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34구간(진고개-구룡령/동대산)

마운차이 2005. 7. 22. 14:42

일시 : 2004. 9. 05 03:10~12:50 (21Km, 9시간 40분)

산행구간 : 진고개(970)-동대산(1,433)-두로봉(1,422)-신배령(1,211)-응복산(1,244)-약수산

           (1,306)-구룡령((1,013)

날씨 : 작열하는 태양


  8월1일이 일요일이라 1일과 15일에 대간을 하고 3주 동안 쉰 터라 오랜만에 짐 싸가지고 집 나서기가 힘들다. 하루 쉬고 말까!! 하는 유혹이 발목을 잡아도 무거운 발을 이끌고 나는 대간하러 간다. 태풍 온다는 그 비에도 안 쉬고 나섰던 걸음인데... 일기예보는 야외 활동하기 좋은 날이란다. 보름을 일 주 넘긴 약간 기울어진 달이 촘촘한 별과 함께 우리를 맞이하고.. 불 꺼진 진고개 휴게소의 적막을 뒤로하고 해드랜턴도 끈 채 조용히 동대산 들머리로 들어간다. 왜 불은 끄게 하는지... 입산 통제구역인가?    

           

03:10 진고개(970).. 등산 초입부터 발아래 풀들이 이슬을 머금어 신발이 젖는다. 그러나 그도 잠시 곧이어 아름드리 나무사이로 넓은 길이 나오며 길이 좋아진다. 사실 큰 나무가 없는 잡목 숲 길 이라면 아마 흠뻑 젖었을 텐데... 처음부터 해발 460미터를 높이는 터라 이곳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처음 대간을 하면서 수정봉을 오르며 하나 둘 길옆으로 비켜 숨을 고르던 여자대원들도 이제는 잘도 올라간다. 어쩐 일인지 항상 이 여사님을 에스코트하던 재원씨가 특별 허가(?)를 받아, 벌써 선두로 치고 올라간다. 평소에 잘난 척 하고 싶어 어쨌누--   길이 넓은 만큼 흙이 드러나고 경사가 심해서 그런지. 자연의 회손을 모니터링 하는 구간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정상부가 가까워지면서 육중한 나무들이 사라지고 다시 키 작은 풀숲에는 이슬을 잔뜩 먹은 풀들이 불빛에 반짝인다.


03:55 동대산(1,433) 정상의 헬기장.. 두노봉(1,422)과 함께 오늘의 상봉이다. 밝은 날이면 오대산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올 좋은 자리인데... 맑은 하늘에 별빛만 영롱하고 지난번에 지나왔던 황병산의 군 기지에 불빛을 밝혀 놓아 이채롭다. 원래 군 기지라면 밤에 등화관제 안하나? 옛날 같으면 일체 불을 못 키게 했을 텐데..아마 높은 곳의 군 기지라 헬기 등 야간 항공사고를 막으려는 노력인 것 같은데... 아무튼 참 분위기는 좋다. . 동대산부터 길은 거의 평탄해 뛸 듯이 날아간다. 길 주변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글처럼 큰 나무 주위로 길이 나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이름 모를 넝쿨들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 1,406봉을 지나면서는 길이 엄청 아래로 떨어져 한참을 내려간다. 오늘따라 김과장님이 선두 부근으로 내빼는 바람에 다들 한마디... 그 양반 오늘 안 왔나?


05:05 차돌배기 좁은 대간길이 약간의 바위 너덜이 나타나더니 집채만한 바위 두 채가 연이어 붙어 있는데... 모두 새하얀 차돌이다. 저거 대패로 얇게 켜서 구워 먹으면 진땡이 차돌배기? 마치 커다란 대리석을 보는 기분이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지만 혼자고 잠시 전 쉬고 나서 출발한 상태라 그냥 진행..


