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허리춤에 삼수령이란 곳이 있다. 한강과 낙동강이 발원하고 동해로 가는 오십천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렇듯 우리민족의 발원지를 말하자면 보편적으로 백두산을 이야기 한다. 누구나 큰 산의 정기를 받았건 동산의 정기를 받았건, 하다 못해 논두렁의 정기를 받았어도 그 시원은 백두산에서 발원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곳으로 간다.
3달여의 지리했던 장마와 폭우가 태풍으로 찐--하게 굿바이 홈런을 날리고 비행장으로 향하는 인천대교 아래 바다가 햇볕을 받아 은빛으로 부서진다. 공항에서는 샌딩자란 여행사분이 우리를 비행기에 태워주고 중국 현지에서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하는 형태이다. 우리를 중국의 첫 관문 장춘으로 데려다 줄 아주 자그마한 남방항공 여객기가 시작부터 1시간을 연착하는데... 상술이라면 최고라는 중국인들.. 그 북새통에도 기내물품 판매에 열을 올린다. 적당히 판매를 마칠 무렵에야 비행기가 뜬다 하니 ...이거 혹시 작전 아냐?
승객의 구성도 우리 같은 백두산 관광객 1/3, 우리나라에서 고단한 삶을 살다가 어느 정도 돈을 마련하여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는 조선족1/3, 그밖에 중국인 등등... 재미있는 거는 기내식을 주면서도 조선족과 중국인은 스튜어디스가 잡히는 대로 준다. 받는 그네들도 불만이 없이 묵묵히 먹는다. 그러다가 우리들 앞에 오면 소고기과 생선요리 둘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려는지 물어본다. 정확히 구분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고도 우리는 맥주달라, 물달라 주문이 많다.
장춘
A4 두 장으로 되어있는 중국입국비자의 순서에 맞춰 우리는 2개조로 나뉘어 줄서는 연습대로 무사히 입국, 우리를 기다리는 조선족 가이더 이철옥씨를 만나 버스에 오른다. 장춘은 영화 마지막 황제 뿌이로 알려진 청나라의 일본 괴뢰정부 만주국의 수도로 일찍이 산업화가 시작되었으면서도 유서 깊은 도시로 고층건물이 즐비한 현대적인도시이다. 중국 34개성중에 동북3성인 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의 중심도시로 길림성의 주도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장춘에서 고속도로로 길림시를 거쳐 돈화시까지 이동한 다음 지방도로를 타고 백두산입구 이도백하진(지도 : 붉은색)까지 가기로 되어 있다. 대략 5시간.. 참고로 길림성은 184.000㎢, 그 약1/4인 42,700㎢이 조선족의 고장 연변조선족자치주, 우리나라는 99,700㎢ 길림성의 딱 반이다. 공항에서 고속도로에 접속하지 마자 입이 떡 벌어진다. 끝없는 평원에 옥수수밭, 시속 120키로로 달릴 수 있는 잘 가꾸어진 고속도로 적어도 외형은 독일의 어디, 유럽의 어디와 비교해도 흠 잡을 곳이 없다. 부럽다, 배도 아프고, 사촌이 손바닥 만한 땅만 사도 배가 아픈데... 사방이 고구려의 기상이 배어 있는 우리 조상의 땅인데... 그건 내 생각이고 ㅠㅠ...
돈화를 지나 이도백하로 가는 길은 이제 어둠이 내려 사방을 보기는 어려우나 흡사 설악동 들어가는 곳이나, 남원에서 지리산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 것이 슬슬 백두산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신달호텔에 부리나케 짐을 풀어놓고 종민씨와 송현 최사장과 의기투합해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다가 그래도 소득이 있어 시원한 빙천맥주 10병과 돼지고기와 양꼬지 20개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우리 방에 몇 분을 초대해서 첫날의 설레는 여흥을 누르고 겨우 잠이 들었다.
