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구간 : 물한리-삼도봉안부-1123봉-밀목재-1175봉-화주봉(1207)-1162봉-우두령(720)
날씨 : 맑음(세찬 바람)
送舊迎新! 다사다난했던 2003년을 마감하는 송년산행을 하는 날이다. 4월 6일 주촌 가재마을에서 대간을 시작한 이후로 벌써 17회나
진행을 하였고, 봄비 맞으며 사치재를 넘어, 찌는 듯한 더위속에 지리산도 마치고, 불타는 낙엽이 뒹구는 문경새재를 지나, 이제 눈이
쌓인 우두령을 향해 가면서 한해가 갔음을 실감하고 있다.
암릉과 바위가 많아 겨울산행으로 위험한 코스인 속리산-죽령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는 다시 삼도봉부터 시작되는 구간으로 되돌아간다. 경부고속도로 만을 이용하고 길이 좋아서 출발 시간이 한시간 뒤로 미루어졌고 오늘도 머피의 법칙은 정확하게 맞아 수은주는 급격히 떨어져 올들어 최고로 추운 날이란다. 지난번 저수령에서 죽령구간에 하도 추운 날씨에 바람도 많이 맞아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오늘 구간은 여름 휴가때 해본 구간이고 거리도 비교적 짧아 무사히 마치리라 기대해 본다.
04:45 물한리 출발,, 충북 영동 물한리의 새벽.. 하늘 가득 빛을 뿌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지난 여름에 한번
들렸던 사람을 기억이라도 하는 듯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주차장 하늘에서 삼도봉으로 길게 별똥별이 꼬리를 사른다. 좋은 일이 있으려냐 ? 쨍하게
맑은 새벽! 추운 날이지만 저수령에서와 달리 바람이 없어 좋다. 바람이 없으니 아직 고어텍스는 배낭에 넣어두고, 여름용 짚티와 겨울용 짚티
하나씩 입고 두꺼운 폴라 폴리스를 겉에 입으니 견딜 만 하다. 주차장의 등산 안내도에는 각호봉에서 민주지산을 지나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잘 안내해 놓았다. 지난 여름 길을 잘못 잡아 민주지산 안부로 올라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오늘은 그럴 일이 없으리라!!
마지막 민가가 지나고 숲속의 오솔길, 계곡 보호를 위해 그랬는지 계곡 쪽 좌측으로는 출입을 못하게 쇠그물망으로 담장을 해놨다. 엊그제 눈이
왔는지... 일부 눈이 덮혀 있고 얼음도 얼어 있다. 지난 번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는지라 좌측으로 길이 나 있는 것 만 같으면
대간길이 아닌지 눈을 부릅뜬다. 맨 뒤에서 일행을 따라 가는데... 갑자기 길이 좁아지며 선두가 선다. 본능적으로 좌측을 보니 계곡 건너 좌측이
대간길. 앞에서도 벌써 감을 잡은 것이다. 맨 뒤라 좌측으로 먼저 걸어가 봐도 대간 표식기는 안보이고 대신 산길은 아니고 넓은 오솔길이다.
05:35 물을 건너 오솔길을 따라 10분 정도 진행하면 오른쪽 산길 등산로로 들어 간다. 이곳에는 등산로 표시가 잘 되어 있으나 무심코
앞만 보고 가다가는 길을 놓치기 쉽겠다. 얼떨결에 이대장님 뒷자리가 되었다. 지난번 석기봉 올라가는 길의 경사가 험한 것을 아는 지라 이제나
저제나 언제 경사가 붙나 하고 걱정을 해 보지만 비교적 길은 원만한 오름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머리 위로 또 하나의 유성이 하늘을 가른다.
내 마음속의 소망을 꼭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너무 긴장을 풀었던 탓일까! 쉽게 보이던 길 위로 숲이 울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대간길이 우리를 맞을 채비를 하나 부다. 이 시간의 계곡은 바람이 없는 시간인지 1시간 넘어 온화하던 바람이 능선에 가까워 오자 일렁이기 시작한다. 제발!! 살살 좀 다루어 주세요!!
06:10 삼마골재, 잔뜩 긴장을 해서인지 어설프게 삼마골재까지 와버렸다. 음력으로 스무 여드레의 손톱만큼 남은 달이 어쩌면 저리도 곱게
비추는가. 더구나 보름달의 둥근 테두리까지 비치면서 보이는 하현달이라 마치 월식 같은 환상을 연출하고 있다. 별도 많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다 별이다. 누군가 별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짧은 내 상상력으로는 그별이 그별이요! 그놈이
그놈이다!. 어릴적에 그리스 로마 신화라도 틈틈히 읽어 별자리를 잘 익혀 놓았다면 이럴 글을 쓰며 잘난 척이라도 할텐데... 기껏 해야
북두칠성에, 카시오페아, 삼태성..., 끝.... 아는 만큼 보인다. 발 아래 김천의 해인리와 지나온 물한리의 불빛도 한자리하고 있다. 바람이
거세어 지고 있다. 이제부터 대간 길, 길은 좌측으로 틀어 우두령으로 향한다. 여름에는 잡풀에 숲이 우거져 헬기장부터는 길을 찾을 수 없던
곳이다. 겨울의 대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엉키고 설킨 나뭇잎을 뚫고 겨우 진행하면서 머리로 귀로 벌레들이 떨어져 귀위에
피부병이 생겨 한 달이나 고생하게 하던 그 길은 휑하니 옷 벗은 넝쿨만 무성하고 눈 위의 발자국으로 길이 훤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위로 섣달을
재촉하는 겨울바람만 세차게 불어대고 있다. 서둘러 고어텍스를 꺼내 입으니 뼈속으로 바람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1,123봉을 우회하여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틀면서 밀복재로 향한다. 잠시 바람이 머무는 곳에 휴식시간!! 이여사님에게 주문하신 떡을 건네니... 대형 보온병에서 뜨거운 호박죽을 주신다. 맙소사! 호박죽 없이도 무게가 만만치 않을 텐데... 정성이 고맙기 그지 없다.
