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4. 5. 2 03:25~12:45 (24Km, 9시간 20분)
산행구간: 도래기재(770)-구룡산(1,344)-고직령(1,231)-신선봉(1,306)-차돌베기-깃대봉-태백산천제단(1,560)-장군봉(1,566)-화방재(935)
날씨 : 맑았다.. 흐렸다
대간가는 토요일 집안 결혼식이 충남 태안에서 계획되어 있다. 바쁘지만 아들 체험학습 숙제도 있어 갯벌 체험까지 겸사 겸사로 금요일 일과를 마치고 급히 펜션을 예약해 천수만이 보이는 안면도 끝 대야도에 도착하니 밤 11시, 다음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내와 갯벌 한 바퀴, 아들과 또 한 바퀴... 서해안이지만 바다에서 오르는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결혼식을 마치고 밀리는 고속도로를 뚫고 집에 도착해 부리나케 짐 싸들고 산악회 버스에 오르니 저절로 눈이 실-- 감기는 게... 아!--내가 너무 바쁘게 사나! 그러나 너무 피곤한 나머지 강원도 국도로 들어서서는 비몽사몽간에 계속 길이 내리막으로만 내리 달리는 느낌으로 자면서도 이렇게 내려가면 언제 또 올라가나 하면서 걱정이 태산이었다.
항상 제일 뒷자리에서 맏언니 역할을 하던 이종미 여사님이 안보여 물어보니 그분도 집안 제사에 대간을 불참하게 되자 동대문까지 나와 눈물을 글썽이며 대원들의 출발을 배웅했다니... 가히 정성과 대간을 향한 마음이 중독의 경지인가보다.
03:25 도래기재(770) 봄이라고는 하나 30도 가까운 폭염이 시작되다가 4월의 폭설이 내리치는 불순한 일기에 히터까지 때주는 친절(?)한 기사님 덕에 짚티 하나 달랑 입고 능선에 붙으면 금방 더워질 거라고 건방 떨고 차에서 내렸다가 얼어 죽을 뻔 했다. 도래기재의 새벽이 쌩하고 찬바람을 몰아친다. 허겁지겁 바람막이에 실장갑까지 끼고 단단히 준비를 한다. 이래서 말 못하는 동물들이 올봄에 폐렴 등을 앓고 수난을 당한다고 들었다.
급사면에 하얀색 굵은 동아줄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방송에서는 일주일 전 대설이 내려 미시령등 강원도 산간에 폭설이 내렸다고 했는데... 이곳은 전혀 눈의 흔적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저번 산행처럼 완전히 가물어 등산로에 흙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는 아니고 상쾌하게 산행하기가 맞춤이다. 간간히 어둠속에서도 어른 한 길이 넘는 춘양목이 버티고 있고 그사이로 서벽쪽 마을 불빛이 새벽잠에 빠져 있다. 갑자기 길은 반대편 구치리 상금정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나고 임도에는 최근에도 차량 통행이 있는 듯 포장 안 된 바닥에 자동차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비교적 순탄한 길이라 대원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이제 상등병도 고참의 단계라 알게 모르게 몸이 산과 동화가 되어 가는 지 산행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고 윤대장님이 알려준다. 그래서 그런지 잠시 사진 한 장, 아니면 길을 비켜 소변 정도만 보더라도 같이 걸어서는 일행을 따르기가 곤란하다.
04:40 두 번째 임도를 지나 세 번째는 풀이 나있는 길로 차가 다니기는 곤란하겠다. 급한 경사와 함께 능선에 오르니 이번에는 세찬 바람이 우리를 맞는다. 진달래와 싸리나무가 간간히 이어지며 앞사람 뒤를 멍하니 따라가다가 잘못해서 가는 줄기를 뺨에 맞았다간 머리 위에 별이 반짝인다. 새들의 합창이 시작되는 걸 보니 날이 훤히 새며 해드랜턴도 벗는다. 서울 주변은 새로이 돋아 난 잎들로 몽싱몽실 산이 새 단장을 했는데... 이곳은 아직 새잎은 고사하고 겨울이다. 그래도 바닥에 여린 풀들이 겨우 나오고 있어 계절의 변화를 예감할 따름이다.
