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3. 8. 17 03:20∼11:00(13Km, 7시간40분)
산행구간 :
덕산재(640)-부항령(680)-1,030봉-1,170봉-삼도봉(1,176)-삼마골재-해인리
날씨 : 전 구간 비
시작이 반이라 더니 4월6일 주촌 가재마을에서 대간 산행의 첫발을 내디딘 이후 벌써 10회라는 의미 있는 숫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단 한차례의 결석 없이 무사히 산행을 이어갈 수 있어서 기쁘다. 처음과는 달리 요즘은 선수들만 모여서 그런지 10:45분만되면 차가 백현 정류장에 도착한다. 저번에도 내가 늦었는데.. 요번에도 차가 먼저 도착해 있다. 조금 더 서둘러야 하겠다. 오늘은 최대장님 일행이 15일 지리산 당일주파로 몸져누운(?) 관계로 낯익은 분들은 몇 분 안되고 새로운 일행 분이 몇몇 계시는데... 그래도 단촐하다.
산행 후 처음으로 두 자리를 독채로 배낭까지 옆에 두고 편하게 간다. 금산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아침식사 시간까지 멀쩡하던 날씨가 무주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비가 뿌리기 시작한다. 애초에 비 소식 일기예보를 들은 차에 이제나 저제나 조마조마 했는데... 올게 오나 부다. 특히 무주는 비하고는 관련이 많은데... 혹시 무주에는 항상 비가 오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폭우 속의 덕산재 휴게소를 뒤로하고 떠난 지, 한달 보름만에 다시 오는 덕산재에 비가 뿌리고 있다.
03:20 폐쇄된 휴게소 뒤편으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평소 같으면 세시 반에서 네 시 사이에 산행이 시작되지만 광복절 연휴로 서울 가는 고속도로가 엄청 밀릴 것을 감안해 시간 되는대로 미리 시작해서 일찍 끝내자는 취지다. 이대장님 뒤로 바로 붙어 앞에서 세 번째로 산을 오르는데... 시작하자마자 나뭇잎에 물기가 온몸으로 전해 오며 바지부터 젖기 시작한다. 잡목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까지는 길이 얌전하다.
산행 한시간이 안돼 다리에 스패츠까지 했지만 제일 앞의 이대장님은 벌써 신발에 물이 찼다고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물이 차 걷기가 불편하다. 838봉을 지나 내리막 길.. 연신 길이 미끄럽다고 앞에서 주의가 날아오는데... 미끈하면서 몸이 아래로 꺼지며 앞서 가는 이대장님의 다리에 두발로 그대로 태클이 들어가고 자빠진 내 몸 위로 이대장님도 넘어진다. 우쒸.. 챙피.. 옆에 차고 있던 생수 병이 떼구르르 도망가고 뒤에서도 연신 어쿠, 어쿠 한다. 앞서 가는 선두에 이대장님은 그냥 가는 게 아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표식기를 찾고,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지 않도록, 아니면 본능적으로 길을 찾아 바삐 두리번거리는 랜턴 불을 느낄 수가 있었다.
05:30 부항령. 김천에서 무풍으로 넘어가는 지방도로 삼도봉 터널이 지난다는 안부에 서너평 규모의 자그마한 공간이 있고 누군가가 문패 크기로 부항령이라고 코팅 종이를 달아 매 놓았다. 도로 바로 위지만 아직은 차소리도 없고 조용하다. 길은 90도 왼쪽으로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부항령 너머 오르막길에 잠시 일행을 추스릴 겸 가는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늘보 공식 찍사인 이선생님이 카메라 배터리가 다된 줄 모르고 그냥 오셨다가.. 여기 저기서 배터리를 구해 임시로 작동해 보지만 꼼짝도 안한다. 나도 이선생님의 사진에 많이 의존해 산행기에 사진을 싣고 있는데... 낭패다... 어두운 길이지만 두 시간이 넘도록 쉬지 않고 산행을 진행했고.. 천천히 이동을 했지만 5Km 이상 진행이 되었다. 도상 거리로는 1/3정도 온 모양이다. 비가 오는 관계로 배낭 커버 벗기기도 귀찮아 물만 한 모금하고 그냥 서서 쉰다. 길이 경사가 꽤 급한 지형으로 대간 개요에 묘를 오른쪽으로 가면 우회로라 했는데... 우리는 좌측의 능선 길로 그냥 간다. 비가 오는 날은 새들도 늦잠 자기 좋은 날인 양.. 약속이나 한 듯이 한 놈도 우는 놈이 없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제 날은 완전히 환해졌다. 날이 환해지며 이제까지 숨겼던 엉덩방아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 판초에 4번 넘어져 표시가 안 나는 초행의 여대원님이 놀려먹는다. 내참...
06:35 1,030봉. 미끄러운 내리막길과 키작은 잡목길 뒤로 넓은 헬기장의 봉우리에서 떡과 음료수로 아침을 먹는다. 연이어 이어진 일행이 960봉과 1,030봉의 오르막을 거치면서 거리가 많이 벌어진 모양이다. 날이 새도 사방은 안개와 가스로 시계는 거의 없다. 참 주변의 경치가 좋은 곳인데... 아깝다. 이제 온몸은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인데... 어느 여자 대원님은 방수 바지인지... 바지의 앞쪽만 물에 젖어 있고 뒤는 마른 상태로 그대로 인데... 물어보니 신발속도 아직 젖지 않았단다...좋겠다... 1,030봉에서 1,170봉까지 1시간 여의 거리는 평탄한 능선길을 지루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이제부터 나오는 산죽과 잡목은 슬슬 키 높이로 높아지면서 삼도봉에서 우두령의 지옥 같은 잡목 숲을 예고하는 듯 하다. 중간에 무명봉의 폐쇄된 헬기장에는 두어 평 정도만 남기고 헬기장이 허리 높이로 잡풀이 무성한데.. 다들 군대를 거친 분들이라 그런지 어느 대원님은 이곳 예비군 중대장을 헬기장 관리 소홀로 영창 보내야 한다고 농을 하는데... 아마 주변의 다른 헬기장이 많아 그런 모양이다.
