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3구간(중재-육십령/백운산)

마운차이 2005. 7. 22. 13:06

일시 : 2003. 5. 4 05:00∼12:15(16.5Km, 7시간 15분)
산행구간 : 중재-중고개재(756)-백운산(1,278)-영취산(1,075)-북바위-
민령-깃대봉(1,014)-육십령
날씨 : 등산하기 좋게 해 없이 맑음

삼일간의 황금의 연휴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고속도로는 전용차선 가릴 것 없이 완전히 주차장이다. 우리 버스도 평소 30명이 넘지 않았는데 오늘은 회장님이 배낭을 트렁크에 두자고 해서 약간 의아했는데 차에 올라보니 한자리도 빈자리가 없고, 대장님 한 분은 피크닉용 보조의자로 간다. 대단한 성원이다. 휴게소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 차가 들어설 틈이 없을 지경인데, 어린이날 연휴에 어린이는 안보이고 어른이 천국이다. 서상 톨게이트에서 나와 중재로 들어가는 입구를 찾는 길도 수월치 않았지만 중기마을 도로가 왕복 1차선 계곡길인데 우리 차가 한번에 꺽지 못하는 길이 나타나 대장님들이 랜턴을 도로와 차바퀴에 비추고 몇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중기마을에 도착하니 새벽 5시, 마을에는 벌써 '잠시 안내말씀 드리것어요!!!' 하며 새벽잠을 깨우는 스피커 방송이 시작되고 우리는 오늘의 등산이 시작되는 중재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중기마을에서 중재까지는 한 1.5K 정도 될라나 대간 마루금이 도 경계이니 거의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에 있는 마을인데도 마을 방송의 주인공은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한다. 중재에서 중기마을 정도의 거리에 전라도 쪽에는 번암 지지리가 나오는데 그곳에는 또 영락없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리라.... 약 4Km가 안되는 거리에도 대간의 벽은 크다.

05:30 평소보다 한시간 반이 늦었다. 그런데 전화가 위복이라 했던가 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로 주변이 환해져서 세상이 그대로 다 보인다. 매번 4시부터의 산행에서 처음 두시간 정도는 야간 산행이라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는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너무나 즐거운 산행의 시작이다. 중재가 650정도이니 처음 30분 중고개재(756)까지는 장난이다.
동네 뒷산 같기도 하고 소나무 길과 얕은 산죽이 연이어 있는데 중고개재에서 백운산(1,278) 까지는 산죽이 키를 넘기고 경사가 바짝 올라붙는 게 처음부터 오늘의 험난한 여정을 말해주는 듯 하다. 게다가 키를 넘기는 짙은 산죽밭에서 스틱 찍을 자리가 없어 손을 앞으로 하여 올라가는데 산의 경사 때문에 저절로 스틱이 땅에 박히며 스틱 손잡이가 안경을 때리는데 안경의 코받침이 눈을 찔러 안경은 찌그러지고 순간 충격에 눈이 얼얼하며 잘 안보인다. 더 심하게 다쳤으면 정말 큰일날 뻔했는데... 항상 주변에 안전사고가 도사리고 있어 조심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잠시 주춤하느라 일행과 떨어졌다.
김과장님이 고사리를 알려 주셨는데.. 끝이 또르르 말린 고사리가 지천이라 나는 무심하지만 여자분들은 그냥 지나칠 것 같지가 않다. 저번 산행에서는 취나물을 많이 땄다는 자랑도 들린다. 멀리 언듯 백운산 정산이 보이는데 홑산이 아니라 겹산인 것 같다. 홑산은 미끈하게 대장봉이 하나라 죽도록 올라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겹산은 이 봉 오르면 그 앞에 또 있고, 그 봉 오르면 그 앞에 또 하는 식으로 사람 반 죽인다. 약간 엷은 가스 사이로 해가 보일락 말락 하면서 뜨는 것 같다. 정상이 다와 가는 것 같으면서 오랜만에 묘지가 보이고 드디어 능선으로 올라 왔나 부다. 뒤로 장엄한 지리산의 천왕봉과 반야봉이 보이고 대간의 줄기가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내가 있는 곳까지 다다르고 있다.

<백운산 정상>


07:00 아까 걱정한 바와 같이 4개의 봉우리를 이제나 저제나 하며 오르다 보니 맨 마지막에 드디어 백운산 상봉(1,278)이 나를 반긴다. 이제까지 우리를 마중해준 지리산이 마지막 위용을 드러내는데... 엷은 운해가 바다를 이루며 지리산 전체를 환상적으로 감싸안고 있다. 이제 대간은 지리산을 더 볼 수 없고 덕유산의 품으로 들어간다. 멀리 남덕유의 자태도 눈에 들어온다. 지도에는 출발점인 중재에서 2시간 거리로 표기되어 있는데 30분 단축되었다. 중재에서 급하게 휘몰아친 대간이 백운산에서 한숨을 쉬더니 진행방향으로 좌로 90도를 꺾이며 비교적 온화하게 능선을 이으며 영취산을 향한다.