이제 막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모닝콜이 울린다. 그래도 백두산 가는 날이라 주저할 시간이 없다. 서둘러 아침을 마치고 차에 오르는데... 해발 1,000미터 정도 되는 이도백하에서 우리 버스로 북파산문까지는 30㎞ 약 50분, 가이드는 연신 천지를 못 본 사람들의 경우의 수만큼 많은 에피소드를 줄줄 잘도 외우고 있다가 우리에게 알려준다. 마치 천지를 못 보더라도 가이드 탓이 절대 아니고 니들 탓이라는 말을 하고, 또 하고, 강조하고, 다짐하고.... 알았다.. 알았어!!
가보면 알겠지만 늦게 도착하면 중국사람 뒤통수 보다가 볼일 다 본다고 가이드 철옥씨가 재촉을 해대드니 북파산문에 도착하자마자 밥 하나 반찬하나 도시락 담고, 사진 몇 장 찍는 사이 가이드는 표사러 다니느라 분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문 입장료, 공항에서 타는 거 같은 셔틀버스, 천문봉까지 가는 짚차 승차료와 자연보호관리비까지 하면 우리 돈으로도 15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그때마다 꼬불꼬불 스텐기둥으로 세운 줄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다행이 우리 가이드가 곰처럼 생겼어도 여우처럼 몸이 빨라 잽싸게 표도 구해오고 줄도 세우는 바람에 우리는 비교적 수월하게 셔틀버스도 타고 짚차도 타게 되었다. 짚차의 경우 20분정도 꼬불꼬불 기다리는데... 짚차와 봉고차가 섞여있어 배낭까지 메고 7-8명단위로 끊어서 오르니 계속 차가 온다고 해도 많은 인원이 자연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는 데...
차를 타보니 빠른 시간에 정상과 산문을 움직이려 그러는지...이건 차가 아니라 롤러코스트...내가 보기에 1,500m에서 2,500m를 이 짚차가 올려다 주는데...계속 U자로 굽은 산길을 좌로 휙!! 우로 휙!! 차안에 짐짝 같은 승객도 이리 꿍! 저리 꿍, 앞자리에 혼자 앉은 양세너장과 떨어져 뒷자리에 앉게 된 사모님도 겁에 질려 휙 돌며 악! 또 돌며 악악! 그래도 운전수는 그 소리에 재미 들려 싱글벙글... 짜식들 만만디라고 해놓고는 줄 설 때만 그러나... 휴!! 정신이 한 개도 없다. 순간적으로 고도를 높이니 좌우 경치가 볼만도 할 꺼 같은데...뭘 봤는지 모르겠고...이제 9월이 되면 내년 6월까지는 이 길이 눈에 덮힌다는 데...그때도 눈길을 이렇게 다닌다니...반은 산에 가고 반은 굴러 떨어지나? 간혹 사고가 안날수가 없겠다. 눈 쌓인 백두가 진정 볼만하다고 자랑하는 가이드가 뭔소리 하는가 싶다.
정상 승차장에서 천문봉(2,670m)으로 오르는 길은 벌써 인해전술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줄을 잇고 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가운 공기가 내 주위를 감싸고 있다. 올라오다 양쪽에 노란 단추가 두 줄로 주르르 달린 모택동 방한옷을 많이 쌓아 놓았더니만 중국인들은 그걸 빌려 입고 올라오나 부다 여기 저기 방한 옷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진 오른쪽 끝이 모택동 방한복)
아! 천지!!! 드디어 염원하던 한민족의 시원 천지에 도착했다. 마음속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애국가가 나오고, 푸르디 푸른 천지물이 저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고... 아름답고도 아름답도다! 사방의 봉우리가 장하고도 장하도다! 이렇게 장엄함을 전 국민이 가슴속에 품고사니 저 손바닥만한 나라가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며 지금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 하고 감격이 극에 달했다가
이렇게 형언 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 북한과 중국이 반씩 나누어 남의 나라 땅으로 와야 하다니... 갑자기 아무생각 없는 분노가 내 맘속에 일기도 했다가... 다른 일행들이 사진을 찍어주는 시간에도 생각이 정리되질 않는다. 지구상에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분화구 호수...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같은 맥락이라면 이렇게 천지와 사방을 볼수 있으려면 여기 온 모든 이의 조상들이 덕을 많이 쌓았다고 생각하면... 조상님 만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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