05:25 무명봉.. 날이 새고 있지만 아직까지 황병산의 불빛이 감미롭다. 지도를 보니 여기부터 이어지는 계곡이 신선골이고 상원사 앞 도로에서 주 계곡과 만난다. 길이 다시 아래로 꺼지며 해발 1,000까지 내려간다. 이제 해가 오르려는 모양이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며 분위기는 조성되었는데... 길이 오르막 숲속이라  해 오르는 걸 볼 수가 없다. 얼마간 된비알을 힘겹게 오르고 나니 이미 해는 중천으로 떠올라 버렸다.


06:27 두로봉(1,422)  야트막한 오르막 뒤 밋밋한 두로봉 정상 이곳에서 상왕봉을 거쳐 오대산 비로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다. 날이 밝으니 가을이 오고 있다. 잎이 일부 물들기 시작하며 붉은 색 오미자 열매만한 마가목이 사방에 지천이다. 윤대장님은 술 담굴 마가목을 따느라 벌써 뒤편으로 쳐저 있고, 길 따라 허리춤에는 붉은 색 열매가 달린 귀한 오갈피 나무도 보인다. 결실의 계절에 세상이 풍요롭다. 두로봉에서 신배령까지는 온통 멧돼지가 파놓은 길을 따라 뛸 듯이 걷는다.  


07:30 신배령(1,211) 오늘 산행한 구간부터 이곳까지가 오대산 국립공원 구역이란다. 반대편 길에서 이곳으로 동식물 보호구역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 팻말이 붙어 있다.  두로봉에서 오대산 주능선을 넘었으니 신배령에서 좌측으로는 조개골이 명개리로 떨어지고 이물이 또 하나의 한강을 발원하여 홍천강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투구꽃>

                                         

 

    신배령을 지나 복룡산으로 가는 길과 나뉘어 지는 1,210봉과 만월봉(1,279)은 우회한다. 길 주변은 온통 금강초롱의 향연이다. 한 두 송이가 다소곳하게 있다가 여러 송이가 무리지어 있다가 혼자 보기가 아까울 따름이다. 저놈이 더 북쪽으로 올라가 바위벼랑에 붙어선 놈은 더 보라색으로 자태를 뽐내기도 하는데... 금강산에서 처음 발견되어 우리 나라에만 있다고 해서 금강초롱이라는데... 일본 아해들이 처음 발견하여 학명은 하나부사어쩌고 한다나? 아쉽다!!. 일본 강점 시 수립된 지리학의 개념으로 산맥을 배우다가 이제사 내 발로 우리 땅을 일일이 밟으며 백두대간의 문리가 트이기 시작하는데... 그 속에 풀과 꽃까지 그 사람들의 손이 안 탄 것이 없다니...오호 통재라!! 

 

                                                                    <금강초롱>

                                         


09:05응복산(1,359) 당장 응복산 오르기도 만만치가 않다. 직전의 두 봉우리를 우회한 상태라 마음도 약간 풀어진 상태에서 이제 눈앞에 보이는 것이 마지막 봉우리(?)라는걸 기대하며 오르지만 3번이나 허탕을 치고야 정상을 허락한다. 정상이라야 잡목이 우거진 풀숲에 빛바랜 나무 이정표 하나.. 그나마 구룡령 방향 표시목은 땅바닥에 떨어져 누군가 임시로 바닥에 고정해 놓았다.  


     산행을 마치고 보니 진고개에서 동대산만 잠간 치고 올라왔을 뿐 동대산에서 두로봉을 거쳐 응복산까지는 장난이다. 오늘 시종일관 이렇게 길이 좋을 것이라 오해 마시라!! 이제부터가 죽음이다. 대간 어디 쉬운 곳이 있답니까? 촘촘한 등고선의 오르내림과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산세가 마음을 주눅을 들게 한다. 지도상에 마늘봉이라 되어 있는데... 실제로 마늘봉은 1,126봉으로 완만하고 그 뒤에 1,261봉이 경사가 예술이다. 그 뒤로는 1,280봉이 버티고 있다. 거의 죽다 살아났다.