07:40 1,170봉 좌우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암릉지대를 통과해서 1,170봉에 도착했다. 겨울에는 엄청 위험할 구간이고 날이 맑았으면 주변 경치도 좋았겠지만.. 발 밑이 아찔한 구간을 한참을 진행해야 했겠지만.. 개스로 아무 것도 보이는 게 없어 오히려 부담 없이 걸을 수가 있었다. 잠시 휴식후 선두와 함께 출발하려는데... 윤대장님이 배낭을 풀며 막걸리 한사발! 하고 외치는데... 다른 사람은 모두 그냥 가고 나만 되돌아가 윤대장님 앞에 얼른 줄을 선다. 이 막걸리를 먹어야 늘보 공식 산행이 된지 오래됐다. 감사합니다! 1,170봉에서 잠시 내려오면 1,000지대에 목장지대라는데... 넓은 초원과 흙이 드러난 길이 U자로 구불구불 나 있는데. 그 길을 서너번 가로질러 대간은 이어지고 있다.
다시 목장지대를 지나 숲으로 들어와 얼마쯤 지났을까 앞서가던 김대장님이 길 왼쪽의 넝쿨을 가리키며 이게 뭐지? 하는데... 김과장님이 얼른 보시고 더덕이다! 하며 넝쿨을 찾아 스틱으로 땅을 파는데... 뒤따라오는 처음 온 여대원님은 연신 심봤다! 심봤다!! 하고 외치고 잔치 분위기... 큰놈이다. 어른 손가락 두 개 굵기로 길이도 한 뼘은 되는데... 7년내지 10년 정도는 족히 되어 보이고 초롱처럼 생긴 꽃과 씨주머니가 여러 개 달렸는데... 김과장님이 집에서 술을 담궈 나중에 정상주로 하기로 했는데... 앞서 가는 과장님에게서 계속해서 더덕 향이 나는 게... 위력이 대단하다.
09:00 삼도봉안부. 무주 설천과 무풍쪽 중미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해인리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는 곳으로 삼도봉 0.5K라는 나무 이정표가 너무나도 반갑다. 이대장님은 부득이 탈출하려는 대원이 있을까봐 해인리로 안내하는 표시 종이를 매달고 이제 오늘의 마지막 오르막이다. 이곳은 큰 나무는 없고 모두 야트마한 잡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하도 사람의 통행이 많아서 인지 길을 흙이 드러나게 넓게 나 있다.
09:15삼도봉(1,176) 오늘의 상봉이다. 사방으로 그 좋은 경치는 볼 수가 없어 아쉽지만 삼주 전에 맑은 경치는 구경을 했으므로 오늘은 색다른 맛이 있다. 얼른 이대장님이 삼도 화합 탑을 돌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모두 한바퀴 돌고, 다시 누군가가 반대로 돌아야 효험이 더 크다고 해서 또 반대로 돌고...우리가 올라오는 쪽의 탑에 전라북도가 새겨져 있고 그 앞에 상석이 놓여져 있는데... 김과장님이 아까 캔 더덕과 막걸리를 올려놓고 간단한 정상제를 올리는데... 다같이 대간 무사종주를 기원했다. 사진 촬영까지 마쳤는데.. 이제사 김여사님이 올라오시며 또 매실주를 한 병 주신다. 감사합니다. 오늘로 전라도는 모두 마쳤다. 이제 새로이 데뷔한 충청도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삼도 화합의 탑/비로 사방이 뿌옅다>
10:05 삼마골재. 오늘 대간의 종점이다. 삼도봉에서 이래저래 삼십 분 가량 놀았나보다 삼도봉에서 삼마골재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넓은 도로로 삼마골재에서 좌로는 물한계곡, 우로는 오늘 우리가 내려갈 해인리, 직진하면 잡목이 악몽같은 우두령 구간이다. 길은 넓게 나 있지만 사람의 통행이 많지 않은지... 허리까지 오는 풀숲이 자라있고 거의 길바닥은 보이지 않는 다. 군데군데 잔돌이 많은 길이라 다리에 힘이 없을 때 걷기는 어려운 곳도 있다. 작년처럼 큰 수해에는 이 길이 바로 물길이 되는 지... 많이 파여진 곳도 눈에 띤다. 삼도봉에서 많이 놀아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지만 그래도 맑은 계곡에 이도 닦고, 신발도 닦고...
11:00 해인산장. 등산하는 분들에겐 꽤 유명한 산장으로 후덕하게 생기신 주인 아저씨가 옛날에 등산활동을 하신 모양인데... 우리 이대장님이 선배로 대접하는 거 같고, 고령산악회운 껍질 달린 흙돼지 고기... 기름 빠진 고기가 맛이 일품이었는데... 오랜만에 시골고추 한 개 먹다. 반 죽었다. 늘보산악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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