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4. 1. 4 04:55~10:20(13Km, 5시간25분)
산행구간 : 우두령(720)-삼성산(985)-바람재(810)-황악산(1,111)-여시골산-궤방령(310)
날씨 : 맑음
<새해 첫 일출/봉포항>
대망의 2004년이 시작되었다. 지난 9월21일 대야산 이후로 8구간째 환상의 날씨에 일출을 보는 복을 누리고 있으면서 가족들에게 미안해 새해 첫날 일출을 속초 위에 봉포항에서 가족과 함께 맞이했다. 늘 보는 일출이었지만 바다위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또 다른 새로운 감회를 느끼게 했다. 일출도 일출이려니와 봉포항에서는 해뜨기 전까지 불꽃놀이로 흥을 돋우고, 뜨거운 미역국을 끓여 아무에게나 대접하고, 각종 차에 막걸리까지 무료로 제공하며 봉포항을 알리려고 하는 걸 보니 이제 항구에서도 사람이 오던, 말던 하던 시절에서 사람을 찾아오게 만드는 서비스개념이 도입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이채로운 건 경찰이 인원을 통제하며 한 척 당 10여명씩 태워 인근 해상으로 나가 선상 일출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서 아주 호평을 받았는데... 민관이 하나가 되어 지역사회를 홍보하는 좋은 귀감이라 할 수 있겠다.
보름을 이틀 앞둔 둥근 달이 머리 위에 걸렸고 비교적 포근한 기온이 마음까지 가볍게 하는데... 매일유업 김천농장 문 앞에 차에서 내려 오늘의 목적지 궤방령을 향해서 출발이다.
04:45 우두령 출발..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상촌을 잇는 도로로 우리가 막 출발하고 난 다음 구경하기 힘든 택시 한 대가 들어 왔다 나가는데... 궤방령을 지나 추풍령까지 간다는 두명의 대간꾼이 우리 앞으로 힘차게 나간다. 8구간째 일출을 보는 환상의 날씨라 밤에는 별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덕분에 오늘도 별똥별에 희망을 실어 보낸다. 지난 번 구간에 비해서 오늘 구간은 비교적 원만하고 잡목도 그 보다는 적다. 더구나 겨울의 한복판에서 산행을 하면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눈도 없고 바람마저 없는 날이니 대간으로 친다면 거저 먹기나 다름없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라 차가운 냉기에 볼은 얼얼하지만... 기분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우두령을 출발하고 헬기장을 지나면서 오른쪽 멀리 불빛이 명멸하고 주변이 후광으로 불그스름한 게... 김천의 야경이 환상적으로 보인다...
06:15 삼성산(985)을 넘어 평탄한 곳에서 바람도 없겠다 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 날씨도 포근해 배낭 그물망의 미수가루가 오랜만에 얼지 않고 버텨준다. 시원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사방의 야경이 그만인데... 특히 김천 도로의 규칙적인 가로등은 컴퓨터 게임에서 본 것 같은 활주로의 유도등처럼 멋있다.
06:40 목장 임도...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다. 어둠속에 깃대 같은 구조물이 우뚝 서 있고 길은 김천 주례리에서 목장을 지나고 바람재 옆으로 해서 이곳까지 이르는 비포장 임도를 만난다. 여름 휴가때 이 길에서 마루금을 찾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눈을 감아도 훤한 상태라 윤대장님 뒤에 붙어 대장님 좌회전... 요번에 직진...하고 잘난 척을 했는데... 길과 만나는 자리에 상식적으로 대간은 높은 쪽으로 가게 되어 있는데... 길이 낮은 쪽으로 가야하고 다른 선행자들도 긴가민가하여 한참을 내려올 때까지도 표식기가 보이지 않는 곳이다. 임도와 만나면 좌회전해서 임도를 따라 100미터 내려오면 길을 내느라 우각호가 되어버린 지형에 대간 마루금을 찾아 좌측으로 들어갔다가 또 100여미터 진행하면 엄청난 절개지와 함께 다시 임도로 길이 내려오는데.. 내려서는 지점에서 바로 임도를 버리고 직진이다 싶게 좌측 경사면을 내려가면 바람재에 다다른다. 이 경사면이 문제인데... 눈이 없다 하나 북사면이라 발목까지 쌓여 있고, 길 좌우로 키 작은 억새 숲이 넓게 펼쳐있는데.. 길은 길대로 미끄럽고, 새벽 서리를 받은 억새대는 밟으면 미끈하고 어디 발 디딜 틈이 없다. 뒤따라 오는 홍총무님은 무릎 다 버린다며 조심하라고 휭하니 내려가는데... 정작 나는 그 소리 듣고 쿵!! 한바탕 미끌어지고. 팔꿈치며 무릎이며 아픈 곳만 땅에 닿아 두고 두고 구시렁 구시렁... 제대로 발에 힘을 줄 수 없으니 무릎에만 힘이 들어가 엉거주춤하며 겨우 바람재 헬기장에 내려왔다.
06:55 바람재(810) 하느님이 보우하사 오늘 산행 만세!! 바람재에 바람이 없다.. 겨울이 시작되며 저수령이고 죽령이고 얼마나 바람을 맞았던가! 또 잠잠한 척 하더니 삼마골재에서 우두령도 만만치 않더니만, 정작 바람재는 한여름 폭우속에서도 김천에서 영동으로 물먹은 구름이 휙-- 휙 지나가던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잠잠!! 대간 귀신들이 이것 저것 여러 가지 보여 주시느라 배려한 것일테지... 여름에 고생했다고...
