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35구간(한계령-조침령/점봉산)

마운차이 2005. 7. 22. 14:43

일시 : 2004. 9. 19 01:35~12:40 (21Km, 11시간 5분)

산행구간 : 한계령(920)-망대암산(1,236)-점봉산(1,424)-단목령(770)-1,136-조침령(770)

날씨 : 햇볕은 쨍쨍


  9월15일인가 늘보에서 문자메세지가 왔는데... 평소와 같이 분당에서 태워주기가 곤란하니 종로 5가로 나오란다. 설악산 구간이 시작되면서 고속도로를 통하지 않고 양평 국도로 운행을 하니 11시쯤 기다리면 되던 것이 7시에 집을 나선다. 9시에 모이기로 되어 있는데... 8시에 도착해보니 아무도 없고 썰렁... 혼자 이리 저리 시장구경 하다가 최대장님을 만나니.. 얼른 빈대떡집으로 직행 산행 출정식을 거행한다.


  오늘 일정은 구룡령에서 갈전곡봉을 거쳐 조침령인데.. 다음 행사에 이대장님이 향로봉으로 가는 관계로 입산금지 구역인 점봉산 구간은 그래도 총대장이 있어야 한다는 일부 대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오늘 점봉산 구간을 미리 하기로 했다고 한다. 허걱! 전혀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코스공부도 안하고 왔는데... 구간을 바꾸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한계령에서 점봉산까지 해뜨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니 오늘도 험난한 산행이 되겠다.  


  평소보다 1시간 먼저 출발해 설악산 아래 민예단지 휴게소에 도착하니 12시.. 다들 식사와 간식을 하며 부산한 데.. 잠에 취해 나는 비몽사몽... 차창 밖으로 옆에 관광버스가 한 대 도착하더니 전에 우리와 같이 일부구간을 같이 한 배명학교 배 선생이 차에 오른다. 순간! 반갑기도 하고 얼떨결에 고등학교 담임이자 고교 등산부 담당 선생님이신 김 선생님도 계시냐고  하니 그렇단다. 부리나케 뛰어 내려가니 선생님이 두 팔을 벌려 반가워하신다. 79년 고교를 졸업하고 25년 만에 지난 6월 송구스럽게도 나보다 퇴근시간이 빠르시다며 내가 사는 분당까지 오셔서 반갑게 회포를 풀었는데... 오늘 우연히 산행 이동 중에 만나 뵙게 된 것인데... 배명 선생님들 등산모임에서 내년 정년퇴임을 맞으시는 김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설악산 등반이란다.  

           

01:35 한계령 휴게소 너머 필레약수 진입로에 불까지 끈 버스가 조용히 멈춘다. 이제부터 입산금지 구간을 통과해야 하는데... 헤드랜턴도 벗어야 하고 손으로 가려 발밑만 비추도록 해서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는데... 철조망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와서도 말소리도 없이 신속히 진행한다. 간혹 일부 산죽구간은 이슬이 맺혀있어 바지가 시원하다. 곧 길은 대간 중 가장 힘겹다는 만물상 암릉 구간... 수십 번 한계령을 넘어 다녔지만 이렇게 청명하게 맑고 화창한 날은 처음인 것 같다.  한계령 휴게소와 오색 관광단지의 야경이 발아래 펼쳐 저 있고 반대편 한계령 설악루에서 서북능 방향으로 올라가는 산꾼들의 랜턴 불빛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도 조심하지 않으면 한계령이나 반대편에서 불빛이 보이겠다. 계속해서 길은 암릉으로 오르며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일부 구간은 직벽구간도 있고 대부분 손잡을 곳이나 발일 디딜 곳이 있어 확보가 가능한데... 어려운 구간은 테이프 슬링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뒤따라오던 김과장님은 손목에 스틱까지 매단 체 슬링을 잡다 줄이 돌아 해드랜턴은 어디론가 알이 날아가고 손등과 무릎이 까지는 부상을 입었다. 급히 소독을 하고 일회용반창고를 붙였으나 손을 계속 써야 하므로 반창고가 붙어있질 않는다.   