08:07분 선바위고개... 왼쪽으로 무령고개(930)로 가는 갈림길로 백두대간에서 금남호남정맥이 시작되는 곳이다 나중에 영취산에 올라보면 무령고개를 지나 장안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을 확연하게 볼 수 있다. 이 정맥은 장수 팔공산을 지나 진안 주화산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뉜다는데, 호남정맥은 내장산, 무등산을 거쳐 광양의 백운산까지 이어지고 금남정맥은 대둔산, 계룡산을 거쳐 공주의 부소산까지 간다고 한다. 오늘 우리가 지나온 백운산이나, 광양의 백운산이나 모두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빨치산의 주무대이다.

08:15 드디어 영취산 정상.. 이제 지리산 능선은 초승달처럼 일부만 보인다. 이 산에서 발원하여 금강, 섬진강, 낙동강으로 물이 흘러간다고 대간 표시판이 알려주고 있다. 발아래 함양땅이 분지로 둘러싸여 옛날에는 정말 험한 오지였음을 실감나게 하고, 그래도 이곳 사람들 먹을 만큼은 잘 정돈된 논이 있는 게 자족은 가능해 보인다.

90:00 전망대 바위.. 덕운봉(956)을 살짝 비켜 좌우 모두 전망이 좋아서 인지 그렇게 부르나 부다. 이제는 멀리 오늘의 목적지인 육십령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는 산죽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간혹 싸리나무도 나타난다. 977봉을 지나니 대간의 이정표가 쓰러져 있는데... 전망대 바위쪽에서 너무 절경에 감탄한 나머지 야-호!! 소리가 들려오는 데.. 이선생님의 걱정이 태산이다. 야-호!! 하는 우리의 즐거움이 동물들에게는 크게 위협이 되고, 더구나 봄에는 동물들이 짝짓기를 하는 때라 생태계의 혼란까지 초래하게 된단다. 다음부터는 소리 지르지 말아야 하겠다.

10:20 북바위 도착.. 숲으로 뒤덮인 대간길에 북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바위 위에 올라가니 발 아래가 천길 낭떠러지로 겁이 덜컥 나며 얼른 뒤로 물러섰다. 그래도 전망은 기가 막힌 게 이선생님이 지도를 꺼내 보니 가까이 오동저수지가 펼쳐지고 멀리 벽남제 호수가 보인다. 그 위로는 고속도로로, 육십령터널을 통과한 길이 다리를 지나며 마치 스위스의 경치를 보는 듯하다. 마침 호수 서쪽의 주촌은 충절의 가인 논개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고 지도에 표기되어 있다. 이곳부터 야트막한 내리막길에 민령이 나오는데 내리막길만 나오면 이선생님이 뛰고 뒤따라 김과장님도 뛴다. 절대 내리막에서 뛰면 안된다는데... 숨이 편해지면서 내리막길에는 자연 뛰게 되지만 이게 관절에는 아주 안 좋단다. 특히 건강연령이 길어지면서 늦게까지 산행을 즐기려면 절대 내리막에 뛰면 안 좋다. 민령을 지나면서 야트막한 오르막에 송전철탑이 있다 불가피하게 세우긴 했겠지만 요즘처럼 큰 것도 아니고 전기줄도 고작 4개만 지나는데도 대간을 가로지르는 철탑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다.

11:15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깃대봉(1,014)을 오르는 길은 온 세상이 둥굴레 밭이다. 이 둥굴레 군락은 육십령까지 이어져 있다. 또한 이곳부터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이름 모를 산꽃 들이 잠시 발길을 잡는다. 또한 깃대봉에 이르는 길은 발 밑에 고속도로 육십령 터널위로 난 길이라 터널속으로 차가 들락거리는게 모두 보이지만,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대간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함양에서 거창으로 넘어가는 길과 전북 장수 장계로 넘어가는 길을 모두 조망해 볼 수 있어 경치가 그만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만 크고 작은 봉우리를 한 20여개 넘은 후라 이제는 피곤이 밀려오기 시작하고 깃대봉부터 손에 잡힐 것 같은 육십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롤러코스트를 타는 형상으로 내려가고 있어 지루하기가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11:30 깃대봉 아래는 대간 처음 하는 날 주촌 마을에서 길옆에 샘물을 본 이후로 처음 만나는 반가운 샘물이 있는데 수량도 많아 물이 계속해서 콸콸 쏟아지고 있다. 물맛도 시원하고 좋은 게 갈증도 나겠다, 두 바가지나 연거푸 먹고 나니 배가 출렁거릴 지경이다.

12:15오늘의 목적지 육십령. 옛날에 영남에서 호남으로 넘어가는 주요 교통로로 산길이 하도 험하고 산적이 두려워 일행이 60명이 차야 산을 넘었다고 해서 육십령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대간으로 보면 이제까지 지리산 구역에서 덕유산 구역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되고 대간하는 선배들 농담으로 이제 비로소 이등병에서 일등병으로 진급하는 계기가 된다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제까지 워밍 엎을 했으니 본격적으로 대간이 시작된다는 신호점이라고나 할까? 마지막 도착 100여 미터를 남기고 대간길 옆으로 휴게소로 떨어지는 길이 있는데, 다 온만큼 묘지를 돌아 도로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정확한 마루금이고.. 길건너 다음에 오를 대간 입구도 확인하고 휴게소로와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판에, 휴게소 식당의 김치찌개는 값도 저렴하고(4,000원) 10여 가지 반찬과 특히 찌개 맛이 일품이었는데 그 덕에 과음하여 오는 차안에서 횡설수설하고, 정신을 잃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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