 

                                                      <야생화.. 뭔 꽃이 이리도 이쁜고?>

      


10:30 1,261봉 오늘 최고로 힘든 구간이었다, 아니 대간 전체구간 중에서 깔딱 빅 5에 선정될 만큼 경사가 심했고, 일부는 해를 피할 수 없어 그만큼 더 힘이 들었다. 김과장님은 대간 초보때 힘들게 넘었던 덕유산의 삿갓봉과 필적하는 길이라 하는 걸 보니 그 양반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내리막 안부에서 일행보다 좀 일찍 진행했던 관계로 아예 30분정도 누워서 자버렸다.. 이곳부터 진드기 구간이라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잠시 쉬고 있으니 새로 오신 대원님 중에 오다가 산에서 딴 귀한 것이 있다며 보여 주시는 데... 이름도 생소한 노루궁뎅이 버섯 노란 털이 송송한 고슴도치 같기도 하고 담비 같기도 하고 귀하고도 귀한 것이라 얼른 사진 한 장 찍자고 졸라 사진에 담았다.

 

                                                                  <노루궁뎅이버섯>    

                         


12:10 약수산(1,326) 약수산 오르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약수산 오르막은 간간히 바위가 섞여있는 급경사 오르막 깔딱을 4번이나 치고서야 설수 있었는데... 이곳에만 칩거하는 날파리들이 수없이 달라 붙어 정상에선 잠시... 약간 비켜서니 그래도 한산하다. 정상은 해피할 곳도 없고 대신 삼봉자연휴양림에서 구룡령으로 올라오는 56번 국도의 조망이 좋다. 그 위로는 우리가 진행해야 할 갈전곡봉과 점봉산, 멀리 설악 대청과 중청의 활시위가 그대로 보인다 아! 벌써 가슴이 설레인다.

                                                                  <가야 할 대청봉>     

  

 

    주변에 약수가 많기도 하지만 약수물로 자란 산삼이 많기로 유명한 산이다. 본인은 아직 내공이 쌓이질 않아 ‘심’을 보기는 어려운 처지이고 대신 이숙씨가 구룡령 휴게소 물이 좋다니 물이나 실컷 들이켜야 겠는데... 나중에 보니 그도 허위제보라 하도 산삼이 많이 녹았는지 물이 뿌연 색이라 먹기가 곤란했다.

 

    약수산에서 구룡령은 거리는 가깝지만 경사는 엄청 급사면.. 나무 대신에 초지라 해 피할곳도 없다. 무릎도 좋지 않은 상태라 조심 조심... 구룡령 정상에는 동물 이동통로(Eco-bridge)를 만들어 동물들이 불의의 사고를 막고자 노력했는데... 혹자는 시끄러운 찻길에 휴게소 까지 옆에 있는데... 저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하지만 그래도 빼재처럼 산을 뭉턱 파헤쳐 길로 잘라 놓고 절개지는 흙이 드러날 정도로 내버려 둔 곳 보다는 100배 나은 곳이다. 이제 부터라도 고개마루 부근은 터널로 사람과 동물을 위한 배려가 있어야 할 테고... 기왕에 잘라버린 곳이라면 지금이라도 이동 통로는 만들어 주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백두대간 길에 국도 지방도 잘라 놓은 곳이 무릇 기하며... 동물도 안되지만 만에 하나 사람이라도 다친다면!! 예산이 문제가 아니다.

 

<생태이동통로/Eco-bridge>

 


12:50 구룡령(1,013) 강원도 홍천과 양양을 잇는 35번국도.. 비교적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도로로 피서지인 양양과 속초를 이어주는 곳이라 자주 애용하던 곳으로 익숙한 곳을 오늘은 대간하고 도착했다. 먹지는 못했지만 약수물에 등목하고 최대장님이 남기라고 신신당부해서 남은 고기에 1차하고, 중구네 식구들이 아까운줄 모르고 아까 따온 노루궁뎅이 버섯 숭숭썰어 놓고 구운 삼겹살에 2차하고 앗싸!! 정신은 몽롱하니 잠속으로 빠져 들었는데... 마침 오늘이 추석맞이 벌초하는 날이라 길이 밀려 양평으로 곤지암으로 돌다 수서에 내리니 10시가 넘었다. 버스아저씨 고생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