05:30 구룡산(1,345) 갑자기 사방이 확 터지며 헬기장이 나타나며 오늘 첫 번째 봉우리다. 이곳에서 오늘 우리가 가야할 태백산 천제단이 반대편 능선으로 아스라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길은 여러 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활처럼 휘어져 있다. 천제단에서 붉은 불덩어리가 솟아오르고 있다. 어제 아침엔 바다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의 기상이 발원하는 태백산 천제단의 일출을 보고 있다. 이 나이에 이런 호연지기를 받을 수 있다니 감사 할 따름인데... 그런 호연지기를 받고도 사람 사는 곳에서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주변과 갈등하고.. 실수하고.. 너그럽지 못하다니.. 이 정제되지 못한 육신의 돌출을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
<총알자국?>
길은 오른쪽으로 틀어 신선봉으로 향한다. 이곳부터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으나 형태는 산불저지용 방화선인데... 관리가 되질 않아 잡목들이 무성하게 자라버려 도저히 산불 저지가 되지 않게 생겼다. 그래도 틈틈이 홍총무님과 김과장님은 좌로 빠지고 우로 빠지고... 드릅을 따느라 여념이 없다. 아! 잎 하나 없는 겨울 산 같아도 벌써 이렇게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05:50 고직령.. 대간에서 시루봉을 지나 서벽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대간에서 비껴나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산령각이 있다고 되어 있다. 지리산에서 시작해서 이곳까지 오면서 소백산 전까지는 산신각이 귀했는데... 소백산부터는 매 구간 1~2개의 산신각을 볼 수 있어 이곳이 영험한 기도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06:25 곰넘이재(1,060) 대간이 임도와 만나며 이정표에 참새골로 되어 있다. 구룡산에서 고직령을 거쳐 곰넘이재에 이르는 동안은 비교적 평탄한 길로 많은 구간이 산불저지용 방화선이고 좌우로 드릅이 많이 나고 있어 눈이 좋은 사람은 무척 바쁘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렇지만 별도 그렇고... 산나물도 그렇고 아는 만큼만 보인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산삼도 잡초에 지나지 않는 법 앞에서는 부지런히 어건 곰취, 이건 너물취..떡취 해도 어설피 아는 거 보다 아예 모르는 게 차라리 사고는 안친다. 잠시 일행이 쉬고 있는 틈에도 구리에서 왔다는 대간팀의 일행은 우리 옆에 있는 곰취를 한웅큼 손으로 따간다. 드디어 산죽이 시작되었다. 허리까지 오는 산죽이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내며 길을 내준다.
07:05 신선봉(1,306) 신선봉 정상은 묘지이다. 여기서 대간은 90도 우측으로 길을 트는데... 다른 대간팀은 먼저 도착해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묘지 뒤로도 길이 나 있는데... 보통 묘지 잔디에서 비박을 하고 아침을 해결한 대간꾼들의 화장실이 그곳에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 지... 그래도 라면은 맛있겠다. 신선봉 오르막과 내리막은 진흙길이다. 두꺼운 로프가 평소에는 쓸모가 없겠으나 빗길이나 눈길 등 미끄러울 때는 로프의 도움이 크게 소용이 되겠다. 이제 길은 산죽이 한길이 넘어 키 위로 올라간다. 우거진 산죽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발밑에 돌이나 나무뿌리가 있으면 다치기 쉽겠다.
07:45 차돌베기... 석문동에서 올라오는 길이 만나 삼거리를 이룬다. 이정표에는 태백산 10Km로 되어 있다. 차돌베기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각화산 삼거리가 나오는 데... 각화산에는 국가의 중요문서를 보관하는 사고가 있는 곳이다. 1908년 정족· 태백·오대·적상 등 4사고의 장서들을 규장각(奎章閣)의 관할 하에 두었다고 한다.
<얼레지>
08:07 깃대봉 차돌베기에서 태백산 10Km를 보고 30분을 채 못왔는데... 깃대봉에 태백산 6Km로 되어있다. 당최 이정표를 믿을 수가 없다. 갑자기 거리가 단축되어 감사하기는 한데... 20여분에 산길 4Km라니...계속 허리춤까지 산죽이 이어지고 있다. 지도에는 다음구간이 깃대배기봉으로 되어 있으나 봉화군에서 세운 등산지도에 깃대배기봉 아래 현 위치로만 되어 있고 이정표나 아무런 표식을 찾을 수가 없다. 여기서 태백산까지는 4Km 1,300에서 1,500높이에 2~3Km가 전부 얼레지 천국이다. 발밑에 만발한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길을 따라 먹을 것을 찾으러 파헤친 멧돼지의 흔적이 역력하다.
11:10 태백산 천제단(1,560).. 시계가 고장 났다. 다른 것은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데...시간은 어쩔 수 가 없어 메모를 하곤 했는데... 다행이 이헌모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에 시간이 나와 11시경으로 유추해 본다. 오늘의 정상 태백산은 고대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모시는 신성한 곳으로 가운데 천황단을 중심으로 300미터 위에 장군단 300미터 아래 하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단 아래는 커다란 묘가 1기 있는 데... 허걱 밀양박공지묘.. 우리 할아버지?... 1,500미터 산 정상에 무슨 연고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정성이다. 천제단에는 무속인들 비슷한 사람들과 등산객들이 많이 붐빈다.
하산 길은 영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과 등산인들로 길이 너무 파 헤쳐져 계단식 길 공사가 한참 진행중에 있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고 겨우 세워져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 태백산 정상을 마지막으로 지리산 출발부터 같이 하던 경상도 땅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이제부터는 완전한 강원도 땅으로만 가게 된다.
12:45 화방재(935) 오늘의 목적지... 태능선수촌 분소로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는 화방재 마루삼삼오오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이 있고 오랜만에 밀려드는 손님으로 정신이 없는 휴게소 아줌마를 채근하여 껍질달린 돼지고기로 제육볶음을 하여 하산주를 하는데... 아 바로 이 맛이야!! 화방재의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죽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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