   

   1,157봉에 오르니 어둠속이지만 사방이 수려하다. 하늘의 별이 쏟아질 듯 박혀있고 거의 두 시간이나 암릉을 오르느라 고생했다. 만물상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도 경사가 심하다. 안부에서 좌측은 오색약수로 떨어지는 주전골에서 올라오는 십이담계곡길... 최근 주전골에서 한계령에 이르는 길은 입산금지가 해제되어 마음 놓고 경치를 감상하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십이담삼거리 안부에서 망대암산 오르는 길은 꾸준히 오르막으로 진행되는데... 일부 구간은 너덜이 있어 조심스럽다.


04:50 망대암산(1,236) 망대암산은 정상부가 바위로 되어 있는데... 아직 어두운 관계로 정상 바로 아래서 우측으로 틀어 점봉산으로 오르는데... 좌측으로 10여미터 가면 정상이 나올 거 같은데.. 그냥 지나친다. 정상 아래에는 바위로 둘러쳐진 혼자 비박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이제 아름드리 숲을 지나 망대암산에서 점봉산 까지는 키 작은 잡목으로 완만한 능선이 부드럽다. 그 틈틈이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점봉산 주목군락이 간간히 박혀 있는데... 지금은 잘 보이질 않는다.


05:25 점봉산(1,424)세찬 바람과 함께 점봉산 정상, 오늘의 상봉이다. 멀리 귀청에서 대청까지 이어지는 서북주능의 장쾌한 능선이 가슴을 압도한다. 가까이 오색부터 좀 더 멀리 양양 그리고 동해바다의 오징어배의 집어등까지 현란하게 아롱진다. 반대편으로는 82년부터 2년반 동안 내 젊음을 불살랐던 귀둔의 마을 불빛도 영롱하다. 나는 귀둔에서 군 생활을 했다. 사실 점봉산은 내 젊은 시절 틈나는 대로 고개 들어 확인하곤 했던 마음의 고향이다. 귀둔쪽에서 곰배골, 오작골, 용소골 등 계곡마다 정감이 가지 않는 곳이 없고, 20년전 그 시절에도 머루며 다래, 버섯, 취 등 지천으로 널렸으며... 곰배령쪽 내리막은 넓은 평원이라 북한의 AN-2기가 착륙이 가능하다고 시도 때도 없이 비상을 걸어 올라 다녔으며.. 겨울이면 동계야영훈련을 한다고 산에 올라 20-30명이 토끼몰이로 우루루 몰려 다니면 야생 토끼 3-4마리는 잠시면 잡을 수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있다. 얼른 바람막이를 껴입고 바람 없는 곳을 찾아 이순자여사님이 주신 김밥을 대원들과 나누어 먹는다. 처음으로 아직 해도 뜨기 전에 윤대장님의 막걸리 한사발이 돌았는데... 새벽이라 별로 인기가 없어 나만 두 잔을 했다. 동쪽 하늘이 붉어지며 30분만 기다리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이다. 점봉산 하산 길은 끊임없는 경사 길을 한 시간 반 정도 내려간다. 오름길이 만만치 않겠다. 잡목도 있고 산죽도 있어 바지가 벌써 젖었다. 지도상에 홍포수막터라고 되어 있는데... 보질 못했고, 오색온천에서 올라오는 길을 지나 안부에 다다르니 윤대장님이 한계령만큼 내려왔다며 껄껄 웃으신다. 해는 벌써 올라 중천으로 향한다. 오늘 일출 멋있었을 텐데...

 


07:35 단목령(770) 백두대간이 오색초등학교에서 진동의 설피밭으로 넘어가는 길과 만나는 고개마루.. 설피밭은 눈이 많은 곳으로 10여년전 친구들과 병건이 아버님과 버섯 산행을 나와 진동의 엄포수댁에서 하루 밤 묵고 지금 단목령으로 해서 점봉산을 오른 기억이 있다.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의 장승이 눈을 부라리며 대간꾼의 안전을 지켜준다. 정확히 말하면 한계령에서 점봉산이 아니라 이곳 단목령까지가 자연휴식년제 구간으로 입산이 통제되는 구역이다. 우리는 이제 통제구역을 벗어났다. 설피밭쪽으로는 계곡이 가까이 있는 지 물소리가 계속 들려오지만 이제 완전히 졸립고 힘들어 가볼 엄두를 못낸다. 새벽 한 시부터 등산을 시작해 그렇지 않아도 잠이 많은 사람이라 완전히 졸음 운전이다.