07:40 형제봉(1,020) 800 바람재에서 1,000까지 200미터를 올리느라 막바지에서는 경사가 제법이다. 김천 직지사에서 능여계곡을 따라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이 황악산으로 오르는 능선 중간에 대간과 만나는 삼거리, 날이 새면서 직지사의 모습이 발아래 보이고 대간은 능선에서 좌로 틀어 오늘의 상봉 황악산으로 향한다. 형제봉에 이르러 잠시 경사가 주춤한 사이 오늘도 장엄한 일출을 보기 위해 진행을 멈추었다. 진행 방향에서 등 뒤로 오르는 해라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서 각자 소망하는 바를 기원하며 해를 맞이한다. 해 떠오르는 옆으로 각호봉에서 이어지는 민주지산 능선이 선명하다.
<황학산 일출>
08:00황악산 비로봉(1,111) 바람 없이 맑은 날이지만 약간의 가스로 먼 곳은 조망이 어렵다. 특히 지난번에 지나온 물한리 계곡쪽은 계곡이 커서 그런지 가스가 유독 심하다. 정상에는 자연석으로된 정상석과 화강암으로 다듬은 정상석이 나란히 있는데... 지난 여름에는 없더니 화강암 정상석에 붙여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그냥 놔두면 정상석이 금방 돌틈에 없어져 버릴 지경인데... 일부러 만들어 놓은 정상석에 돌탑을 쌓을 필요가 있는지 좀 옆으로 옮겼으면 했다. 정상에서 내려보이는 평탄한 곳에 정상주 파티가 벌어졌다. 조금 늦게 내려갔지만 정상주 못 먹었다고 인터넷에다 울면 곤란하다고 마지막 한잔 남은 공식 막걸리를 아꼈다 주시는 윤대장님께 감사하고, 김과장님 막걸리에 백사장님 부침이에 지난번 더덕주 담그신 걸 따뜻하게 해서 보온병에 담아 오셨는데... 맛이 그만이었는데... 최대장님이 이제부터는 고량주 없다며 팩소주 하나 들고 따, 말아! 하면서 폼만 잡으셨는데... 요즘 좀 어려워지셨나? 참고로 이여사님 다음부턴 대형 보온병에 뜨거운 국물과 어묵을 가져오신다 하였으니 기대하시라. 쨔--쨘
이제부터는 사정없는 내리막! 아까 바람재 내리막에 당한 게 있어 혹시나 하고 아이젠을 차고 걷다가 완전히 새됐다... 눈도 없고 먼지만 폴-폴 나는데... 그래도 어렵사리 끼운 게 아쉬워 조금 더, 조금 더 하다가 걷기만 힘들어 하다가 아무도 안 보는데서 살짝 빼버렸다.. 시원--섭섭--
<여시골에서 본 황악산>
09:15 운수봉 갈림길.. 직지사 운수암으로 내려가는 길과 영동의 어촌리로 내려가는 길이 갈리는 곳, 조금 거리가 떨어지니 황악산의 자태가 멋있게 보인다. 길은 전반적으로 내리막이지만 황악산부터 오르고 내리고를 20개 정도 하였나 부다, 여름에 빗길에는 그렇게 힘들고 죽겠더니만 길의 내막을 알고, 한번 한 길이라 이제는 룰루랄라-- 오죽하면 내리막 봉우리가 여시골산인데... 옛날에 여시가 많이 살았는지... 아무리 봉우리를 내려와도 여시에 홀린 듯 궤방령이 안 나타나서 그런지, 하여튼 여시에 홀린 기분이다. 멀리 궤방령이 보이고 넓은 목초지와 목장의 파란색 지붕이 다 왔다고 알려주고 있다. 막바지 내리막이 운수봉 680에서 궤방령 310까지 급격하게 떨어지는 길이다. 다행이 오후에 해가 비치는 길로 눈이 없어 수월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10:20 궤방령 도착.. 황간과 김천을 잇는 977번 지방도, 대간 길 중 제일 짧았던 구간이고 겨울이라고는 하나 바람도 없고 포근한 날이라 소풍하듯 한 구간을 마쳤는데... 시간이 넉넉하니 대원 한 분은 다음 구간하는 날에 일이 있다며 내처 추풍령까지 가겠다고 출발했는데... 그래도 늘보의 일정에 맞추어 오늘은 여기까지다. 거리가 가까워 특별히 담을 게 없어 사진으로 담지도 못하고 억지로 사진꺼리를 찾는 것도 스트레스라 읽는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썰렁하다. 그래도 고충은 있었다.. 지난 여름에 이 구간을 하면서 벌레가 나무 가지에서 귀 위부터 올라 타 배 부위까지 물고 다녔는데 그 덕에 한 달 가량 귀 뒤가 허물고 진물이 흐르고 고생을 하였는데.. 똑같은 일이 같은 구간에서 일어났다. 집에 오니 귀 위가 물린 자국이 종기가 되어 터지고 배 위에는 본격적으로 놀다 갔는지..10여 개의 붉은 종기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이놈들이 나만 알아보나?.....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1구간(추풍령-큰재/국수봉) (0) | 2005.07.22 |
---|---|
제20구간(궤방령-추풍령/가성산) (0) | 2005.07.22 |
제18구간(삼마골재-우두령/화주봉) (0) | 2005.07.22 |
제17구간(저수령-죽령/도솔봉) (0) | 2005.07.22 |
제16구간(안생달-저수령/ 황장산) (0) | 2005.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