 있는데... 늦게 오신 이 선생님이 한 보따리 잣을 따오셔서 체면 불구하고 3개를 달라하여 술을 담궜는 데 욕심 껏 큰 병에 담구는 바람에 잣 맛이나 날려는지 모르겠다. 막걸리 한잔으로 긴장도 풀리고 많이 내려온 덕에 잠깐 방심하며... 길이 물에 쓸리지 않도록 계단 삼아 가로 놓여진 반질반질한 나무를 밟는 순간 미끈하며, 그야말로 프로레슬러 바디슬램으로 하늘로 들어 메다 꼿듯이 나동그라졌는데... 양손에 스틱이 쥐어져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무사할 수 있던 건 아무래도 그동안 대간에 있는 많은 묘지의 귀신들에게 인사를 잘했기 때문인 가 보다(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아뜩한데 다행이 떨어진 곳도 소나무 숲의 솔잎이 많이 쌓인 곳이라 별일이 없었다. 앞으로는 정말 하산 때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겠다. 이슬 있는 날의 나무등걸은 정말 위험하다.

<길에서 만난 인동초입니다>

09:10 고기교 도착. 공식적인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여기부터 대간은 주촌까지 730번 포장도로가 대간길이다. 미리 이 길은 오늘 가지 않는 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 일행은 조금 미리 내려왔겠다. 주
촌까지 가보기로 했다 시골길에 과속으로 달리는 덤프트럭이 약간 겁나긴 했지만 우연히 길옆에서 발견한 인동초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고 처음 산행할 때의 기억들이 새롭게 생각나는 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10:40 특히 가재마을의 유명한 샘에서 물맛을 보고, 그 뒤 대간 시점에 있는 소나무의 대단한 위용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마지막 나무는 어린 아들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경외스럽기 까지 했다. 전에 밤에 올라갈 때는 4그루였는데..이제 보니 5그루가 맞다. 그러는 사이 충북도청 대간팀이 이제 막 수정봉을 향해서 산행을 시작하고 있다. 해가 나와 쨍쨍 비치는 이 시간에 수정봉! 만만치 않을 텐데... 남의 일이다. 멀리서 이곳을 살펴보면 지리산으로 이어진 대간과 백두산까지 달려나갈 대간이 포장된 도로로 나뉘어 있고 엄밀히 말하면 이곳이 대간이 시작되는 곳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 사람들은 이곳에 비석을 세우고 가묘를 만들어 대간의 용의 기운을 다스리고 있는 것 같다. 마을의 좌측으로 덕산저수지까지 펼쳐있어 마을의 풍요를 더하는 것 같았다


주촌을 둘러보고 버스 있는 곳으로 돌아와 보니 이제 마지막 일행도착이 10분 남았단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마침 우리 버스가 주차된 곳이 송어집이라 김과장님이 이걸 놓칠 리가 없다. 송어 한 사라에 소주 각 1병으로 하산주 하고 매운탕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부리나케 버스에 오르니 출발!! 송어회 먹느라고 단체사진도 못 찍었다. 나중에 좀 섭섭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의미가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 산행은 전구간 입을 벌리지 않고 코로만 호흡하며 진행했는데... 나만의 고행인줄 알았는데 앞뒤로 섰던 김과장님이 알아보고 축하해 주었다. 서서히 대간의 호흡과도 맞아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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