 

                             


09:00 북암령... 단목령에서 잔잔한 능선 3-4개를 넘어 나오는 고개 마루... 북암령에서 내려가는 길도 설피밭 가는 길이다. 군데군데 성인 두 사람이 팔을 벌려야 닿을 만큼 커다란 아름드리 참나무가 있고 그 나무 중에는 노루궁뎅이 버섯이 붙어 있곤 했는데... 김과장님이 커다란 걸 하나 따셨고 나무 가지 끝에 커다란 놈이 달렸는데... 너무 높아 딸 엄두가 안났다. 나중에 윤대장님은 세 개나 따와 다들 점심 먹으며 맛볼 수 있었는데... 어제 비가 많이 온 관계로 수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새벽잠을 못자고 9시간 산행... 북암령에서 1,136봉 오르기가 만만치가 않다.  능선이 그렇게 경사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 시간여의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부담스럽다. 정상부 능선 일부는 잡목 잎이 길을 덮어 대간길이 맞는지 긴가 민가 하기도 하는데...  정상에 오르자 간간이 점봉산의 위용을 볼 수 있었고 단체산행 온 일행들인지 50이 넘은 중장년의 일행들이 씩씩하게 산을 오르고 있다. 


10:40 양수발전소 댐공사장... 우리 진행방향에서 우측으로 양수발전소 공사 현장이 보이고 그리로 내려가는 길 삼거리에 우리 일행이 모여 있다. 아예 김과장님의 막걸리를 기다리는 일행이다. 길 주변에는 양양군인지 인제군인지 등산로 정비를 하는 지 두꺼운 나무를 철근으로 이어붙인 구조물이 여기 저기 널려있다. 양수 발전소는 평소에는 상부에서 하부로 물을 떨어뜨려 발전을 하고 밤이나 그밖에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시간에는 주변의 화력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의 전기를 끌어다 아래쪽의 물을 상부로 끌어 올린다는 원리인데... 몇 해 전 생태계의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운동의 반대가 거세었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조용하다.  

 

 

    

 

    하산 길은 비교적 원만한데... 하도 긴 능선이라 등산하는 사람은 힘든 지형이다. 중간에 943봉이 전망대.. 구룡령에서 내려가는 길과 조침령에서 내려가는 길이 구불구불 확연히 드러나고 .. 구룡령에서 내려가는 후천 물길이 공수전리에서 오색천과 만나 멀리 양양시를 끼고 바다로 이어지며 동해바다의 푸른 물빛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전망 죽인다. 위쪽은 등산로 정비가 한창인데... 이곳을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길의 훼손이 훨씬 덜 할거 같다.    


12:05 조침령(770) 양양 서림리에서 인제 진동리로 넘어 오는 비포장도로 아마 우리나라 제일 오지의 비포장도로 일것 같다. 길 정비로 쇼핑센터의 무빙 워커처럼 도로로 내려오는 길을 나무로 잘 만들어 놓았다. 일행이 내려 올 때까지 길바닥에 철푸덕 앉아 숨을 고른다. 주변에는 갓길 석축 쌓는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고 일하시는 분들이 점심을 하고 있다.


12:40 오늘의 목적지 진동리...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설피밭쪽 계곡과 조침령쪽 계곡이 만나 물이 꽐꽐 흐르고 있다. 이곳에는 바로 양양쪽으로 조침령 터널이 공사중인데.. 위쪽에는 석축공사를 하고 있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아무도 안보는 풀숲 그늘에 들어가 다 벗고 찬물에 씻고 나니 일부는 얼고 일부는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