07:40 밀목재의 일출.. 오늘도 어김없이 또 다른 해가 솟아오른다. 겨울 등산. 특히 우리 같은 무박산행의 도깨비들한테는 해가 솟으면 거리와 관계없이 절반은 마친 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해의 위력은 대단하다. 일단, 좌우가 보이고, 추위가 사그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따뜻하게 해바라기를 하며 간식이라도 먹을 수가 있다.
<온몸으로 일출을 받으며 불타는 대간>
발목까지 내린 눈이 뽀드득 거리기는 하지만 일출도 찍고 주변도 찍느라 일행과 늦어진 바쁜 걸음은 앞사람이 허트러뜨린 눈속에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나무고 가지고 닥치는 대로 잡고 간다. 조심! 조심! 이 길이 지옥 같은 잡목 숲이었는데... 총무님한테 빌린 접는 우산이 가지에 걸려 부러져버리고, 새 배낭이 완전히 찢어져 못쓰게 될 만큼 험한 길이 었는데... 지금은 눈은 조금 있지만 그런대로 온화한 대간 길이다.
<죽음의 잡목 숲>
하지만 대간을 관리하는 자치단체 중에 이렇게 대간길을 성의 없게 방치하는 곳은 없다. 충북 영동과 경북 김천의 이 구간이 최악이다. 삼도의 화합을 도모한다며 그렇게 웅장한 조형물을 지어 놓은 바로 옆길에는 하루 종일을 걸어도 이정표 하나 없다.
<무주 스키장의 슬로프>
09:00 1,175봉...환상의 전망대! 남으로는 무주스키장의 눈 덮힌 슬로프가 확연히 보이고 소사고개를 사이로 덕유삼봉과 대덕산의 쌍봉에서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대간길이 이어지고 있고,
<덕유삼봉과 대덕산>
서쪽에서는 각호산에서 시작해서 민주지산을 지나 석기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다시 삼도봉과 만나고 있다. 그 아래로 서로는 물한리와 동으로는 해인리의 계곡이 수많은 산과 봉의 자락을 담아내며 큰 물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부지산과 석기봉 능선>
가야할 대간길로는 우리가 도착하는 우두령아래 흥덕마을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황악산을 지나 궤방령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이 아스라히 속리산의 연봉에 다을때까지 눈 닿는 곳 모두 끝없는 대간길이다. 미인은 얼굴값을 한다나? 전망이 좋은 곳이니 내리막에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전적으로 의지하기에는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얇은 보조자일과 나무 둥치를 잡고 눈과 얼음이 범벅이 된 길을 조심스레 내려온다. 20-30여 미터 얼마 길지는 않지만 지도의 표시대로 위험 구간이다.
09:50 화주봉(1,207) 오늘의 상봉 석교산 화주봉. 정상의 조그마한 공터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잠자리대신 하얀 눈만이 소복히 덮혀 있다. 아까 말한대로 이정표는 고사하고 석교산이니, 화주봉이니, 표시목하나, 정상석 하나 없다.
10:05 화주봉 지나 해가 비치는 자리에서 이제 대간의 거지반을 끝마치며 산상파티가 벌어졌다. 김과장님이 여름산행의 고생한 기억이 생생해서인지 어인 일로 막걸리를 안가져와 이선생님 막걸리가 대신 나오고 지난 번 몸살 감기로 고생하시고 17회차 만에 처음으로 결석하여 아쉬움에 얼굴이 반쪽이 된 백사장님의 빈대떡이 다시 등장하고 분위기가 뜨고 있는데... 대간 꾼 끼리는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해서 함부로 결석도 해서는 안 된다며 큰 소리까지 탕탕 치고...다음부터 결석할 일 생기면 큰일인데... 누군가가 18회까지 하면서 한번도 결석을 안 했다면 인간성이 지독히도 모진 사람이라 하여 다들 웃었는데...결국 나는 인간성 드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산속의 갈대 숲>
날이 풀린다더니 어느새 바람도 자자들고 해가 눈에 반사 되 얼굴이 많이 탄거 같다. 눈도 많은 곳은 무릎까지 빠지고 길이 아닌 곳은 스틱이 거의 들어간다. 해가 비치니 더욱 미끄럽다. 멀리 김천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이고 매일유업 목장도 보인다. 구비구비 오르고 내리는 질매재 우두령에는 전에도 한시간에 한 두대 밖에 없더니 지나가는 차 한 대 구경 할 수가 없다.
11:10 우두령(720) 오늘의 목적지 도착. 오늘은 맨 후미에서 사진 찍으며 놀다온 관계로 우리가 오르니 모두 도착이다. 세겹 윗도리 모두 물이 나올 정도로 젖었다. 다 벗어 버리고 최대장님이 새로 만들어 주신 대간복을 입으니 폼도 나고 좋다, 한쪽엔 백구대간 다른 쪽엔 호남정맥. 김천 지례에 있는 흑돼지 집에서 대간 송년회 후 대원 일행이 차에서 들뜬 기분에 떠들고 놀았는데... 오늘 처음오신 두 분한테 무척 미안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조용하겠습니다!!.
2003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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